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의 세계사 - 인류의 문명을 바꾼 7가지 금속 이야기
김동환.배석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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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퓰리처 상을 수상한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저서 <, , >에서 인류 문명을 바꾼 것 중 하나로 금속을 꼽습니다. 야심차게 <, , >를 읽으려다 그 두께에 잠시 책을 덮은 분들께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금속만으로 폭을 좁혀 금속에 얽힌 역사적 사건을 두루 살핍니다. 인류의 역사를 크게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로 나누는만큼 금속은 인류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죠.

 

현재까지 발견된 금속은 75개입니다. 그 중 인류의 역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일곱가지의 금속인 구리, , , , 주석, , 수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이 순서는 각 금속과 관련된 최초의 유물이 발견된 순서라고 하네요.


 

구리는 인류 역사와 가장 오랜 인연을 맺어온 금속입니다. 현재 이라크 영토에 있는 샤니다르 동굴에서 발견된 구리 펜던트는 기원전 9500년경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작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하는데요, 그 때도 멋을 위한 욕구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구리는 집 곳곳에서도 찾을 수 있는 금속이죠. 동전이 구리로 만들어지니까요. 요즘엔 워낙 카드 사용이 많아지다 보니 동전을 많이 가지고 다니지도 않고 쓰임도 줄었지만, 구리는 예전부터 화폐로 많이 사용된 금속입니다. 한 가지 아이러니는 10원짜리 동전을 만들기 위한 원가가 40원이 넘는다는 합니다. 구리의 매장량도 한계가 있으니 2000년 이후로 구리 가격이 330퍼센트나 올랐다고 하는데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되다보니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캐나다 등에서는 최소 단위 화폐 화페 발행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412월에 1원과 5원 동전 발행을 중단했는데요, 이사를 가거나 가구를 옮기다보면 가끔 나타나기도 하죠.

 

납은 터키 남동부 지역에서 기원전 6500년경에 사용된 유물이 최초의 유물이라 추정되는데요. 활판인쇄술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현재도 합급 재료나 방사능 노출을 방지하는 차폐재로 사용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하지만 납은 양면성을 지닌 금속이기도 합니다. 로마 제국의 귀족들이 납을 광적으로 좋아해서 수도배관, 건축물, 포도주 잔, 식기 등에 널리 사용하다보니 결국 납중독을 일으켜 로마 제국의 멸망을 초래한 원인이 된 것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화장품인 박가분도 납가루가 포함되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도 있죠. 2014년에는 국내의 한 도자기 업체 제품 표면에서 납성분이 많이 검출된다는 보도가 이슈가 됐었는데요, 납중독에 대한 위험성 때문에 뒤에서 말씀드릴 수은과 함께 특히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금속이기도 합니다.

 

은을 사용한 최초의 유물은 기원전 5000년경으로 추정되는데요, 납과 마찬가지로 터키 남동부 지역에서 발견됐습니다. 흥미롭게도 과거 이집트에서는 은이 금보다 귀하게 여겨졌다고 합니다. 금은 당시 이집트에서 자체 생산했지만 은은 소아시아로부터 수입하다보니 유물들을 차마 은으로 만들지 못하고 금으로 만들었는데요, 오히려 이 시대에는 금이 훨씬 큰 가치를 지니게 되었죠. 또 많은 시간이 지나면 지금 우리가 평가하는 금속의 가치가 역전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금은 우리나라 유물에도 많이 사용된 금속인데요. 학창시절 경주로 수학여행을 다녀오신 분이라면 신라의 금 유물을 보셨을 겁니다. 전 세계에서 발견된 고대 금관이 총 10개인데 그 중 6개가 신라의 금관이라 하는군요. 실제로 신라는 사금 채취를 통해 황금의 나라라 불릴 정도로 많은 금 제품을 생산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도중 KBS 뉴스를 보게 됐는데요, 신라의 많은 금을 어디서 채취했는지 밝혀냈다는 뉴스입니다. 관심 있는 분은 링크( http://goo.gl/nYWfrb )를 클릭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석은 기원전 3300년경부터 사용되었는데요, 청동기 시대를 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금속입니다. 청동은 구리와 주석의 합금으로, 주석은 구리의 단점인 강도를 크게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주석 또한 역사 속에서 많은 역할을 담당했는데요, 수메르 문명은 인류 최초로 구리와 주석을 섞어 사용한 민족이라고 하네요.

