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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의 보물상자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6년 1월
평점 :

우선 먼저 말씀드릴 한 가지. 독자에 따라 약간 거북하게 느낄 부분도 있는 책입니다. 주인공인 미코는 유사성매매와 간병 일을 하며 딸을 돌보는 싱글맘인데요, 제1장 <미코와 나베짱> 부분에 주인공의 직업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등장해 ‘이거 뭐지?’하실 수도 있습니다. 역자도 이 부분이 우려스러웠는지 <역자 후기>에서 “화들짝 놀란 독자 여러분도 많을 듯하다”라고 양해를 구하며 이웃나라 일본의 문화적 특성을 설명합니다. 아울러 저는 책을 읽으며 약간은 실화에 바탕을 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캐릭터나 이야기 대부분은 픽션이지만 미코의 모델이 된 한 여성의 실제 경험이 가미됐다고 합니다. 행여 이후에 이 책을 읽는 분께서는 소설 속 다양한 장치가 큰 주제를 위한 요소임을 감안하고 읽기 바랍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자신만의 행복 노하우를 발견해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깨달음을 주는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미코가 실천하는 행복 비결은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합니다. 어릴 적 자신을 버린 부모님을 대신해 돌봐주신 할아버지가 가르쳐 준 행복의 비결은 아무리 괴로워도 주변에서 작은 보물을 찾아 간직하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목공일을 하던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미코에서 보물상자를 선물하고, 미코는 평생 이 보물상자에 작은 보물을 쌓아갑니다. 그리고 작은 보물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미코의 삶을 결국 행복으로 이끕니다.
제2장을 펼치는 순간 아주 잠시 ‘음?’하고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습니다. ‘나’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1장의 화자인 ‘나’는 미코였는데, 2장의 화자는 미코를 키워준 할아버지입니다. 이어서 미코의 초등학교 친구, 중학교 시절 양호선생님, 잠시 만난 대학생, 업소 사장, 미코의 딸까지 매번 화자가 달라지며 다섯 살부터 쉰 한 살까지 미코의 인생을 주변인의 시선과 사건을 통해 전개해 나갑니다. 특별한 점은 미코 외에 등장 인물 모두가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더 큰 상처를 간직한 미코에게 치유를 얻게 되죠. 그들은 그들의 눈으로 미코를 관찰하며 깨달음을 얻습니다. 독자 역시 관찰자 입장에서 미코를 보게 되고, 미코의 행동에 대한 해석도 독자에 따라 약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소설 기준으로 보자면 잘 만들어낸 책입니다. 쉬지 않고 금세 읽을 수 있고, 중간 중간 뽑아낼 삶의 지침 또한 많은 책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험한 경우에 처하더라도 감사해야 할 점이 반드시 한 가지는 있으니 넌 그 부분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p. 33)"는 부분은 저도 늘 제 삶의 철학으로 여기는 내용이라 무척 반가웠습니다.
다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표지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으로 이미 어느 정도 결론은 예상하고 읽은 책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론 많은 독자들이 별 다섯 개를 누르게 만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점이 아쉽습니다. 메시지 전달을 위해 최적화된 인물을 요소요소에 배치한 게 강하게 드러나니 그 감동도 줄어들게 됩니다. 이런 점은 독자에 따라 별점 감소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삶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자기계발서는 펼치고 싶지 않은 독자라면, 행복에 이르는 방법을 다른 방식으로 찾게 해주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