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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 - ‘대통령의 통역사’가 들려주는 품격 있는 소통의 기술
최정화 지음 / 리더스북 / 201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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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나는 항상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고민한다. 그 고민에 깊이 빠지면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그저 웃는 것으로 그 상황을 넘기려고 한다. 그러다 간혹 운 좋게 입이 트이게 되면, 그 흐름이 끊기지 않게 끊임없이 말하려고 노력한다. 만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 나는 제대로 말한 걸까? 혹시나 나도 모르게 실수해서 상대방에게 내 이미지를 스스로 무너뜨린 것은 아닐까?" 상대방과 진정한 소통을 했는지 의심하며 나는 항상 내 첫마디를 행운에 맡겼다.
≪첫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의 저자 최정화는 전두환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5인의 정상회담 통역사였다. 그녀는 2,000회 이상 국제회의에 참석한 경험을 바탕으로 '격 있는 말하기'를 할 수 있는 소통의 기술들을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그녀가 만났던 수많은 고위급 정상들이나 유명 인사들과의 일화들을 통해 알 수 있는 실용적인 스피치 노하우들은 격 있는 자리에서는 물론 일상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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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 속에는 저자 최정화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통(通)하는 스피치 노하우들이 다양하게 들어 있다. 그 일화들을 읽으면서 그동안 나의 대화 방식에 대해 되돌아 보았다. 역시나 나는 '격 있는 말하기'로부터는 많이 멀어져 있던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격 있는 말하기'를 실천하기 위해 내가 보완해야 될 점들을 찾아 적어내려 가기 시작했다.
1) 말의 본질은 '메세지'에 있다.
목적에 맞게 말하는 것은 현대인이 갖추어야 할 필수 자질이기도 하다.
"말하기는 '스킬'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아는 것이고 그것을 전하는 일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로 알아야 비로소 하고 싶은 말이 나온다." _p.49
상대방과 대화 중에 내가 입이 트였을 때, 나는 간혹 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말한다. 스스로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는데 상대방은 오죽했을까. 내 이야기에 동조하고는 있지만,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는 파악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부끄러워졌다.
2) 첫마디에 신경 써라.
사람들은 만나다보면, 첫인상에 신경을 쓴다. 깔끔한 이미지를 위해 단정한 옷을 차려 입거나 외적인 컴플렉스를 가리기 위해 공들여 화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만나자마자 느껴지는 오라(aura), 이미지, 외모보다 1시간 이상 대화를 나눈 후에 갖게 되는 인상이 진짜 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p.54) 그래서 첫마디를 어떻게 떼느냐에 따라 상대방에게 나의 대한 인상이 정해질 수 있다. 아마 여기까지는 '좋은 첫인상'을 염두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행동할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문장에는 꽂히지 말아야 한다. '꼭 이 문장을 넣어야 해'라는 강박이 생기면, 거기에만 얽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나는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특별한 문장에 꽂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어떤 문장에 꽂히면 그 문장을 꼭 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나보다. 굳이 그 문장이 아니어도 자연스럽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표현할 문장들은 충분히 많음에도 말이다.
3) 상대방 눈높이에 맞춘 소통을 해라.
진정한 어른은 상대를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둘 줄 안다. 그가 나와 같은 선상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 마음이 열리고 말이 통한다.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 자신이 무릎을 굽히거나, 그의 발밑에 받침대 몇 개 정도는 놓아둘 줄 아는 어른의 소통이 더욱 절실한 오늘이다. _p.139
나는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을까. 간혹 타인과 대화를 하다보면, 나는 무의식적으로 내가 하는 말의 핵심들을 생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것을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하고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답답함을 느낀다.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음에도 말이다.
상대방과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에 대해 알아야 한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고, 그와 눈높이를 맞추며 대화하다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통할 것이다. 왜 나는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 초점을 맞추어 대화하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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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디를 행운에 맡기지 마라≫ 속에 녹아 있는 저자 최정화만의 실용적인 스피치 노하우들은 결국 품격 있는 소통의 기술들이었다. 나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들이라고 해서 오로지 '나의 언어'인 것은 아니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 이상이 필요하다. '나의 언어'가 곧 '너의 언어'이고 '너의 언어'가 곧 '나의 언어'임을 생각한다면, 언제든지 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품격 있는 소통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겠다는 신념에서 오롯이 배어 나오는 향기가 있다. 이런 향기를 지닌 사람은 스치기만 해도 뒤돌아보게 만든다. 서로가 서로를 소중히 여긴다는 마음만 충분히 전해도 우리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리고 우리 삶이 한층 더 향기로운 품격으로 가득할 것 같다. _p.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