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을 지나가며 책 제목과 표지만 봤을때는 북유럽작가의 독특한 소설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미국작가가 쓴 성장소설이더군요. 그것도 여러개의 문학상을 받은데다, 전미 도서관 협회가 선정한 2007년 '올해의 책'이기까지 하더군요.
열한살 소녀가 주인공인 성장소설이다보니 사실 책을 펼치고 몇장을 읽고나니 대략적인 흐름과 결말은 예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필력 때문인지 밤늦은 시간까지 책을 놓을 수 없었고, 부디 해피엔딩이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넘치는 소설입니다.
어느날 엄마와 아빠가 크게 다툰 후 주인공 소녀인 조지나는 엄마와 동생 토비와 낡은 자동차 안에서 살게 됩니다. 잘 먹지도 못하고 잘 씻지도 못하고 무엇보다 감수성이 차차 예민해질 시기에 친구들이 이 상황을 눈치챌까 전전긍긍하죠. 얼른 살집을 구해야 하는데 엄마가 버는 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강아지를 찾아주면 보상금 500달러를 준다는 전단을 발견하면서 조지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그게 바로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에 옮기는거죠.
책 내용이 현실이라면 정말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일텐데 작가는 이마저도 코믹하고 때로는 따뜻하게 만듭니다. 개를 훔치기 위한 과정에서 조지나와 동생 토비의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가 순간순간 절 키득거리게 하더군요.
아울러 단순한 재미를 떠나 어른이건 청소년이건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개를 훔치는 게 나쁜 일이란 건 알지만 나와 가족을 위해선 반드시 해야하는 상황에서 조지나가 겪는 내적 갈등, 그리고 무키아저씨가 얘기해 준 신조인 '때로는 말이야, 휘저으면 휘저을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라고"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는 부분은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에게도 많은 공감과 깨달음을 줄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어른들도 마찬가지구요.
제 생각엔 조지나가 정리하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차츰 '개를 사랑하는 완벽한 방법'이 되었고, 결국엔 '세상을 향기롭게 만드는 완벽한 방법'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져 12월에 개봉된다고 하네요. 김혜자, 최민수, 강혜정 등이 출연했다는데 내용을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어떻게 각색했을지, 배우들은 어떤 캐릭터로 등장할지 궁금해집니다.
<가족을 위해 훔쳐야만 하는 열한 살 소녀의 애환
"내 집 마련의 꿈, 나는 도둑질로 이룬다!">라는 출판사의 카피마저 절 웃게 만든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