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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유학 정산서 - 생존했더니 성장했더라
자상남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2월
평점 :
독일 유학 정산서.
독일도 유학도 나하고는 크게 상관이 없는데 어쩌다 읽게 되었을까?
늘상 하는 얘기지만 분명히 내 일은 아닌데 어쩐지 남 일 같지 않은 현실적인 에세이가 읽고 싶었다.
어릴 때는 언어에 관심이 참 많았고 중학생 때 청주에 살면서 고등학생들처럼 방과후에 제2외국어를 가르쳐주는 과정이 있어서 친구와 함께 들었다. 1주일에 단 한 번이었지만 남의 학교에 버스타고 삼사십분 걸려서 가는게 재미있었다. 그 과정에서 친구도 생기고.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친구 어머님이 독일어를 전공하고 방송국에서 일하셨었는데 그게 무척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런 단순하고 이상한 이유로 독일이 좋았고 독일어도 좋았다.
막상 고등학교에 진학했더니 내가 다니던 학교는 독일어 과정이 없었다. 자연스레 독일어와는 멀어져 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장교로 군대에 가야하는데 소위로 임관하기 태어나서 처음으로 호주에 가봤다.
제대를 하면 장교로 복무하며 급여를 모아 유학을 갈 생각이었다. 호주에 있는 대학원으로 석사 과정을 취득하러.
태어나서 처음 떠나본 해외여행(여행인가?)에서 깨달은 바가 참 많았던 것 같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제대 후 현실적인 이유를 핑계로 임관 전 생각하던 길을 걷지 않았다.
후회는 없지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은 늘 남아 있었다.
이 책을 통해 타국에서의 유학생활이 어떨지 상상을 해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저자인 자상남 님이 2년간 독일 유학 현장에서 매일 적었던 들을 모아 특별한 편집 없이 통시적 구성 그대로 엮은 책이다. 솔직히 저자가 얘기한것처럼 찬란하고 화려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더 가볍고 콤팩트한 느낌의 에세이를 생각했는데 시쳇말로 개고생하며 공부하다 온 얘기라서 조금 당황하기는 했다.
또 이 책을 독일에 대해 알 수 있게 되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읽다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놀러도 갔다오고 여자친구도 만들고 그런 유학생활을 생각했는데 내가 헛다리 짚었다. ^^;
그래도 이 책은 본래 내가 예상한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나는 재미있게 읽었고 나의 20대가 생각나 몰입하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인 자상남 님의 글이 매우 수준 높았다. 나도 자주 글을 써서 저자처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솜씨가 좋았다.
정치를 전공했다는데 문학을 공부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문체가 좋고 생각이 깊은 청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한 종류의 유학기는 아니었지만 하나의 젊은 인격체가 유학을 통해 어떻게 고군분투하며 자아를 성찰하고 정장해가는지를 같이 지켜보는 것은 그것 나름대로 또 의미가 있었다.
거창한 얘기를 쓰고 있는것 같지만 저자의 글솜씨가 좋아서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읽는 나는 편하고 재미있지만 저자의 유학생활은 확실히 힘들고 외로웠을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지나간 20대를 되돌아보게 된다.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며 살았고 다시 돌아가기 힘들 정도로 버거웠다 생각하지만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이 책을 접했다면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같이 좋은 청년과 함께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나의 생각과 행동을 다듬는데 있어 조금 더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와 파이팅을 교환하고 싶은 청년들, 그리고 젊은 시절을 추억하고 싶은 나와 같은 기성세대.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내가 아무리 이 책의 서평을 열심히 예쁘게 잘 써준다 하더라도 유명하지 청년의 독일 유학기가 베스트셀러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고 진심으로 많은 것을 배웠고 지나간 과거를 추억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저자인 자상남 님의 앞날에 좋은 일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이 책이 많이 팔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확실한건 나는 이 책을 많이 읽을 예정이다.
힘든 일이 생길때마다 이 책을 다시 펼쳐보고자 한다.
