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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의 힘 - 끊임없는 자극이 만드는 극적인 성장
켈리 맥고니걸 지음, 신예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부터 2006년까지 갤럽이 세계 121개국에서 실시한 스트레스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일반적인 통념을 깨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가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수록 국가의 행복 지수도 높았고, 기대 수명과 총생산 또한 높았으며, 국가생활 만족도와 삶의 행복도도 높았습니다. 충분히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는 결과이고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저 상관관계가 잘 연결되는지는 의문이지만, 스트레스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저자는 이를 ‘스트레스의 역설stress paradox’이라고 부릅니다. 고도의 스트레스는 고통만이 아닌 행복과도 관계가 있으며, 행복한 삶이란 스트레스가 없는 삶도 아니며 스트레스가 없는 인생이 행복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스트레스의 역설에 공감하시나요? 이 책은 우리가 안 좋게만 보고 있던 스트레스의 긍정적인 요소를 살피고, 오히려 스트테스를 잘 이용해 삶의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책입니다.
보통은 ‘긍정’이라는 단어를 삶의 에너지와 연결시킵니다. 그러다보니 목차의 몇몇 소제목에 있는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긍정으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ㆍ스트레스가 없으면 목표도 없다.
ㆍ스트레스를 피해버린 대가
ㆍ꿈을 이뤄주는 새로운 스트레스 과학
ㆍ배려와 친교가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우리는 스트레스가 주는 장점을 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는 해롭다는 인식하에서는 스트레스의 대처 방법이 ‘회피’이지만, 스트레스가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회피’ 대신 ‘대처’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은 스트레스를 에너지로 ‘전환’시켜 오히려 삶의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게 합니다.
“의미 있는 사고방식의 전환이란 스트레스에 대해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만드는 변화다. 스트레스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스트레스를 다룰 수 있다고 믿으며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자원으로 스트레스를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71p)
저자는 실제 인간이 느끼는 스트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도록 극단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동물 실험, 자극적인 언론기사 등이 스트레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한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식에 따라, 스트레스는 자신감을 증가시키고 행동을 유발하며 경험에서 교훈을 얻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용기를 북돋아주고 배려심을 유발하며 사회적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책 속 가득 담긴 다양한 연구결과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스트레스 반응은 기본적인 생존 반응 그 이상이다. 이는 인간의 작동 원리 및 방식, 인간이 달느 사람과 관계를 맺는 방식, 인간이 세상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방식에 내재돼 있다. 이것을 이해하고 나면 스트레스 반응은 더 이상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인정하고 활용하며 오히려 신뢰해야 할 현상이다.” (105p)
저는 예전부터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어서 아무리 안 좋은 일이 발생해도 그 일을 쪼개보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나 교훈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이 책에 담긴 메시지가 더 이해되고 공감됐습니다. 2014년에 하버드보건대학원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도 참 흥미롭습니다. 일상 스트레스에 대한 이 조사에서 가장 흔하게 언급된 것은 일정 조율, 잡다한 볼일 처리, 출퇴근, 소셜 미디어, 요리, 청소, 수리 같은 어쩌면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일들이었습니다. 스트레스라 부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스트레스라 명명하며 오히려 이로 인해 더욱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에 빠지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트레스에 수반되는 수많은 부정적인 결과들은 사실상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노력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 이에 반해 고통이 모든 사람의 삶에 자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더 행복하고 회복력이 더 크며 삶에 더 만족할 줄 안다는 사실은 스트레스나 어려움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접해야 할지 되새기게 합니다.
“공통된 인간성을 인정함으로써 얻는 혜택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 도사린 스트레스를 과소평가하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낯선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들과 동료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도 해당된다.” (233p)
플라시보 효과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책에서 소개되는 실험 중 호텔 객실 청소부와 밀크쉐이크를 마시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결과를 보면 실험 대상자가 가지고 있는 인식에 따라 신체적 반응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김대식교수의 책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를 보면 ‘우리는 뇌 속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문장이 나오는데요, 이런 결과들을 보면 우리의 뇌가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뇌가 스트레스로 보냐 아니냐에 따라 많은 게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2부 스트레스 사용법>에서는 마주하기, 연결하기, 성장하기까지 스트레스를 내 편으로 만드는 기술을 소개합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은 스트레스와 함께 쓰일 때 가장 빛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책을 읽는 것조차 스트레스로 여기는 분이 아니라면 스트레스를 재발견하고, 대처하고, 잘 사용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 시간을 가져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