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샘터 2015.1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최근 몇 달간 월간 샘터를 보다보니 처음부터 순서대로 보던 처음과 달리 먼저 펼쳐보는 코너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제가 가장 선호하는 코너는 <공항24시>와 <세상을 흔든 팝송>입니다. <공항24시>를 읽을 때마다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이 생각나기도 하고, 제가 여행을 떠나기 전 공항에서 느끼는 설렘을 다시 떠올리곤 합니다. 이번 달 <공항24시>는 여권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요, 글에 담긴 드라마틱한 경험은 없지만 여권을 처음 만들었을 때의 기분, 여권에 찍힌 다른 나라의 도장을 볼 때마다 새록새록 떠오르는 여행의 추억까지. 여권으로 시작했지만 제가 경험한 여러 가지를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세상을 흔든 팝송>에서는 그린데이의 Basket Case가 소개됐습니다. 며칠 전 케이블채널에서 미드 <CSI: NY>을 방송하는 도중 그린데이의 Holiday가 나와서 아내에게 "그린데이 최고의 곡이지"라고 말했는데, 마침 샘터에서도 그린데이를 접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추억마케팅이 여전히 유행인 가운데 <세상을 흔든 팝송> 또한 제게 추억을 자극하는 코너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달 샘터에서 제 눈을 사로잡은 코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최후의 서점(The last bookstore)'을 소개한 코너입니다. '최후의 서점'은 은행이 있던 자리를 헐고 1,850제곱미터까지 면적을 넓힌 중고서점인데요, 서접 2층 한쪽 구석에 '책의 미로'라는 이름으로 낡은 책들을 터널 모양처럼 둥글게 쌓여 있습니다. 오프라인 서점 운영이 어려운 건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일 텐데요, 사진으로나마 책으로 만들어진 멋진 조형물을 보니 아직 종이책은 건재하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는 도서정가제라는 악재(?)가 있었음에도 2015년이 끝나는 시점에서 올해는 작년보다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전자책 뷰어도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아날로그적인 게 좋아 그냥 묵혀두고 있습니다. 책의 향기, 책장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좋습니다.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곡이 나왔을 당시만 해도 라디오가 이 시대까지 살아남을 거라는 생각을 쉽게 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아직까지 라디오가 건재하듯 온라인서점과 전자책이 유행하더라도 오프라인 서점과 종이책이 영원히 살아남기를 바라는 독자 입장에서 최후의 서점이 긴 시간 우리와 함께하길 바랍니다.

늘 느끼는 바지만 샘터는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잡지 같습니다. 출퇴근길에 우연히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어쩌면 제 이야기겠죠. 이제 겨울입니다. 표지에 적힌 ‘맺음달’이라는 단어가 이제 정말 한 해가 마무리되는 걸 실감나게 합니다. 공기는 점점 차가워지지만 샘터 덕분에 마음만은 조금이나마 따뜻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