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 - 100세 철학자의 대표산문선
김형석 지음 / 김영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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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과 밤이 어우러져 하루가 완성되듯이, 삶과 죽음은 인생을 완성시키는 데에 뗄 수 없는 사이다. '끝'이라고 여겨지는 죽음에 대해여 생각하다보면, 죽음의 반대편에 놓여 있는 삶은 상대적으로 소중하게 여겨진다. 죽음으로 하여금 삶이 빛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빛나는 삶을 더 찬란하게 하기 위해 우리는 늘 '더 나은,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자 한다. 그러다보니 사람이 살다보면 한번쯤은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생의 의미를 영구한 것으로 만들며 그 가치를 최선의 것으로 이끌어간다는 뜻이다. 세상의 만물을 모두가 자신을 완성으로 이끌어갈 의무가 있다. 완성을 위한 노력이 삶의 기본적인 원칙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완성을 육체적이거나 자연적인 욕망에서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인간의 운명적인 과정이다. 그것을 거부하거나 무로 돌릴 수는 없다. _p. 76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는 우리에게 ≪영원과 사랑의 대화≫로 유명한 김형석 작가의 작품이다. 

  나에게 남겨진 시간이 길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주어진 현재가 최상의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선하고 아름다운 삶을 통해 행복을 찾아 누리려는 신념과 용기를 가져야한다. _p.6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는 99세가 된 김형석 작가가 ≪영원과 사랑의 대화≫ 이후로 집필한 글들을 선별하여 모아둔 책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99세가 된다면, 죽음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낼지도 모른다. 언제 나의 숨이 끊어질 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잊어버리고 살아갈 수는 없을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형석 작가는 현재 자신의 시간을 그의 인생에서 가장 최상의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행복을 찾아 누리려는 신념과 용기를 글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한 번의 삶을 살아가면서 사람은 얼마나 많은 관계 속에 놓여질까. 그리고 그 관계는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부분의 관계는 '만남'으로 시작된다. 세상에 첫 울음을 터뜨리면서 부모와의 만남을 가지고, 또래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를 만들어낸다. 가깝게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 배우자간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등 수많은 관계들이 시작되지만 그 모든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는다. 결국 만남 끝에 있는 '이별'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별을 늘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다시는 볼 수 없다고 생각되는 이별은 훨씬 더 먹먹해진다.
 
  만일 누가 먼저 갔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때의 허전함과 외로움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겠어요? 차라리 지금과 같이 떨어져 지내다가 누가 갔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래도 크게 흔들리거나 허무하게 허덕이는 일은 적을 것 같은데…. 이제 다시 깊은 정을 쌓았다가 다가오는 사태를 어떻게 견디려고 그러세요… _p.33

  그럼에도 우리들은 이별 속에서 오는 허전함과 외로움을 새로운 관계를 통해서 극복해내곤 한다. 그러나 가끔은 이 관계에서 온전히 '나'라는 자신을 찾지 못해 고독함을 느낀다. 타인과의 관계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나'라는 가장 중요한 존재를 잊어버리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타인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나' 자신과의 대화도 필요한 법이라고 김형석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의 고독감은 이러한 대내적인 성질의 것만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과의 대화를 가져야 하며 이웃과의 사귐도 불가피하다. 자기의 인견과 영혼이 '너'라고 부를 수 잇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대화를 가질 수 있는 상대는 언제나 '너', '당신'이다. _p.55

 

 

 

 

 

  가끔 나는 20년 후, 30년 후의 나를 그려본다. 현재의 나는 스스로 미숙하다고 여겨지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그리고 지금보다는 더 성숙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기도 하다.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를 읽는 동안 나는 더 시간이 흘러 내가 완전한 수인 100을 앞두었을 때, 나의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을 '1'을 찾아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다.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여전히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남은 나의 시간동안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는 없지만, 그럼에도 나는 노력할 것이다. 나의 삶을 더 찬란하게 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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