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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에듀 2016 - 2016 대한민국 교육계를 뒤흔들 13가지 트렌드
이병훈 교육연구소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11월
평점 :

올해까지 대입수학능력시험이 22년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22년간 대입제도가 18번이나 변경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교육부는 2021년 문ㆍ이과 통합 수능 시험을 목표로 2017년부터 5년간 매년 제도를 변화시키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흔히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죠. 물론 과거에 비해 사회 변화와 지식의 변화가 크다보니 교육에도 변화는 당연히 수반 되어야 하겠지만, 요즘 학생과 학부모를 보고 있으면 저는 정말 행복하게 대학에 진학했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한 해를 전망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다보니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에서 매년 발간하는 <트렌드코리아>나 <유엔미래보고서>와 같은 책을 찾게 되는데, <트렌드 에듀 2016>은 그 중 교육 분야에 특화시킨 책입니다. 교육 당사자들에겐 1년의 흐름을 예측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물론 저는 학부모가 아니라 교육 문제가 당장 직면한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교육이라는 주제가 단순히 학교공부에 대한 내용을 담은 것만이 아니라, 사회 변화,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 방향, 미래 사회에 대한 전망까지 연관된 주제이기 때문에 학부모나 교육 관계자가 아니라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우선 2015년 교육 트렌드를 짧게 되짚어 보고, 2016년 교육 트렌드를 13가지로 구분해 전달합니다. 2016년 교육 트렌드는 크게 ‘미래 교육’, ‘인성ㆍ감성 교육’, ‘학교 안 교육’ 까지 세 가지 맥락으로 나뉘어 설명됩니다. 확실히 예전의 주입식 교육 방식에 비해 학생들 스스로 참여할 수 있고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커졌다는 게 보입니다. 과학, 수학, 예술, 사회, 경제, 문학을 융합한 스팀(STEAM)교육이 부각되고 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강화되고 있는 코딩 교육의 궁극적 목적도 논리력과 창의력을 키우기 위함입니다. 플립 러닝 또한 교사 주도형 학습을 학생 중심형 학습으로 이동시켜 능동적인 변화를 꾀합니다.
물론 책을 저술한 이병훈교육연구소 자체가 진로입시 및 학습법과 관련된 곳이다 보니 이렇게 트렌드를 발표하는 것이 유행을 만들기 위한 발표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교육 취지는 좋지만 대입제도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 결국엔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결과를 가져오고,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부담을 주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특히 교육과 관련된 내용은 트렌드를 파악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자녀의 미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기 마련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교육에서 公의 역할과 비중이 줄어들고, 私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 생각합니다. 교육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교육 또한 철저히 시장 논리로 변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13가지 트렌드 중 코딩 교육이나 중국어 교육에 대한 부분은 사교육 시장을 더욱 키우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 같기도 합니다.
인성 교육에 대한 부분은 쓴웃음이 나오기까지 합니다. 2015년 7월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했고,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법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입니다. 문제는 인성에 대한 내용이 입시에도 반영되다보니 인성 교육과 관련된 사교육 시장이 이미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법안에 따르면 인성교육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며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인데요, 사람에 따라 주관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너무도 많은 내용을 입시와 관련한 교육 제도로 만드는 게 본질적인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성교육이나 자유학기제, 영어 과목 절대평가 방식 등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교육제도이니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입니다. 이 모든 게 자녀의 대입과 연결되는데다, 공교육이 모든 것을 지원해 주는 건 이미 옛날이야기니 극성맞다 싶을 정도로 자녀교육에 열심인 학부모를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국가적으로 교육에 대한 큰 그림이 없는 상황이 자녀의 미래가 걸린 교육을 학교에만 맡길 수 없게 만드니까요.
저자는 2016년 원숭이 해의 명제를 “재주 많은 융합형 인재가 미래를 이끌어 간다”로 정의했습니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사회가 학생들의 나이에 비해 너무 큰 짐을 지우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깝습니다. 정작 어른들과 사회는 학생들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를 모두 아우르는 아이들로 키우고자 혈안이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 주변 청년창업자 중에도 교육 분야를 노리는 분이 많습니다. 이 책을 읽은 것도 그분들과 교육시장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나누기 위함입니다. 교육 시장이라는 관점으로라면 책을 읽는데 들인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입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교육제도와 앞으로 도입될 교육제도가 과연 바람직한 방향일지에 대해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는 씁쓸함은 여전히 가시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