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육 두 번째 이야기 - 꼴찌도 행복한 교실
박성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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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한 개인의 미래는 물론이고 사회와 국가의 미래와도 연결되는 큰 과제입니다. 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할만큼 장기적인 안목으로 조급함 보다는 신중함이 요구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교육과정이나 정책에 대해 만족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입니다. 저는 학부모가 아니라 그나마 덜하지만 자녀가 학교에 다니는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그분들의 한숨소리를 꼭 듣게 됩니다.


저자인 박성숙은 이미 <꼴찌도 행복한 교실>, <독일 교육 이야기> 등 독일 교육과 관련된 책을 저술한 바 있는 독일 교육 전문가입니다. 그리고 이 책은 <꼴찌도 행복한 교실>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교육과 관련된 책이지만 학술적으로 딱딱하게 정리된 책은 아닙니다. 실제로 두 자녀를 독일에서 교육시키고 있는 어머니의 입장에서 쓰인, 일반적인 에세이처럼 책장을 술술 넘기며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큰아이와의 대화 부분은 티격태격하지만 화목한 가족이야기를 보는 것 같고, 결국엔 한국 엄마인 저자가 독일인들에게 간혹 느끼는 괴리감(?)은 소소한 재미를 줍니다.



간혹 다른 나라(특히 유럽)의 교육시스템이 소개되는 방송이나 기사를 보면, 마치 저 나라는 이해관계자가 모두 행복한 교육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우리도 빨리 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들이 독일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도 없이 절대 진리인양 확언하는 것에 우려합니다. 이 책을 읽는 다른 분들께서도 독일 교육이 정답이라는 단순한 생각보다는 자녀 교육에 대한 독일인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아주 장기적으로 독일 교육 시스템에서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을 주변분들과 나누다보면 우리나라의 교육도 조금씩 변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주 서서히.


물론 독일 교육에도 어두운 면은 존재합니다. 독일 교육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있고, 독일에서 정신과 치료를 가장 많이 받는 직업군이 교사라고 합니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처우도 문제입니다. 한 기간제 교사는 부족한 임금 때문에 밤에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학교 폭력 문제도 있고, 왕따 문제는 독일에서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도 독일이 낮은 점수를 받다보니 독일 내에서도 독일 교육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문제점만 살펴보자면 독일도 만만치 않은데, 과연 독일 교육이 가진 힘은 무엇일까요? 직업교육이 잘 이루어져 있고, 독일을 대학 못 가도 성공하는 나라로 불리게 하는 마이스터를 위한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독일 대학은 학비를 내지 않음에도 진학률이 40%라는 것 자체가 대학 외에도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길이 많다는 반증입니다. 또한 저는 독일 교육 시스템 자체의 힘보다 독일인들이 교육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에서 더 많은 힘을 느꼈습니다. 학교 생활의 목적이 공부만이 아닌, 학생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전체적으로 독일 교육은 청소년들도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자기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존재로 여기며 향후 사회의 구성원으로 잘 성장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면, 우리나라는 학생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고, 아직 스스로 판단하기엔 부족한 존재라는 인식이 큰 것 같습니다. 쉽게 비교하자면 우리나라는 고등학생까지는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려운 나이로 보다가 대학생이 되는 순간 자기 인생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단계로 한순간에 바뀐다면, 독일은 교육과정 속에서 그 단계 변화를 잘 녹여낸다고 할까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학교법을 예로 들자면, 독일은 학생이 종교적인 의식이나 정치 단체, 혹은 정당이나 노동조합에서 개최하는 세미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최대 일주일간의 결석을 신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14세부터는 정당에 소속된 청년회에 가입할 수 있고, 16세부터는 정식으로 정당의 당원으로도 활동할 수 있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나라 학생들보다는 활동의 자율성이 높고 또 그만큼 가치관 형성이나 행동에 대한 책임감 또한 클 거라 생각합니다. 11학년부터 기존의 학급이 없어지고 각자 선택한 심화 과정 중심으로 운영되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학생의 선택권을 높임과 동시에 대학 시스템에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제도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아래와 같은 학교법에서는 성적과 평가가 최우선이 아니며, 무엇보다 학생의 권리를 존중하려고 노력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숙제는 개별 학생의 수준에 적절해야 하며 스스로 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에는 숙제를 내주어서는 안 된다. 숙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내줄 수 있다.”


시험은 일주일에 두 과목 이상, 하루에 한 과목 이상은 볼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든 교육청이든 우리의 정책들은 속전속결, 당장 빠른 결과를 기대하는 조급함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그에 반해 독일의 방안들을 보면 밑에서부터 차근히 다져간다는 느낌이 든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저도 동의하는 바이며, 책을 읽는 내내 공감한 부분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교육 관계자들도 많은 노력을 할테고,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이 나라의 발전에 기여한 바도 클 것입니다. 독일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지금과 같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겠죠.


속전속결과 조급함을 버려야 하는 만큼 다른 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좋다고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매년 바뀌는 입시제도처럼 교육 당사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일도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요즘 교육을 보면서, 차라리 이미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제 세대는 행운아라는 생각까지 하곤 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교육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독일 교육의 다양한 모습을 접하며 교육이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독일 교육은 지금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그 본질엔 학생의 행복이 우선이라는 가치가 담겨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독일 교육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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