최선의 고통 - 고통과 쾌락, 그 최적의 지점에서
폴 블룸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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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심리학 책을 읽는다.

마지막에 읽었던 심리학 책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까마득하다.

대학생 때 읽고 그 이후로 한 권도 안 읽은거 아닐까 싶기도 하고. 분명히 무언가를 읽긴 읽었을 것 같은데,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심리학 중에서도 가벼운 개론 수준의 책만 읽었지, 이 정도의 수준있는 책은 또 처음 접해본다.

 

 

'최선의 고통'

심플한것 같으면서도 다소 난해한 제목이다.

책에 대해 조금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제목만 봐서는 이게 뭐하는 책인지 이해하기 어려울테니까.

그러니까 이 책은 달콤한 고통이라는. 고통과 쾌락이라는 양립할 수 있는 역설적 심리의 정체를 밝히고 또 왜 그것을 좇는지 그 이유를 분석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 BDSM을 다루는 책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것도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나는 그쪽으로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 책을 끝까지 다 읽고난 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했다.

그리고 더 덧붙이자면 이 책, BDSM 취향인 사람들만 읽는 책 아니다. 한참 잘못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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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대해 알아보자. 저자는 폴 블룸이라는 분이다.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발달심리학과 언어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라고 한다. 언어, 예술 종교, 윤리 등 다양한 분양를 탐구해 인간의 심리를 파헤치는 창의적 시각으로 학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다수의 상을 받으셨다고 되어 있는데 이 쪽으로는 지식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어떻게 생긴 분인지 알고 싶어서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에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이 분의 계정을 찾진 못했으나 6개월 전에 Online Talk를 진행하신게 있는것 같다. 그래서 그 안내문에 들어간 사진을 봤는데 꽤나 젊어 보여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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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기본적으로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간략히 정리를 해보자면 제1장은 쾌락주의에 대한 반기, 제2장은 마조히즘, 제3장은 상상력에서 탄생한 쾌락, 제4장은 몰입, 제5장은 삶의 의미, 제6장은 고난, 제7장은 달콤한 고통이다. 내가 이해한 내용으로는 BDSM이 책의 주내용이 아니라 Sweet Spot(영문판 원제인것 같다)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달콤한 고통에 대한 설명과 그것을 좇게 되는 이유 등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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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자꾸 Sweet Spot이니 최선의 고통이니, 고통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니, 이런 설명을 늘어놓으니, "응, 난 아닌데? 난 그런 쪽으로 관심 1도 없는데" 하는 분들이 계실까봐 또 설명을 덧붙이겠다. 물론, 이 책에는 가학적인 고통 얘기도 나오고, 자해행위에 대한 설명도 나오기는 한다. 또 자해행위도 여러 종류가 있고, 명칭이 있고 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나의 심리학적인 지식은 거의 없다시피 하므로. 그런데 저자는 그런 일반적이지 않은 이례적이고 어찌보면 극단적인 경우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육체적 고통과 고난을 직접 찾아 이를 견뎌내고 유체적, 정신적으로 승화되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희열을 느껴본 적이 없는가? 책에도 나오지만 저자인 폴 블룸 교수가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통해 머릿속을 완전히 비우고 운동에 몰두한 경험이 소개된다. 오늘도 많은 헬스매니아 들은 피트니스 클럽에서 쇠질을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자기 자신을 한계에 밀어넣고 이를 극복하며 희열을 느낀 경험은 매우 흔하지 않나? 책은 그런 가치 있는 고난, 선택적 고난에 대해 설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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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도 설명했다시피 한국 사회에서 공론화되기 어려운 주제도 다룬다. 예를 들면 포르노 범주에서 여성들이 신체적, 심리적 고통에 중점을 둔 키워드를 검색한다든지, 다수 여성들이 강간 판타지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는 부분도 다룬다. 이런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인 상황에 대해 누구도 명확하게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저자는 저자 나름대로의 논리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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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조금 읽기 어려운 내용들이 일부 있었지만 이내 익숙해져 갔다. 초반에 읽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는 것은 내용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닌데, 술술 읽고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글자가 둥둥 떠다니듯이 머릿 속에 제대로 이해되고 각인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조금 지나니 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고통과 쾌락, 모두 한국 사회에서는 터부시 하던 것들이라서 이 분야를 다룬 책을 거의 본적이 없다. 그래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건 인간 본성을 깊게 다룬 책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더 깊이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봐야할 책이다. 나 역시 달리기와 운동을 좋아하던 사람으로서 왜 내가 그렇게 육체적 한계에 도전했는지, 어느 부분에서 희열을 느꼈는지, 이런 달콤한 고통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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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책은 고통과 쾌락이라는 진작부터 깊이 있게 다뤄졌어야 하나, 거의 다루는 이가 없었던 낯설면서도 친숙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고 또 일부 그에 대해 답을 주기도 하지만 모든 면에서 답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또 저자의 답이 정말 답이 맞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다시피 진작부터 되짚어봤어야 할 주제에 대해 지금이라도 고민해 볼 여지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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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보면 삶의 일부 속성은 행복 및 의미 모두와 연관된다. 삶이 지루하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행복하거나 의미 있는 삶을 살 가능성이 낮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교류가 부족하다고(외롭다고) 평가하는 것 역시 행복과 의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0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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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에서 기쁨을 얻는 능력은 인간 본성의 일부다. 피학적 취향은 구체적인 형태는 다르더라도 모든 사회와 개인에게서 나타난다. 이는 우리 인간종에게만 고유한 능력이다. -1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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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력은 일상생활에서 명백하게 중요하다. 만약 내게 모든 사람의 지성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당장 그렇게 할 것이다. 지성은 미래를 더 잘 계획하고, 타인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등 온갖 바람직한 일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내가 자제력을 높이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면, 그래서 정신적 노력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다면 더 열심히 그렇게 할 것이다. 자제력 결핍(또는 충동 조절 실패)은 중독, 범죄를 비롯한 수많은 문제로 이어진다. -18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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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본능은 도덕성의 영역에서도 한계가 있다. 우리는 원시인의 도덕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인종 차별의 비도덕성을 인식하거나, 아주 먼 곳에 사는 모르는 아이의 행복이 객관적 관점에서 내 아이의 행복과 동일하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원아 입자에 대한 지식과 마찬가지로 편파적이지 않은 도덕성은 우리의 뇌가 진화의 목표로 삼은 것이 아니다. 아무런 적응적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2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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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하게 느낀 점을 정리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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