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 -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미래에 도착한 남자, 일론 머스크가 제시하는 미래의 프레임
애슐리 반스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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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머릿속으로 CEO를 한 명만 떠올려 보시죠.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래리 페이지, 에릭 슈미츠, 제프 베조스, 칼리 피오리나... 등 다양한 이름이 등장할 겁니다. 여기 거론된 인물들에 버금가는 CEO가 한 명 더 있습니다. 아이언맨의 모델로도 알려진(아이언맨 만화를 그렸던 스탠 리는 지인에게 미치지 않고선 아이언맨은 하워드 휴즈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일론 머스크인데요, 제 질문에 바로 일론 머스크를 떠올린 분이 계실까요? 아마 다른 분이 제게 질문을 했다면 저 또한 일론 머스크를 바로 떠올리지 못했을 겁니다.


아마 지금까지 일론 머스크가 일군 성과들 즉, 페이팔, 테슬라 모터스, 스페이스 엑스 등의 사업과 화성 이주 계획이 우리의 일상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지 않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이에 반해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페이스북, 윈도우즈 & MS오피스, 구글 등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니까요.


일론 머스크는 1971년생으로 이제 겨우(?) 45세이니 앞으로 더 많은 성과와 이슈를 만들어 낼 거라 생각합니다. 책 표지에는 한국 미국 동시출간 일론 머스크 첫 공식 전기라 적혀 있는데, 아직 한창 진행 중인 인물에게 전기라는 개념이 어울리는지 모르겠지만 일론 머스크의 어린 시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성장과정과 기업운영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된 책()임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일론 머스크 입에서 나온 소스만으로 집필된 책이 아니라 가족, 친구, 전현직 직원 등 일론 머스크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인터뷰에 기반해 쓰인 책이라 객관적으로 쓰였다는 인상을 줍니다. 인터뷰 대상에는 이혼한 아내나 일론 머스크가 해고한 직원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아마 일론 머스크에 관심이 있어 책을 펼친 분들은 경영이나 혁신의 관점에서 일론 머스크를 알고 싶을거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인간 일론 머스크보다는 ‘CEO 일론 머스크로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사업 추진 과정은 마치 기울기가 큰 꺽은선 그래프를 보는 느낌입니다.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하고, 운전자금이 부족한 일도 자주 벌어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론 머스크가 가지고 있는 경영 철학을 굽힘없이 추진했기에 매번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주변에서 터무니없는 생각이라 할지라도 뚜렷한 목표와 종합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류를 화성에 보내겠다는 계획을 정신 나간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머스크에게는 자기 회사를 움직이는 특별한 구호였다. 자신이 추진하는 일 모두를 아우르는 포괄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세 회사의 직원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들이 날마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머스크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목표를 설정하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직원들에게 되뇌고, 뼛속까지 그 일에 매진한다.


그래서 책을 쓴 애슐리 반스는 일론 머스크를 부를 좇아가는 CEO가 아니라 승리의 여신을 지키기 위해 군대를 지휘하는 장군에 가깝다고 표현합니다. 일론 머스크는 트렌드를 알아채는 데 급급하지도,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집착하지도 않았지만, 머릿속에는 늘 종합 계획을 세우고 추진한다는 평가도 이어집니다.


목표가 뚜렷하다는 건 비전과도 연결됩니다. 리더의 비전을 직원들이 공유하지 못할 때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직원들은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혼란스럽기 마련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직원 중 한명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론의 비전은 매우 명쾌합니다. 그 비전을 들은 직원은 최면에 걸리고 말아요. 일론의 말을 듣고 있자면 직원들의 눈동자가 예를 들어 화성에 갈 수 있다는 열망으로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또한 일론 머스크는 작은 조직의 강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린 스타트업 경영 방식을 구사해 빠른 시장 변화와 다양한 사용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아이디어를 빠르게 제품화하고, 고객의 반응을 토대로 경영 방향 또한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세계 각 곳의 공장에 외주를 주고 운영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제작과정까지 내재화한 운영방식 또한 이런 경영 방식을 가능하게 한 요소입니다.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도 테슬라는 다른 대기업과는 다르게 자동차를 시험하는 자리에 엔지니어를 함께 파견해 문제를 바로 수정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한 직원의 인터뷰 내용에서 그 차이가 극명히 드러납니다.


