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는 분들은 대부분 책으로 둘러싸인 서재를 꿈꿉니다. 책꽂이에 꽂힌 책만으로도 멋진 인테리어가 되기도 하고, 그 책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책이 많은 게 항상 즐거운 일만은 아닙니다. 특히 이사라도 가게 되면 책은 그 어떤 짐보다 까다로운 짐으로 변하게 되니까요.

 

일본 장서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의 저자 또한 약 3만권이나 되는 책을 보유한 말 그대로 장서가입니다. 3만권이면 일주일에 한권씩 읽는다 해도 576년 이상 걸리는 양입니다. 하루에 한권씩 읽어도 82년이 넘게 걸리죠. 책을 정리하고자 한번은 책 2천권을 팔기도 했고, 하루는 단골 헌책방 주인을 불러 원하는 책은 다 가져가라고 하기도 했답니다. 문제는 다음날 바로 서점에 가서 책 17권을 사왔다는 건데요, 책을 보낸 아픔을 책으로 치유한 셈입니다.

 

이 외에도 갖가지 장서가들의 일화가 등장합니다. 목조건물 2층에 살던 한 남자는 방에 잡지를 많이 쌓아놓다보니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닥을 뚫고 1층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더 재미있는 건 뉴스에 보도된 그 사건을 본 후 저자와 지인이 뉴스에서 보고 처음에는 자네가 아닌가 싶었어”, “그건 내가 할 소린데라는 대화를 나눴다고 하네요. 일본 목조건물 특유의 사건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바닥을 뚫을 정도면 얼마나 많은 책이 있었던건지 상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 다른 장서가는 책을 위한 집을 지었습니다. 집이 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끼익끼익 소리를 내자 3층 주택을 새로 지은 후 2층과 3층 벽은 온통 책장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우선적으로 책을 위한 공간배치 후 나머지 공간에 사람들이 세 들어 살고 있는 셈이죠.

 

그리고 책이 하도 많아서 그 책을 찾을 수 없다보니 집에 그 책이 있는 걸 알면서도 새로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 책을 꽂아두기엔 너무 많아 박스에 넣어 보관하다가 많은 양을 처분한 후 책등(제목 보이는 부분)이 보이게 했을 때의 기쁨을 느낀 장서가의 이야기, 책을 책장에 꽂아두지 않고 방에 쌓아두는 이유가 책장을 살 돈이 있으면 책을 사는 게 낫기 때문이라는 장서가의 이야기는 한편으론 웃음이 나오고 한편으론 공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각 장마다 저자가 요약한 교훈이 정리되어 있는데 이 중 몇 가지는 일본에 특화된 내용이기도 해서 제 입장에서 공감되는 교훈만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그 순간 자신에게 신선도가 떨어지는 책은 일단 손에서 놓을 것.

책장은 서재를 타락시킨다. 필요한 책은 곧바로 손에 닿는 곳에 있는 게 이상적.

책은 상자 속에 넣어두면 죽는다. 책등은 늘 눈에 보이도록.

진정한 독서가는 서너 번 다시 읽는 책을 한 권이라도 많이 가진 사람이다.

종이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전자서적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장서의 괴로움을 해결하기 어렵다.

 

여러분도 공감 되시나요? 사람마다 독서량도 다르고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다르긴 하지만 책 내용 중 적당한 장서량은 5백 권이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 또한 전자책뷰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종이책이 가진 질감이나 책장을 넘기는 느낌이 좋아 5백 권을 훌쩍 넘기는 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서가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요. 그런데 그 중에 더 이상 펼쳐보지 않는 책도 많고 생각보다 별로라 굳이 보관하지 않아도 되는 책도 있는데 아직 처분을 못하고 있죠. 소박한 장서의 괴로움이랄까요.

 

요즘엔 도서정가제의 영향으로 책값도 부담이라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고 있습니다. 제 지인 중에 책을 일단 읽고 나서 소장가치가 느껴지면 산다는 분이 계신데 저도 그 방법으로 전환중이죠. 집에 책이 많아서 제목이 모두 보이게 책장에 꽂아두지 못하고 쌓아두신 분, 가지고 있는 책을 야심차게 분야별로 정리하고 싶은데 엄두가 안나는 분, 책을 찾아야 하는데 어디에 꽂혀있는지 한참 찾아야 했던 분들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책을 읽으며 독서가라고 말하는 듯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야 말로 올바른 독서가다.(150페이지)’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장서가보다는 독서가가 되고자 노력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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