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물정의 사회학 - 세속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노명우 지음 / 사계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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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을 산다는 것에 대하여.

책의 부제입니다. 사회학과 교수이기도 한 저자는 사회학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닐 때 존재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아울러 사회학은 사회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하죠.

 

저자는 사회를 두 가지 세계로 나눕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세상으로서의 사회'와 학자들의 폐쇄적인 아카데미로 구성된 '세계로서의 사회'인데요, (두 가지가 쉽게 구별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핵심적으로 현대의 사회학은 두가지 세계를 중재할 능력을 상실하고,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삶과는 유리된 이론으로 전락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합니다.

 

책은 25개의 키워드를 구성되어 있습니다.

 ● 1'세속이라는 리얼리티'에서는 상식/명품/프랜차이즈/해외여행/열광/언론/기억/불안/종교 등의 키워드로 화려한 세속의 풍경 뒤에 감춰진 리얼리티를 드러냅니다.

 ● 2'삶의 평범성에 대하여'에서는 이웃/성공/명예/수치심/취미/섹스/남자/자살 등의 키워드로 누구나 영위하는 일상적 문제의 속사정을 들여다봅니다.

 ● 3'좋은 삶을 위한 공격과 방어의 기술'에서는 노동/게으름/인정/개인/가족//성숙/죽음 등의 키워드로 좋은 삶을 열망하기 위해서 필요한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고민을 제안합니다.

 

키워드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시피 평범한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세상으로서의 사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 각 키워드별로 관련된 사회학 도서 내용을 우리의 세속에 적용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아무래도 제가 가진 사회학 지식의 한계상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모두 이해하는 게 한계는 있었습니다.

 

저자가 결국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대면하고 계속 알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른바 콜드 팩트(Cold Fact)’인데요,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차가운 현실과 대면할 때 상처받은 사회가 비로소 치유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그 어떤 책보다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폐부를 꿰뚫을 부분도 많은 책이기도 합니다.

 

 ● '콜드 팩트'와 마주했을 때 발생할 고통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모르고 있고, 고통을 치유해 준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침묵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당신의 고통은 당신 탓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세상에서 느끼는 고통에 당신은 책임이 없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당신 마음 속의 고통을 끝없이 만들어 내는 어떤 존재가 있다. 그 어떤 존재를 우리는 '콜드 팩트'라 부를 수 있다. 그렇기에 상처받은 삶은 상처받은 사회를 치유하지 않은 채 치유될 수 없다. 이 명확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혹은 마치 상처받은 사회가 치유되지 않아도 개인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우리가 좋은 사회 속에 살고 있지 않아도 개인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면, 그 권유는 성공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긍정성으로 뒤범벅된 자기계발서만큼이나 거짓말에 가깝다.(266페이지)

 

그동안 애써 '콜드 팩트'를 마주하지 않으려 노력한 건 아닌가 하는 반성과 '콜드 팩트'를 대면한 씁쓸함이 공존한 책입니다. 이제 당당히 '콜드 팩트'와 대면해야겠죠. 이게 우리의 '세상으로서의 사회'니까요.

(책 끝부분 '키워드로 책 읽기'부분에 저자가 소개한 모든 책이 짧게 정리되어 있으니 사회학에 관심 있는 분은 관련도서까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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