“BMW는 문제가 발생하면 3~4개 기업이 회의를 열어야 하고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문제를 직접 고칩니다.”


많은 혁신은 기본적으로 일론 머스크가 늘 배우는 자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일론 머스크는 어려서부터 상당한 양의 책을 읽었다고 하는데요, 기업 경영에 있어서도 난해한 세계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려고 노력하는 강압적 태도의 경영인이었다고 합니다. 공장에서도 엔지니어를 붙잡고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지식을 배우고자 했다는데, 이 또한 인터뷰 내용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얼마나 잘 아는지 시험하려고 일부러 그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일론이 배우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일론은 상대방이 아는 지식의 90퍼센트를 습득할 때까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일론 머스크는 과거 공적인 이미지와 가정생활 모두에서 흔들리며 위기를 겪기도 했고, 테슬라의 로드스터는 2007년 기술 산업계의 최대 실패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일론 머스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일론 머스크가 관여하는 사업들이 해당 산업계에 진정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지 못한다는 사람도 있는 반면, 일론 머스크가 진정한 물건이며 미래의 기술 혁명을 이끌 가장 빛나는 별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평가가 엇갈리는 건 당연한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닷컴 거품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사라진 DNA라 할 수 있는,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면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고 장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역할을 일론 머스크가 해냈다는 겁니다. 1960년대 케네디 대통령이 아폴로 계획으로 미국인들의 자부심을 끌어올린 것처럼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계획은 다시금 미국인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책 곳곳에도 드러나지만 아마 미국 현지에서 일론 머스크의 인기는 가히 대단할거라 생각됩니다.


많은 시행착오와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일론 머스크는 태양에너지 산업의 솔라시티’, 전기자동차 산업의 테슬라’, 항공 우주 산업의 스페이스 엑스라는 세 사업을 서로 연결해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약간은 Captive Market 느낌까지 줄 정도로요.


물론 가정생활이나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독단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머스크와 관련된 주요 인물 중에 인터뷰를 거부하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책으로나마 접한 CEO 중에는 재포스닷컴의 토니 셰이와 어니스트티의 세스 골드먼을 제외하고는 착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누가 있었나 싶습니다.



아마 창업 열풍 속에서 성공을 위한 자세와 원칙 등 힌트를 얻기 위해 경영자 이야기를 담은 책을 찾는 분이 많을텐데요, 그런 분들께는 분명히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저자는 내가 머스크와 대화하며 놀랐던 점은 언제든 자신의 재산 전부를 기꺼이 잃을 각오로 도전하는 태도였다고 합니다. 물론 미국과 다른 우리나라의 창업 환경에서 이런 태도는 갖기도 힘들고 장려하기에도 적절치 않습니다. 다만 모두가 힘들 거라고 할 때, 사업내용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할 때도 꺾이지 않을 의지를 다질 수 있는 계기를 심어줄 수 있는 책입니다. 두께가 부담스러웠던 스티브 잡스를 다룬 책, 오히려 더 두껍게 나왔으면 좋았겠다 싶었던 제프 베조스의 책에 비해 분량도 적당한 책입니다.


그리고 다른 부분은 몰라도 이 부분만큼은 창업자들이 꼭 마음 속에 새겼으면 싶은 문장이 있습니다.


머스크가 이룩한 성과 가운데 경쟁사가 놓쳤거나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던 성과는 테슬라를 일종의 라이프스타일로 바꾼 것이다. 테슬라는 고객에게 자동차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지를 팔았고, 미래에 손을 뻗는 기분을 팔았고, 관계를 팔았다. 애플이 수십 년 전에 맥 컴퓨터를 팔고 다시 요즘 들어 아이팟과 아이폰을 팔며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애플에 열광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하드웨어를 사고 아이튠즈 같은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받고 나면 애플의 세상에 빨려 들어갔다.”


TED 기획자인 크리스 앤더슨은 일론 머스크의 유산은 그가 창출하는 부가 아니라, 그가 제시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비전에 있다고 말했는데요, 아직도 왕성하게 진행중인 일론 머스크의 유산을 접하고자 하시는 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다만 한 가지. 저는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는 일이 실현되기 보다는 지구가 앞으로도 인간이 잘 살 수 있는 행성으로 남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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