 

아울러 주석은 러시아와 프랑스의 전쟁, 남극탐험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주석은 영하 13.2도 이하로 내려가면 금방 부서져 가루가 될 정도로 상태가 변한다고 합니다. 이를 몰랐던 나폴레옹의 군대는 러시아의 매서운 추위로 인해 군복 상의의 백색 주석 단추가 가루가 되어 떨어져 나가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고 이는 패배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가 되죠.

아문센과 스콧의 남극탐험 경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료 보관용으로 제작한 깡통의 입구 성분에 주석이 섞여 있었고, 남극의 추위 때문에 주입구가 헐거워져 연료가 모두 새버리고 맙니다. 결국 스콧 탐험대는 남극점을 정복하긴 했지만 복귀하던 중 모두 동사하게 되죠

 

,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청동기시대 이전에도 구리, , , 금을 사용했는데, 왜 석기시대일까요? 학계에서도 '석기시대-청동기시대-철기시대'의 삼시대법에 대한 반대여론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삼시대법이 오랜 기간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왔고, 문화 발전의 양상이 확실치 않은 문화권을 연구할 때는 이미 보편화된 삼시대법을 적용하는 게 편리하다는 이점이 있어 여전히 중요한 시대구분 이론으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류가 청동을 발견하면서 돌도끼에 이별을 고하고 청동 도끼, 청동 검을 만들어 사용했으니 이전의 다른 금속과는 다른 대접을 받아도 되지 않을까요?

 

인류는 이제 철기시대로 접어듭니다. 철이 사용된 최초의 유물은 기원전 210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철하면 떠오르는 제국이 있습니다. 바로 히타이트죠. 히타이트는 뛰어난 야금술로 철제 무기를 개발해 주변 여러 나라를 정복합니다. 기원전 1274년에 람세스2세의 이집트와 히타이트 간 벌어진 카데시 전투 또한 이집트의 기록과 달리 히타이트의 승리라고 여겨집니다. 이집트는 청동제 무기를 쓴 반면 히타이트는 강도가 훨씬 높은 철제 무기를 사용한 게 큰 이유입니다.

 

삼시대법으로 구분한다면 우리는 아직 철기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셈인데요, 지금과 같은 철광석 생산 추세가 계속 된다면 지구상의 모든 철광석은 64년 안에 사라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정말 그렇다면 철기시대 이후엔 어떤 시대가 올까요?

 

이제 일곱 가지 금속의 마지막 금속인 수은 차례입니다. 인류가 발견한 금속 중 유일하게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라는 수은은 트로이 유적 발굴로 유명한 슐리만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기원전 1500년경의 유물이라고 하네요.


수은은 중독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죠. 최근 있었던 수은 함유 참치도 수은중독의 위험성이 일상 생활과 동떨어진 게 아님을 상기시키는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이집트에서는 수은이 화장품의 원료로 애용되었고, 불로장생의 묘약을 사랑한 진시황도 수은중독으로 사망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고대 문명에서 수은이 영생과 관련 있는 물질이라는 소문이 있었고, 진시황 또한 이를 믿고 황제가 되기 전부터 수은을 복용하고 몸에도 발랐다고 하니 수은의 유해성을 알고 있는 우리에겐 정말 아찔한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처럼 금속을 중심으로 구분 짓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인류가 석기 시대를 벗어나게 해 준 최초의 금속이 무엇이었는지, 청동기 시대를 거치며 금속이 어떻게 인류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철기 시대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지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금속이 인간의 삶 속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그런 것일까. 우리는 지금까지 역사 속 금속의 역할에 대해 너무나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책은 금속의 세계사를 주목하고자 한다. 인류는 금속이 움직이는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금속을 아는 것이 역사를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서점 역사/문화사 코너에 가면 OO의 역사, OO의 문화사 등 하나의 테마에서 큰 이야기를 끌어내는 책이 많습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역사는 작은 여러 가지가 함께 작용해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금속의 세계사>에 담긴 역사적 사건도 마찬가지겠죠. 단지 금속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역사는 아니지만, 저자의 말처럼 금속의 역할을 이해하면 역사에 대한 이해 또한 더 넓어질겁니다.

 

주변을 둘러보시죠.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금속이 있는지. 그리고 금속이 없는 생활을 상상해보면 금속의 발견이 얼마나 위대한 발견인지 짐작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재미있는 내용이 많은 책이라 몇가지만 요약해도 글이 길어지네요. 역사에 관심 많은 일반 성인이 읽기에도 학생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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