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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천의 문학 살롱
이환천 글.그림 / 넥서스BOOKS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전체적으로 독서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시는 선뜻 손이 가는 장르는 아닙니다. 짧은 글에 많은 의미를 암축한 글이라 더 많이 곱씹어야하고 오히려 이해가 쉽지도 않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주로 지식 습득이나 재미를 위해 독서를 하기 미련이니 시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게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이환천의 문학살롱>은 일반독자에게 시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어필하는 책입니다. 제 페이스북 친구가 공유한 글을 보고 이환천의 톡톡 튀는 시를 처음 접했는데요, 이미 하상욱의 <서울시>가 재치 있는 문장으로 한차례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죠. 이환천은 하상욱과는 또다른 촌철살인의 느낌을 전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렇게 책으로도 출간됐으니 진정한 시인으로 등단하게 된 셈입니다. 물론 정통시인 입장에서는 말장난으로 보이기도 하겠죠. 그래서 이환천은 표지에서부터 이렇게 말합니다.
"시가 아니라고 한다면 순순히 인정하겠다"

그리고 책을 펼치면 네 가지 관전포인트가 나오는데 꼭 염두해두고 읽으시기 바랍니다. 이 책은 다른 시집과는 다른 이환천의 문학살롱이니까요.
• 아무 생각없이 뇌를 스치듯 읽어라
• 시의 주인공을 주위에서 찾아라
• 읽고 직접 한번 써보자
• 이왕 돈 주고 산거 아까워 하지말자.
책은 총 6개 장에 166편의 시로 이루어져 있는데, SNS에 공개되지 않은 시도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장 취업전, 2장 퇴근전, 3장 이별전, 4장 하기전, 5장 죽기전, 6장 특별부록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처음부터 읽는 것도 좋지만 '시의 주인공을 주위에서 찾아라'라는 관전포인트에 따라 자신을 주인공 삼아 가장 밀접한 파트를 먼저 읽어도 재미가 있습니다.
'월요일'이라는 시는 많은 직장인이 공감하는 동시에 마음이 찔리는 시입니다.
토일요일
자기들이
미친듯이
놀아놓고
내가뭐를
어쨌길래
뭐만하면
내탓이고
'활기찬'이라는 시는 12글자만으로도 큰 공감을 줍니다.
출근을
하면서
퇴근을
생각해
이환천은 '작가의 말'에서 "요즘 세상에 전문가, 비전문가 따질 것 있나 싶다. 그냥 가볍게 웃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언중유골, 깊은 속뜻이 담긴 시도 많습니다.

'허세'라는 시는 사람들의 SNS 사용에 대한 내용입니다. 시 옆에 있는 그림을 보면 바로 이해가 갈 겁니다.
사진에서
내얼굴이
주연이면
핸드백에
메이커는
씬스틸러
'말만'이라는 시와
그래그래
시간나면
한번보자
그래그래
조만간에
연락할게
'배우'라는 시도 뜨끔하게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거짓말을
할때보면
너나우리
할거없이
십팔년차
주연배우
너무 많은 시를 보여드리면 읽는 재미가 떨어질테니 이쯤 해야겠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담론의 탄생>이란 책은 '살롱'에서 시작된 유럽 각국의 담론 문화가 사회와 개인에 끼친 영향이 담겨 있습니다. 조금 다른 살롱이지만 이환천이 권하는 문학살롱도 우리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뒷표지에 있는 메시지입니다.
형님들은 룸살롱 대신 문학살롱
누님들은 헤어살롱 대신 문학살롱
고전도 좋고, 소설도 좋고 시도 좋습니다. 조금 버겁다면 이환천의 문학살롱부터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듯 문학에도 귀천은 없습니다. 어떤 방식이건 그저 우리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면 그만이겠죠. 이환천 특유의 손글씨, 직접 그린 그림과 함께 문학살롱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 해당 게시물은 넥서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