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 서울대생 1100명을 심층조사한 교육 탐사 프로젝트
이혜정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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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나 유머게시판에 종종 올라오는 게시물이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의 개성 넘치는 오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 글을 보다보면 스트레스를 잊을 정도로 웃게 됩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 저것도 맞는 답 아닌가, 너무 편협한 관점에서 아이들의 창의성을 막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어쩔 수 없이 평가를 해야 하는 고초도 있긴 하겠죠.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라는 제목으로만 보면 이 책은 마치 학부모들과 고등학생들이 꼭 읽어야 하는 공부법을 소개한 책 같지만, 서울대 학생과 미국 미시건대 학생 간 심층연구를 통해 현재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교육 방향을 돌아보고, 향후 새로운 교육을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서와 같은 책입니다.

 

저는 학부모도 아니고, 대학생도 아니지만 무척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평소 교육에 대해 생각하던 부분과 상통하는 부분도 많아 무척 공감하면서 읽었구요.

 

지금 이 시대는 기본적으로 술 권하는 사회이기도 하고, (워낙 권하는 게 많긴 하지만) '창의력 권하는 사회''인문학 권하는 사회'라 칭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직장생활 하시는 분들은 다 느끼시겠죠. 주변에서 얼마나 창의나 혁신을 외치는지, 그리고 곳곳에서 인문학에 대한 소양을 요구하는데 우리가 학창시절에 인문학에 대해 생각하며 지낼 시간이 있었나요?

 

책은 크게 두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파트 [그들은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가]에서는 서울대생과 미시건대생의 성적 자료, 설문조사, 심층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대학에서 중요시하는 요소를 분석하고 비교합니다.

 

저자는 사고력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수용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인데요, 수용적 사고력은 상대방이 가르치는 내용을 아무런 의심이나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서 이해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비판적 사고력은 주어진 내용을 여러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서 상대방이 가르치는 내용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능력을, 창의적 사고력은 말 그대로 주어진 내용에 대해서만 생각하기보다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무엇을 새로이 생각해 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어느 정도 예상하시겠지만, 서울대생과 미시건대생을 비교해 보면 미시건대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비판적 사고력과 수용적 사고력이 중시되는 반면, 서울대에서는 학년이 올라가도 여전히 수용적 사고력이 가장 우세를 점합니다. 그러다보니 미시건대에서 유학생활을 하는 한국(아시아계) 학생들이 저학년때는 우수한 성적을 내지만,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사고력이 더 필요해지는 고학년이 될수록 평균에 수렴하는 성적을 낸다고 하는군요.

 

또한 저자는 우리 마음 속 깊이 박혀 있는 편견을 이야기 합니다. 우선 학습은 위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편견인데요, 즉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사고력은 수용적 사고력을 통해 학습이 선행된 후에 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다보니 초중고 12년에 길게는 대학 4년까지 총 16년 간 수용적 사고에 기반한 학습에 매진하게 되는거죠. 하지만 많은 연구에 의하면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사고력, 그리고 수용적 사고력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발전한다고 합니다. 외국의 선진적인 교육 환경을 다룬 다큐멘터리 등에서는 반드시 토론수업이 강조되는 점이 그 실질적인 예라 할 수 있겠죠.

 

그리고 또 다른 편견은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사고력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입니다. 비판적 사고력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뉘앙스가 공격적인’, ‘트집잡는’, 그리고 창의적 사고력에서는 엉뚱한’, ‘튀는등이 연상되다보니 의견을 내거나 질문을 하거나 활발한 토론에 기반한 수업이 이루어질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기도 합니다. 물론 사회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없지는 않겠지만요.

 

많은 분들이 한국의 대학 교육 문제를 지적합니다. 이 책은 서울대를 데이터를 바탕으로 쓰여졌지만 이는 우리나라 모든 대학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학생은 학생 나름대로 좋은 학점을 받아야 이 어려운 시기에 취직을 할 수 있으니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기보다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교수는 교수 나름대로 교수평가가 연구업적(논문)으로 이루어지다보니 강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거나 새로운 교수법을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교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론적으로 교수에게 주어지는 업무 부담을 줄여야 한며, 강의중심 교수와 연구중심 교수를 구분한다던가 수업시간 단축, 수업당 학생수 감소, 강의 수준 향상을 위한 전문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지만 사실 얼마나 현실적인 의견인지,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많은 이해관계 충동과 갈등이 있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아울러 저자는 대학교육을 바꾸기 위해서는 초중고 교육 또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외국 선진 교육시스템과 같이 교사의 권한과 자율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건데요, 사실 이 부분은 좋은 얘기긴 합니다만 이 주장이야말로 얼마나 현실적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공교육이 무너진 지 오래된 상황에 교사가 새로운 교육을 도입한다면 마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선생처럼 쫓겨나는 상황에 처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부분이기도 한데요. 저는 교육이 변하기 위해서는 학부모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모가 아닌 제가 너무 속 편하게 하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학생들 스스로의 목표와 의지보다는 학부모의 목표와 의지가 개입되는 부분이 많은 현 교육환경에서는 교육과 관련한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노력 못지않게 학부모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파트 2 [대학의 공부,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서는 패러다임의 차원, 대학 정책의 차원, 가르치는 방식의 차원에서 각각 그 해법을 찾습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가르치는 교육

지식소비자가 아닌 지식생산자를 기르는 교육

문제해결력에서 문제발견력을 키우는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해서는 이와 같은 교육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무척 공감됩니다. 그리고 이런 교육이 디렉터형 리더에서 코디네이터형 리더를 필요로 하는 현대 사회에 적합하기도 하구요.

 

이어지는 홍콩, 영국, 싱가포르, 캐나다 등의 대학 정책을 읽어 보시면 우리나라 대학의 정책의 이상적인 방향을 상상함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 교육 정책을 백년대계라고 합니다. 소위 우리나라에 근대교육이 도입된 시점을 생각하면 아직 많은 시행착오가 있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이후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어느 한 곳의 노력이 아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교육이 곧 미래니까요.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교육... 행복한 교육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입니다. 다른 독자분들께도 분명 유익한 책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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