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의 정원 - 시가 되고 이야기가 된 19개의 시크릿 가든 정원 시리즈
재키 베넷 지음, 김명신 옮김, 리처드 핸슨 사진 / 샘터사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비틀즈를 좋아하다보니 영국에도 관심이 생겨 영국과 관련된 책을 꽤 읽어왔습니다. 영국인은 정원을 좋아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리수)>라는 책을 보면 정원가꾸기에 왜 그렇게 광적으로 몰두하는가라는 꼭지에 보통 때는 무뚝뚝한 사람들이 정원을 가꿀 때만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얼굴에 한가득 머금고 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영국과 정원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후 영국 여행도 다녀왔지만 런던 시내를 중심으로 돌아다니다보니 영국인의 정원을 직접 볼 수는 없었고, 대신 춘천에 있는 한 수목원에서 영국식으로 꾸며진 정원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 책은 영국식 정원에 대한 이야기이자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원 가꾸기를 즐기며 그 정원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은 19명의 영국 작가들. 어쩌면 정원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도 작가들의 훌륭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셈입니다. 로알드 달은 자신의 과수원과 과일로 기어오르는 생물을 관찰하며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를 구상했고, 피터 래빗으로 유명한 베아트릭스 포터도 정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작품에 반영했습니다. 추리소설의 여왕인 애거서 크리스티 또한 <다섯 마리 아기 돼지>리는 소설에서 정원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묘사해 넣었다고 합니다.


<작가들의 정원>이 제게 조금 더 의미를 주는 건, 단순히 아름다운 정원의 풍경을 소개하고 보기 좋은 사진을 볼 수 있는 것 외에도 작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작가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과 작품이 쓰인 배경을 약간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작가와 작품의 배경에 대해 이해하고 책을 읽는 것과 무작정 읽는 것은 많이 다르니까요.



정원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카페와 살롱에서 펼쳐진 사람들 간의 만남이 풍성한 담론을 만들어낸 것처럼 정원 또한 작가의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는 가교가 되었고, 작품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브룩이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는 건 사실고 달랐다. 복잡한 친구 관계와 연애 사건을 겪으며 그의 시 세계는 더욱 풍성해졌다. 버지니아 울푸는 그랜타 강에서 브룩과 수영을 했고, 브룩의 여자 친구인 노엘 올리비에와 카 콕스는 물론 소설가 E. M. 포스터, 경제학자 메이너드 케인스, 화가 오거스터스 존,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과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 등도 엣 사제관을 찾아와 과수원이나 정원에 안자 담소를 즐겼다.” <46p, 로버트 브룩 내용 )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을 가까이하는 것 자체가 심리적 안정과 정서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 마련입니다.


들판의 허브와 숲 속의 나무들을 열정적이고 다정하게 돌보는 일이 얼마나 큰 육체적 즐거움을 주며 인간의 정신을 고양시키는지, 어떤 말이나 사상으로도 그 변화의 가능성을 다 설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61p, 존 러스킨 내용 )


자연스러움을 큰 미덕으로 삼는 영국 정원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해지는 책입니다. 사진이 아닌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집니다. 다만 아쉬운 건 제가 아직 접하지 않은 작가들이 많아 그들이 정원을 가꾸며 담아낸 작품세계를 머릿속에 그려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대신 저보다 독서량이 훨씬 많고, 특히 영국 작가들을 좋아하는 분께는 금상첨화와 같은 책으로 여기기에 충분한 책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공원처럼 커다란 정원이 아닌 아주 소박한 정원을 가꾼 작가(도 있다면)의 정원은 없나하는 궁금증도 생겼구요.



작가들에게 정원은 작품을 쓰면서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창작의 고통을 해소해 주는 공간이고, 자신이 정성을 들여 가꾸는 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되돌려주는 기쁨의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작가가 아니어도 우리들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바쁜 일상과 건물들에 둘러싸인 생활공간 속에서 우리 또한 위안과 기쁨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영국인들처럼 정원을 가꾸기엔 한계가 있지만 주말에라도 가까운 공원을 방문하거나 작은 화초를 키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작가의 고뇌와 기쁨이 깃든 곳, 정원. 작가들의 정원에선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온갖 위험과 불안에서 벗어나 쉬고 싶을 때, 나는 집이 아니라 정원에 간다. 그곳에 가면 자연의 너른 품 안에서 보호받는 듯 편안한 느낌이 들고, 온갖 풀과 꽃이 친구가 되어준다”_ 엘리자베스 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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