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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정원 -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혜영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10월
평점 :
제목이 참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오랜만에 읽은 한국소설이자 제4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강원도 강릉의 한 노관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주인공이자 화자인 이요의 성장소설이자, 소설의 부제와 같이 잃어버린 엄마의 첫사랑을 찾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자, 시대의 아픔을 담아낸 소설이기도 합니다.
문학상을 받은데다 황석영, 성석제, 전경린 등이 평가한 작품이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평가자는 독자일테니 저 나름대로 작품 평가를 해보겠습니다.
윗부분에 적은대로 여러 스타일을 모두 담아내다보니 아무래도 깊은 여운을 남기지는 못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입부부터 테레사의 서정적 편지가 등장하는 앞부분은 각각의 인물을 소개함과 동시에 마치 아름다운 동화책을 읽는 것 같은 흐믓한 기운을 전해줍니다.
(저는 특히 119페이지에 나오는 안나 수녀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테레사야. 책은 세상을 나가는 문이란다. 한 권의 책을 펼치면 문이 하나 열리지. 그 문을 통해 책의 나라로 들어가보렴. 책을 읽는 동안 너는 이 세상이 아닌 그곳에 머물게 돼.')
이후 손님(손상기 교수)의 등장과 함께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살짝 긴박감이 느껴지기도 하구요. 줄거리를 많이 알려드릴 순 없지만 본격적으로 '잃어버린 엄마의 첫사랑'을 알게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주인공 이요가 그 사실을 알게 됐음에도 지나치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점은 저를 갸웃거리게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요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소설이 주는 분위기는 다시 한번 달라집니다. 그 시대가 지닌 아픔을 담아내면서 그 속에서 주인공의 성장, 그리고 소설 속에 등장한 인물들의 얽히고 설킨 인연을 풀어냅니다.
등장인물 간의 관계가 상당부분 작위적이기도 하고 (애매한 표현이지만) 밀도가 약간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는 소설이긴 합니다. 약간 아쉬운 소설이지만 이 소설이 지닌 가장 큰 장점은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서정성인 것 같습니다. 테레사의 편지와 중간중간 등장하는 시 구절은 다른 부분을 읽을 때보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것만으로도 책을 펼친 시간이 아깝지 않게 느껴질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