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와 공작새
주드 데브루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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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들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세계 문학 고전으로 잘 알려진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당시 부로 축적된 신분 계급사회의 면모와 결혼에 대한 메커니즘을 잘 보여주는 <오만과 편견>은 다아시의 오만과 그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편견이 맞물리며 생기는 오해의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로맨스 서사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할리퀸 로맨스의 대모 주드 데브루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의 로맨스 서사를 자신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로맨스 서사에 공감할 수 있도록 주드 데브루는 현대적인 감성을 첨가하기로 한다. 오만함으로 가득했던 다아시는 매력적인 할리우드 영화배우 테이트로, 신분에 주눅 들지 않고 늘 당당했던 엘리자베스는 솔직하고 당돌한 요리사 케이시로 재탄생한다.

  버지니아 서머힐에 살고 있는 케이시는 어느 날,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샤워를 하는 집주인 테이트의 모습을 보게 된다. 테이트는 휴대폰을 들고 있던 케이시를 발견하고 자신의 모습을 촬영했을 것이라고 오해하며 화를 낸다. 케이시는 사과의 뜻으로 파이를 구워 테이트에게 가져다주지만, 테이트가 친구 잭과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고 테이트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갖게 된다. 
  한편, 테이트의 저택을 관리하던 관리인은 집 안에 공작새를 풀어 놓는다. 케이시의 방 안에 커다란 공작새가 들어간 것을 알게 된 테이트는 공작새를 쫓기 위해 케이시 방을 어지럽힌다. 방 안에 들어온 케이시는 테이트가 공작새를 쫓기 위했다는 말을 믿지 않고 그의 오만한 태도에 화가 나기 시작한다. 첫 만남부터 오해로 가득 찬 그들은 테이트의 친척이자 케이시의 친구 키트가 연출하는 연극 <오만과 편견>에서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로 다시 만나게 된다. 과연, 그들은 무사히 연극을 끝마칠 수 있을까?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당신의 오만함과 자만심,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이기적인 무시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당신이 싫어졌고 이 마음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거예요." _p.133

 

 

 

  작가 주드 데브루는 ≪파이와 공작새≫를 통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낸다. 엘리자베스 역의 케이시는 굉장히 솔직하고 당돌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녀는 유일하게 모두의 선망의 대상인 테이트에게 화를 낼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전 남자친구로부터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받은 아픔이 있었고 이 점은 케이시가 테이트의 직업인 '할리우드 영화배우'에 대한 편견과 함께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게 만든다.

  뭐라고 말하겠는가. '당신이 앞으로 나한테 할 짓을 뻔히 아니까 내 마음 안 다치게 보호하고 싶단 말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런 말을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미래를 놓고 이야기하게 될 테니까. _p.333

  하지만 할리퀸 로맨스의 주인공 매력남 테이트는 첫눈에 반한 케이시의 마음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러나 그의 말에 녹아 있는 귀여운 자만심은 상대방의 기분을 종종 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테이트는 케이시의 마음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그녀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자신의 여자에겐 한없이 자상한 테이트의 모습은 굉장히 호감으로 다가온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떤 아가씨의 침실에서 미친 새랑 싸우고 난 다음에 파이를 숟갈로 마구 퍼먹었는데 그게 너무 맛있더라고요. 천상의 맛이 이런 걸까 싶었죠. 그런데 그 아주 예쁜 아가씨가 나한테 소리를 지르더군요. 그때 머릿속에 든 생각은 그 아가씨 뺨이 어쩜 저렇게 분홍빛일까, 그리고 온몸 어디 한 군데 탐스럽지 않은 데가 없구나, 하는 것뿐이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생각을 바꾸고 파이를 숟갈로 퍼먹게 됐죠. 그러면 그때의 좋았던 추억이 떠오르거든요." _p.294

  이 매력적인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를 이어주기 위해 특별한 역할을 하는 베넷 부인의 올리비아는 작가 주드 데브루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재해석 한 인물 중에서 가장 손꼽힌다. <오만과 편견> 속에서 베넷 부인은 굉장히 세속적인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배우자인 베넷이 죽기 전에 네 딸을 시집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주드 데브루는 베넷 부인 역의 올리비아를 테이트와 케이시를 위한 멘터 역할로 세우고, 케이시가 테이트에 대한 마음을 쉽게 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케이시는 다른 사람이 하는 말만 듣고 판단을 내리나요? 그러면 안 돼요. 본인의 직감을 믿어요. 정말로 뭘 원하고 있는지 생각해야죠." _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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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인상에 느껴졌던 오만함과 그로 인한 편견이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에 대한 사랑의 장애물이 되었다면, 케이시의 파이와 저택의 공작새는 케이시와 테이트의 사랑을 연결해주고 굳건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색다르게 느껴보고 싶다면, 주드 데브루의 ≪파이와 공작새≫를 읽는 것을 추천한다. 21세기 감성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캐릭터는 당신에게 또다시 설레는 로맨스의 길로 이끌어 줄지도 모른다. 덧붙이자면, ≪파이와 공작새≫에 거론된 콜린 퍼스, 테일러 스위프트 등 할리우드 스타들의 실명을 찾아내며 현대적인 감성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다.

  그는 케이시의 뺨에 손을 대고는 얼굴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진지한 표정이었다. "아카시아, 나는 당신이 정말 좋아요. 당신이 내 겉모습만 보는 게 아니라 내면의 모습도 봐 주는 게 좋다고요. 나는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내가 어때야 한다는 식으로 날 판단하지 않으니까요. 당신이 보여 주는 삶에 대한 열정도 좋아요." _p.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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