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홀했던 것들 - 완전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완전한 위로
흔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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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 사이에서 SNS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나도 덩달아 가입했다. 몇 시간동안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돌아다녀야 볼 수 있는 게시글들을 한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아직은 싸이월드 감성이 남아 있을 때라 그런가, 그 때 당시 나는 감성적인 글귀들을 모으곤 했다. 
  그러다 흔글 작가의 글귀들을 보게 됐다. 당시 하상욱 시인이 재치 있는 몇 마디만으로도 SNS에 짧은 시 열풍을 일으켰다면, 흔글 작가는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글귀들로 SNS 짧은 에세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밤하늘, 고요한 사막, 황혼 등의 감수성 풍부한 이미지와 그의 글귀들의 조화가 좋아 스마트폰 배경화면이나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글보다는 이미지에 집중하게 됐다. 긴 글을 읽는 것보다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졌다. 흔글 작가의 작품들을 이미지로 접한 나는 그의 글귀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적 요소에 집중하고 있었다. '예쁜 글귀 사진.' 그의 작품에 대해 나는 그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종이란 매체는 사진, 동영상들과는 달리 오로지 '글'에 집중하게 만든다. 아무 것도 없는 드넓은 흰 공간에, 오로지 있는 건 까만 글씨뿐이다. 어떤 단어를 골라 쓰고, 어떤 비유로 문장을 완성시키는지. 오로지 그가 쓴 글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소홀했던 것들>을 통해 만난 흔글 작가의 짧은 에세이들은 담백하면서도 서정적이었다.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필사도 했다. 처음 봤을 때 꽂혔던 글귀들을 노트에 한 문장, 한 문장 적어 내려가면서 다시 한번 곱씹었다. 더욱 그의 문장이 좋아졌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선택한 비유법도 좋았고 '감성적이어야 해!'라고 해서 흔히 말하는 오글거림의 범주에 있는 표현법이나 문장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냥 담백한 그 문장이 좋았다.

 

 

  SNS가 등장하고 나서부터 긴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긴 글을 읽고는 싶으나, 그게 쉽게 되지 않는. 흔글 작가의 <내가 소홀했던 것들>은 짧은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부담감 없이 읽으면서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책. 그게 <내가 소홀했던 것들>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쉽게 잠 못 이룰 겨울 밤, 따뜻하고 포근한 이불 속에 들어가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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