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 고전 콘서트 시리즈 2
김경집 외 지음 / 꿈결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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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인기는 여전하고 고전읽기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큰 마음먹고 읽긴 하는데 별 재미도 없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고전에서 감동을 받거나 통찰을 끌어내는 분들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광고인 박웅현은 <여덟단어> 중 하나로 고전을 뽑습니다. 고전은 본질을 담고 있기에 시간과 싸워 이겨내고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시인 천양희도 <작가수업>에서 고전을 언급합니다.

"책은 인간이 만든 가장 훌륭한 발명품인 것 같다. 한 권의 책으로부터 한 사람, 나아가 시대와 인간을 읽는 것이다. 책 중에서도 고전(古典)은 책의 에베레스트이다."

 

고전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서울시교육청에서는 2013년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고전 읽기 강연을 개최하는데요, 이 책은 20149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강연을 정리한 책입니다. 참고로 2015년 고전 읽기 강연에는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소로의 '월든',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주제로 열린다고 합니다.

 


이 책은 제목만으로 따지면 제게 맞는 책은 아니지만 수록된 책(어린왕자, 총균쇠, 데미안, 국부론, 햄릿, 역사란 무엇인가, 사기)을 십대들에게 어떻게 맞춰 전개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이해하기에 결코 쉬운 책들이 아닌데다 고전에 대한 이해는 저도 많이 부족하고, 아직 읽지 않은 책도 있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조차 갖지 않은 책도 있으니까요.

 

첫 번째 강연자인 인문학자 김경집은 왕따 문제로 강연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고전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인문학자에게 고전은 반드시 옛날책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인간의 삶, 그리고 세상 속의 보편적인 문제를 대가의 시선으로 그려낸 책을 말합니다. 발표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고 해도요.

 

그리고 고전을 지식으로 읽지 말고, 시간과 공간 즉, 역사와 지리를 기반으로 해 대가의 시선으로 읽으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질문을 하며 고전을 대하라고 합니다. 질문하지 않고 읽기만 하면 줄거리만 기억할 뿐이지만, 질문을 던지다보면 새롭게 해석하게 되고 직접 경험하지 못한 지식도 질문을 만나면 새로운 지식으로 체득하게 됩니다. 질문의 힘, 이것이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가르침이라 생각됩니다.

 

이제 책 속 고전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처음으로 만나는 고전은 <어린왕자>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고전 중 가장 많은 독자가 읽었을 거라 예상됩니다. 강연자는 관계에 대해 말합니다. 강연자는 어린왕자의 '어린'을 단순히 나이가 어린 아이가 아닌 내 속에 살아있는 또 다른 나를 의미한다고 전합니다. 그리고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생명체는 넓게 보면 바로 ''의 한 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들과의 관계가 곧 나와의 관계이자 남과의 관계로 연결되죠.

 

강연자는 이어서 고독이라는 주제로 얘기해 보자고 합니다. 어린 왕자는 많은 만남을 거치지만 결국 혼자 남겨집니다. 그리고 고독을 통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확인해 가며 삶을 바라봅니다. 이게 고독의 가치이며, 청소년들도 고독의 가치를 깨우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고전읽기 또한 중요한 일이겠죠. 강연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독서는 혼자 하며 느끼는 일이고, 성찰도 이와 같으며, 그것이 고독의 값이며 나를 키우는 힘입니다."

 

아울러 강연자는 다른 사람의 해석을 무조건 따라가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소설가 김탁환은 <읽어가겠다>에서 생텍쥐페리의 다른 책들을 두루 읽고 나니, <어린 왕자>가 새롭게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렇듯 같은 책이라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이어지는 강연은 <, , >입니다. 사실 <, , >는 저도 읽다가 잠시 대기중인 책입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 책을 얘기하는 게 어렵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어쩌면 직장인보다 세계사를 더 잘 알고 있고(직장인의 기억은 많이 소멸됐을 테고), 더 흥미롭게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림 보는 걸 좋아해서 그림과 관련된 책 읽기를 좋아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쉬운 건 제가 그림을 즐기는 방법을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조별 작가를 외우고, 이건 누구의 그림인지를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작가는 무엇을 담고자 했는지, 그 이전에 내가 보기에 이 그림은 어떤 느낌인지가 중요한데 말이죠.

 

마찬가지로 역사는 흐름을 알아야하는 영역이지 숫자를 외울 필요는 없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연구자에겐 숫자가 필요하지만요. 그런 점에서는 교과서의 압축된 지식과 함께 <, , > 같은 책을 읽으며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익히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독서가 중요한 거죠. 청소년에게 독서할 시간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구요. 독서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토론과 논술을 중시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데미안>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는 먼저 아무런 정보 없이 책을 펼쳐도 좋다고 말합니다. 너무 많은 지식을 가지고 책을 접하면 스스로 생각하며 읽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헤르만 헤세는 독서에 대해 "지적인 독자를 만나는 순간 문학의 신선함과 활기가 피어오른다"고 말했는데, 여기서 지적인 독자는 많은 지식이 있는 독자가 아니라 '읽는 글에 대한 경외감', '이해하고 하는 인내', '수용하고 경청하려는 겸손함'을 가진 독자를 말합니다. 이런 원칙을 지키며 읽는 <데미안>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요?

