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롭 - 위기의 남자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5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지만 때로는 옳은 길을 찾기 위해 틀린 길을 헤매고 다녀야 하기도 하는 거야. (p.349) 

  드롭(Drop).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열다섯 번째의 이야기인 ≪드롭: 위기의 남자≫는 퇴직을 신청한 보슈에게 퇴직 유예 제도(Deferred Retirement Option Plan)가 내려진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미제 사건 전담반에서 1년간 일하던 보슈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회의감과 자신의 실력에 대한 고민으로 퇴직을 신청한다. 상부에서는 여전히 보슈의 검거 실력을 믿고 있었기에 그에게 퇴직 유예를 내린다. 때마침 보슈는 두 가지 사건을 동시에 맡게 된다.
  22년 전 해변가에서 19세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한 사건에서 발견된 DNA를 분석한 결과, 사건 당시 용의자의 나이가 8세로 밝혀진다. 8살 남자아이가 19살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보슈는 그 사건에 대해 재조사하기로 한다. 보슈가 그 사건에 집중하려던 찰나, 시의원 어빈 어빙의 아들인 조지 어빙이 호텔에서 투신자살을 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경찰국 출신이었던 어빙은 보슈에게 아들의 죽음에 대한 정확한 사인을 밝혀 달라는 부탁을 하게 되고, 보슈는 탐탁지 않음에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두 사건의 비밀이 파헤쳐 질수록 보슈는 자신이 하고 있는 형사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살인사건 파일을 만들어야겠어." 보슈가 말했다. 그것은 그가 좋아하는 일들 중 하나였다. (p.163)

 

 

 

 

  클레이, 악에 대해서 얘기했던 것 생각나?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악하게 태어나는 건지, 아니면 살다 보니 악해지는 건지 얘기했던 거? 행동은 악할 수 있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인간은 악하지 않다고 했던 거? (p.128)

  ≪드롭: 위기의 남자≫에서는 범죄자들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진다. 우리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을 '악'하다고 이야기한다. 범죄자들의 범죄 동기는 다양한 원인에 따라 나타나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그들이 왜 '악'한지에 대해 고민해본다. 작가 마이클 코넬리는 아동 성범죄자 클레이턴 펠과 교도소에 수감 중인 닥터 스톤의 아들을 제시하며, 독자들에게 세상에 악이 존재하면 어디서부터 오는지 생각하도록 한다.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요. 당신은 거의 날마다 악과 대면하잖아요. 그 악은 어디에서 오는 거죠? 사람들은 어떡하다 악해지는 거죠? 악이 공기 중에 퍼져 있나요? 감기에 걸리듯 악에 걸리는 건가요? (p.230)

  나는 악이 환경의 영향을 받아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해. 클레이턴 펠이 바로 그런 경우인 것 같고. 하지만 펠처럼 악을 실현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똑같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도 악한 행동을 하지 않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 그러니까 환경 말고 다른 것도 있는 거야. 등식의 반대편. 사람들은 잠재된 무언가를 가지고 태어나고 특정한 환경하에서만 그 무언가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 아닐까? (p.232)

  선천적으로 악하다면, '악'에 관한 유전자는 끊임없이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보슈가 생각했듯이, 성범죄자들을 상담해주고 재활을 돕는 닥터 스톤의 유전자가 악하다고 할 수 있을까. 후천적인 요인으로 범죄자들이 악해진다면, 보슈가 말했듯이 같은 불우한 환경을 보내도 다른 결과를 보이는 케이스들도 있다. 작가 마이클 코넬리는 보슈를 통해 '악'에 대해 설명하면서 형사라는 그의 직업에 대해서도 생각하도록 만든다. 범인을 검거할 때는 냉철한 보슈이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는 보슈의 모습에서 굉장히 인간적인 면모가 보이기도 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예요. 이자와 같은 인간들 때문에. 이런 괴물들은 우리가 막아 세울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거든요. 숭고한 일이에요, 우리가 하는 일. 그걸 잊지 마세요. 선배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구했는지 기억하시라고요. (p.387)

 

 

 

   두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드롭: 위기의 남자≫는 굉장히 빠른 속도감을 가진다. 쉴 새 없이 사건의 실마리들이 제공되고 용의선상에 놓일 법한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독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슈와 함께 진짜 용의자를 찾아간다. 소설의 후반부에서는 계속해서 등장하는 반전들로 어지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드롭: 위기의 남자≫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스릴감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퇴직 유예가 내려진 보슈가 계속해서 형사 일을 하며 다음 사건도 멋지게 해결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