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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 - 개정판 ㅣ 달인 시리즈 5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7월
평점 :

‘돈의 달인’이란 말이 붙었지만, 여느 재테크 책에서 볼 수 있는 돈을 불리는 방법에 관한 책은 아닙니다. 여기서 말하는 돈의 달인이란 제대로 된 돈의 속성과 용법을 익혀 돈의 노예가 아닌, 돈을 쓰면 쓸수록 더더욱 삶이 풍요로워지고 자존감이 높아지는 단계를 말하는 겁니다. 지금 이 시대를 지배하는 돈의 쓰임이 ‘교환과 계약’이라면, 이를 ‘증여와 수단’으로 바꾸자는 게 핵심 메시지죠.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뉩니다. 1부에서는 현대인을 지배하고 있는 돈에 대한 단상을 소개합니다. 쉽게 말해 ‘돈 나고 사람 난 것 같은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제가 비록 일확천금을 노리고 매주 로또에 희망을 거는 사람은 아니지만 뜨끔한 부분이 많습니다. 2부부터 본격적으로 ‘돈의 달인’이 되기 위한 노하우가 소개됩니다. 이 부분부터는 저자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 사례를 중심으로 기술되다보니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분들께는 그 해법이 ‘이해’는 가지만 ‘실천’하기엔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이 지닌 한계일 수도 있습니다. 당장 눈앞의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자의 경험이 바탕이 된데다 고전과 동양사상에 능통한 저자의 지식이 더해져 얻을 것 또한 많은 책입니다. 우선 교환의 수단으로만 여겨온 돈(화폐)가 증여와 순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돈이 교환의 수단으로 쓰일 때는 단기적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끝없이 돈을 바라보며 살 수 밖에 없습니다. 이와는 달리 증여와 순환에 중심을 두는 순간 오히려 미래를 대비할 수 있고 정서적인 안정을 얻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노후대책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투잡을 뛰고 각종 보험을 드느니 그 돈으로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써야 하지 않을까? 이게 훨씬 더 경제적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창조이자 증여에 해당한다. 자신의 삶에 가장 유익한 일이 세상을 향한 증여가 되는 놀라운 역설! 우리 사회도 이제 이 역설의 경제학을 기꺼이 실험해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p. 155)

물론 자본주의에서 살아가는 위해서 돈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노후를 위해 돈을 열심히 모으는 것도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저 또한 이 책을 읽을 것만으로 저자의 방식을 선뜻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인데 그 균형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책을 읽기보단 이런 책을 쓰고 있겠죠.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을 인상 깊에 읽어 두 번째로 선택한 저자의 책입니다만 전작만큼 깊은 인상을 받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돈은 많은 게 좋은 거니까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같고 있는 분들께는 발상의 전환을 줄 수 있는 책 같습니다. 아울러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하는 이진우 기자가 쓴 『작은 부자로 사는 법(청림출판)』과 함께 읽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