 

강연자는 헤르만 헤세의 삶을 먼저 소개합니다. <데미안>은 헤세의 경험이 많이 투영된 작품이기 때문이죠. 우리는 흔히 책날개에 있는 작가소개는 읽지 않고 넘어갑니다. 관심이 없거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책에 질문을 던지고 잘 소화하기 위해서 고전이 쓰인 시대배경이나 저자의 상황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시작하는 게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헤르만 헤세가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을 이해할 때 데미안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아래 문장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는 투쟁하며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다음으로 소개되는 책은 <국부론>입니다. 애덤 스미스하면 국부론과 보이지 않는 손이 떠오르죠. 흔히 보이지 않는 손이라 하면 시장경제체계를 대변하는 말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국부론은 '영국이 어떻게 국부를 증대시키고 세계를 재패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과 방법을 논한 책입니다. 아울러 개인의 이익에 포커스를 둔 게 아니라 이타적 이기심에 더 중점을 둔 책이기도 합니다.

 

이어서 다른 강연과 마찬가지로 <국부론>의 중요 포인트를 짚어나가는데요, <국부론>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에도 영향을 미쳤고, 애덤 스미스의 선행 연구가 있었기에 한계혁명과 케인스혁명과 같은 혁명적인 경제이론도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결코 쉽게 이해되는 책은 아니죠. 하지만 매 강연 마지막 페이지에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 엄선되어 있으니 독자의 관심사와 이해를 넓히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다섯번째 강연의 책은 연극으로도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진 <햄릿>입니다. 줄거리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죠. 이 강연을 통해 햄릿이 쓰여진 시대의 극장 시설이 햄릿의 첫대사가 "거기 누구냐?(Who's there?, 상단 이미지 참고)"로 시작되는 이유가 됐다는 점이나 당시 여자가 무대에 설 수 없었던 점 등 재미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기네스 펠트로 주연의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생각나기도 했구요.

 

흔히 햄릿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대표되는 인간의 고뇌에만 집중하기 쉬운 작품인데, 강연자를 따라가다 보니 셰익스피어가 심어둔 많은 코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해석의 하나겠지만요.

 


이어서 <역사란 무엇인가><사기>에 대한 강연이 이어집니다. 앞서 소개된 <국부론>과 마찬가지로 보통은 대학생 이상에게 필독도서로 권해지는 책이라 쉽게 이해되는 책은 아니지만, <역사란 무엇인가>는 드라마 정도전(학교와 학원으로 바쁜 청소년들이 드라마를 볼 시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 등 보다 잘려진 소재를 활용해서 설명합니다.

 

130권에 이르는 사마천의 <사기>를 짧은 강연에 담아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죠. 강연자는 사기 속에 담긴 사마천의 정신과 사기가 끼친 영향력을 중심으로 강연을 이어가는데, 강연 중에 인상적인 말이 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세계사선생님께서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과는 친구를 하지 말라"는 말의 의미를 설명해 주셨는데, 강연자는 "삼국지를 백 번 읽는 것보다 사기를 한 번 읽는 것이 낫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사기>에서 배울 게 많다는 뜻입니다. <역사란 무엇인가><사기>에 대한 강연은 청소년들이 역사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고, 대학생이나 사회인이 된 후에도 책을 펼쳐보게 될 시작점이 되겠죠.

 


일곱 명의 강연자들은 책에 필요한 배경지식부터 책 속 핵심적인 부분을 뽑아내 자신들의 해석을 설명하고 청소년들이 고전을 읽을 때 필요한 포인트를 짚어 줍니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배경을 설명하는 강연 앞부분을 읽은 후 그 이해를 토대로 고전을 읽고, 이후에 강연자가 설명하는 부분을 읽으며 자신이 소화한 내용에 강연자들의 설명을 융합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책 제목은 <질문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지만 십대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청소년에게만 질문의 힘이 필요한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하니까요. 강연자들이 전달하는 내용을 정답인 양 수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자와는 다른 의문을 갖고 다른 해석을 통해 다른 관점과 다른 해답을 구할 수 있을테니까요. 이것이 강연자가 "고전에 저항하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에게 많이 놀란 것도 사실입니다. 책에 소개되는 책을 십대에 접하는 것 자체도 놀랍지만, 매 강연 마무리 부분에서 강연자에게 던지는 질문의 내용이 아주 충실하고 정곡을 찌릅니다. 아마 책에 소개된 고전을 읽은 청소년들 중 같은 질문이 생각난 친구들도 많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교육환경이 하루아침에 변할 순 없습니다. 십대들이 고전을 대하는 태도도, 질문하는 힘도 쉽게 발전하진 않겠죠. 그런 점에서 이런 강연이 많이 생겨나고 책이 출간되는 건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특히 자녀가 십대인 분들께는 고전도 읽고 자녀와 책 내용으로 대화도 나누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주는 책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책과 질문에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길에 다다르듯 한권의 책을 읽고 연관된 책을 찾아 읽다보면 길에 다다릅니다. 가족이나 친척 중 청소년이 있는 분, 또는 선배가 후배 청소년에게 이 책과 고전 한권을 함께 선물한다면 질문을 통해 답을 찾는 여정도 꼬리에 꼬리를 물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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