젊은 저자의 고군분투 생존기가 내게도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여기 열심히 응원하는 아저씨가 한 명 생겼으니 저자에게 조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학위는 하나의 도구이며 내가 미래에 하고 싶은, 행복을 부르는 직업 행위를 위해서 갖추어야 할 자격요건 중 하나다. 거창하지 않다. [19p]
외국에서 공부하는 것은 단순히 공부와의 싸움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과의 싸움' 중에 공부와의 싸움이다. 그러니 나는 각오를 해야만 한다. [20p]
그 사람들은 인고의 세월에 익숙해져 버텨냈다. 그리고는 차차 그 열매를 거둬들일 시간을 맞이한다. 나는 그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한 만큼 열매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는 것. 마찬가지로 지금 나의 비교대상은 바로 그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유학을 오기 전에는 대학원 공부의 양과 해외생활에 대해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다. 놀라울 정도의 난도와 양을 목도하는 지금, 나는 전문직이 되기 위해 오랜 시간 고생하며 인내한 내 친구들처럼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온당하고 지혜로운 것 같다. 사실 내가 겪는 2년이라는 세월은 그 친구들이 겪었던 인고의 세월보다는 수치상 짧지 않은가? [22p]
이곳에 오니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그들은 혼자 그리고 스스로 공부했고, 친구(friend)와 동료(colleague)를 철저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구분하고 있었다. [25p]
나에게 있어 유학은 하나의 경험이자 새로운 지평이다. 이곳에서의 생활로 내 가치관을 풍요롭게 만들고, 내 고유의 색깔을 더욱 아름답게 하며, 내가 필요한 곳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능력들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적은 부수적인 산물이다. 물론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평생 나를 따라다니는 꼬리표 중 하나일 수도 있다. [50p]
나는 더 큰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독일에 왔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계획한 길을 오차 없이 걸어온 적은 결코 없었다. 계획을 하고 목표달성에 실패해서가 아니라, 없는 계획대로 살아졌다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51p]
학기말 리포트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었다.
"내가 살아가야 하는 방향성은 '다양하게 경험해야 하고 선택에는 머뭇거림이 없어야 한다'는 데 있다. [71p]
행복, 참 좋은 단어인데.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행복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때로는 망각을 하는 것 같다. [87p]
무뎌짐을 목격했다. 앞서 언급한 공허함도 이젠 익숙하다. 공허함이 없어지는 것이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공허함이 들 때 그것은 또 그것대로 직시하고 받아들이며 흘려보내는 것이 무뎌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순간의 고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무언가 중용을 향해 달려가듯이 이렇게 글 한 편 쓰며 그저 받아들인다. 어찌 되었든 열심히 살았다면 조금씩 변화하며 발전해야 한다. 아직 나는 배움의 시기를 살고 있다. [94p]
들뜨지 않은 차가운 집중력과 뜨끈뜨끈한 인내력으로 지금을 완전히 해부하고 충분히 나의 내공으로 녹여내는 것이 내가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이다. [108p]
그날 저녁. 밤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무엇을 하느냐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내게 필요한 것을 먼저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목표 기한 내에 하고자 하는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략) 나의 삶은 '삶의 치열한 속성을 받아들이되 재미로써 무장하자'는 신조로 가득하다. 삶은 정치요, 투쟁이다. 그것이 남과의 경쟁이 되었든 스스로와의 싸움이 되었든 나는 다만 스스로 규정하고 정립한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 [113p]
바야흐로 자기표현의 시대에서 나는 내 정체성을 잘 발전시켜 그것을 절묘한 타이밍에 어필할 수 있어야 하겠다. 현재 나의 미래를 위한 준비는 그것에 방점이 찍힌다. 독일 유학의 남은 시간 동안 나의 소임은 바로 그 정체성 완성에 있다. 갈 길이 여전히 멀어 보여 두렵지만 기대도 된다. [142p]
글로써 지나온 나날을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또 나의 철학과 가치를 계속 사유한다. 이내 지금까지 어떤 방식으로 불확실함을 넘어 하나의 선택을 해왔는지를 자각한다.
"쉬운 길만을 걷지 않겠습니다."
(중략) 사회에서는 스스로를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나만의 정체성 속에 묶일 수 있는 수많은 콘텐츠들을 정제해 보기 좋게 정렬해야 한다.
오랜 기간 내 정체성은 우연과 필연의 혼돈 속에 다양성 하나에 방점을 찍어왔다. 발자취를 하나씩 찍다 보니 내 정체성의 밑그림이 선명히 드러난다. 최근 해묵은 이력서를 최신화하며 직관적으로 느꼈다. 이제는 '채색'이라는 선택을 통해 한 장의 그림을 그려볼 때다. [148p]
* 이 글은 지식과감성으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제가 직접 읽고 솔직하게 느낀 점을 정리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