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
박성혁 지음 / 다산3.0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09년 MBC의 한 프로그램에서 14세에서 73세의 대한민국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당신의 인생에 가장 후회되는 일은 무엇입니까?'라는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여러가지 답변이 있었지만, 놀랍게도 남자 10대부터 50대까지, 여자 10대부터 40대까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후회된다'는 답변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나머지 연령대를 살펴보면 남자 60대와 70대에서 '배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답변이 각각 4위와 3위를 차지했고, 여자 50대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후회된다'는 답변이 3위를, 60대와 70대에서는 '배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답변이 각각 2위와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만큼 공부는 사회적 지위나 성취는 물론이고 개인의 자부심이나 내적 만족감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결과이자, 많은 사람을 후회하게 만드는 강력한 적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사실 평생 공부를 합니다. 평생교육이라는 말도 많이 쓰이고 있죠. 대부분의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16년 간 학교에 몸을 담고, 사회에 진출한 후에도 공부는 끝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시중에 공부법에 관한 책도 참 많습니다. 하지만 공부란 대체로 인내심을 요구하고 재미를 느끼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은 조금 특별한 책인데요, 공부에 대한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를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공부는 ‘머리’나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오로지 ‘마음’의 문제라 지적합니다.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면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다니!’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책의 소제목에는 ‘청소년들을 위한 힐링 에세이’라 적혀 있지만 청소년만을 위한 책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저 또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다짐은 자주 하지만 진정 재미있다고 느낀 적은 별로 없으니까요.


저자의 이력이 독특합니다. 깡촌 시골마을에서 공부와 담을 쌓고 지내며 주변사람들에게 "쯧쯧, 저놈 대학이나 가겠나."하는 말을 밥 먹듯 듣고 자랐습니다. 중학교 시절을 교과과정을 이해할 수 없어 초등학생용 문제집을 사서 풀기도 합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의 관심과 지도 아래 먼저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더욱 공부해 매진해 결국 서울대 법대, 연세대 경영대, 동신대 한의대에 동시 합격하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누구나 처음부터 잘할 순 없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재미없고 지루한 단계가 이어지죠. 이 단계에서 ‘이기는 사람’은 잘하게 되려면 고생을 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지는 사람‘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단계가 영원한 줄로 착각하고 지레 겁을 먹습니다. 그러다보니 재미있어지는 단계에 도달하기 전에 포기해버리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취미를 시도하다 금방 열정이 시들해지는 것도 같은 이유 같습니다. 시작할 때는 일정 수준 이상에 다다른 자신을 상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장비도 준비하고 의욕적으로 도전하지만, 기본기를 다지기 위한 지루한 시간을 못 견디고 금새 포기해 버리죠. 그 단계를 뛰어넘고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을 부러워 하면서요.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 능력부족이 아니라 노력부족이라는 저자의 말이 절 뜨끔하게 만듭니다.


저자는 기적의 순간은 결전의 순간이 아니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우리는 많은 사건이나 스포츠 등에서 기적을 말하지만, 그만큼 준비했기에 우리 눈에는 기적으로 보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자기 자신과 경쟁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근 읽은 다른 책에도 “중요한 것은 나와 다른 사람의 차별화가 아니라 나와 나의 차별화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달라야 하며 내일의 나는 또다시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한 번은 원하는 인생을 살아라/윤태성 지음)”라는 문장이 나오는데요, 이 책에도 같은 맥락의 문장이 등장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마음입니다.


“끊임없이 어제의 나를 이기고자 하는 겁니다. 남과 비교하면 조건에 주목하게 돼 불행하지만, 어제의 나와 비교하면 성장에 주목하게 돼 뿌듯해져요. 내 마음 바깥에 머물던 나의 관심을 내 마음속으로 되돌릴 수 있거든요.”



저자도 한 가지 법칙을 소개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언어학과 존 그라인더 교수와 심리학자인 리처드 밴들러의 'NLP 이론'에 근거한 ‘21일의 법칙‘인데요, 많은 책에서 이미 소개된 법칙이기도 합니다. 다수의 뇌 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뇌는 처음 시작한지 21일이 되지 않는 행동에 거부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 행동을 입력해놓을 기억 세포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즉 우리가 하는 행동을 뇌가 받아들이고, 그 행동을 습관으로 저장하는데 21일이 걸린다는 얘기입니다. 


찾아보니 21일의 법칙을 활용하는 사례가 꽤 많습니다. 한 스포츠업체에서는 21일 트레이닝 챌린지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한 식품 업체는 21일간 저지방우유를 마시는 건강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한 의약업체에서는 21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21일을 전면에 내세운 수험서도 많습니다. 마케팅에 이용되는 면도 없지 않지만 그만큼 뇌에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는 뜻이겠죠. 작은 습관부터 하나씩 도전해 보는 건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책은 대학 합격을 위한 비법서도 아니고, 공부의 목표가 단지 대학에 가는 것만도 아닙니다. 독자에 따라서는 뻔한 얘기의 반복이라 여겨질 수도 있겠죠.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겠지만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는데 8년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돌려 말하면 유행에 맞춰 출간되는 공부 방법 책과는 많이 다르다는 얘기죠. 무엇이든 본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도 마찬가지겠죠. 저자가 말하는 공부의 본질을 되새겨봅니다.


“잘 생각해보면, 공부의 본질은 '점수 몇 점', '등수 몇 등'이 아니에요. 그것보다는 일찍이 이 세상을 거쳐 간 무수한 사람들이 몸으로 부딪히고, 느끼고, 깨달아 겨우겨우 알아낸 지식과 지혜를 마침내 '내가 갖게 되는 것'이 바로 공부의 본질입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그들이 지식과 지혜를 남겨둔 덕분입니다.“


그리스어에는 시간을 뜻하는 두 단어가 있습니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인데요, 크로노스는 ‘흘러가는 시간’ 자체를 말하고, 카이로스는 ‘내 존재의미를 느끼는 결정적 시간’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는 24시간인데요, 나에게 그 하루는 크로노스인가, 카이로스인가를 생각하며 마음을 잡아야겠습니다. 그러면 저에게도 ‘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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