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카네기 메달 수상작
사라 크로산 지음, 정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만약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였던 사람이 내 곁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그 기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늘 함께 잠을 자고, 같이 밥을 먹고, 사과 파이를 만들고, 쇼핑하고… 모든 하루 일과를 함께하던 소중한 사람이 내 곁에서 사라진 그 공허함을 어떻게든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사라 크로산의 <원>은 어떻게 둘이 살았고, 어떻게 하나로 살아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결합 쌍둥이로 살아온 그레이스가 자신의 자매이자 단짝인 티피에게 띄우는 마지막 인사.
  그레이스와 티피는 다른 쌍둥이들과는 조금은 특별한 쌍둥이다. 몸이 하나인 결합 쌍둥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샴쌍둥이다. 머리와 심장이 각각 2개인 그레이스와 티피는 하나의 하체를 함께 공유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더이상 홈스쿨링이 어려운 그레이스와 티피는 16살에 처음으로 학교를 간다. 그동안 자신들을 괴물보듯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던 두 소녀들은 학교에 가는 것이 큰 두려움으로 느껴졌다. 

 

 

 

 

  그렇지만 용기를 낸 그레이스와 티피는 혼비컨 고등학교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야스민과 존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친구들을 사귀게 된다. 그레이스와 티피는 야스민과 존 외에 다른 아이들의 시선은 신경쓰지 않은 채 학교를 다니려고 노력했고, 그들은 어느새 학교를 좋아하게 되었다. 야스민과 존만 있다면 어디든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티피가 기절하면서 병원에 입원한 그들은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레이스의 심장이 좋지 않아 분리 수술을 해야하며, 성공 가능성은 생각보다 낮다는 소식을. 누구보다 떨어지기 싫었던 그들이었지만 오랫동안 함께하기 위해 수술에 감행한다.

 

 

 

 

  처음 <원>의 책장을 펼쳤을 때 놀람과 동시에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문장과 문단으로 이루어져 있는 기존의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원>은 자유시 형태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제목과 함께 특이하게 쓰여진 문장들은 한 곳에 오래 머무르게 만드는 법이 없었다. 속도감은 물론, 주인공 그레이스의 감정 하나하나 강조되는 느낌이었다. 500페이지라는 두께가 전혀 부담없이 느껴졌다. 오히려 아쉬움이 더 남았다.
  SNS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긴 글을 읽는 게 조금은 힘들어져 책을 멀리한 적이 있었다. 짧은 글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읽을 수 있지만, 긴 글을 읽는 데는 많은 집중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원>은 짧은 문장과 독특한 단어 배치들로 이루어져 있어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어떤 책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읽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는 싶지만 쉽게 읽히지 않는 사람들에게 <원>을 시작으로 책 읽기에 도전해보라고 권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원>은 그레이스의 1인칭 시점으로, 결합 쌍둥이의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 가깝고 진실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그레이스가 존의 존재를 떠올릴 때마다 간혹 그녀 옆에 티피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가끔은 티피가 그녀의 옆에 있다는 사실을 함께 잊어버릴 정도다. 그레이스는 자신과 티피의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 담담하게 전해주는데, 스스로가 불운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과 티피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은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그려낸다. 그들을 '괴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의 시선은 무시하면 그만이니까.
  늘 붙어다니는 티피와 그레이스지만, 그레이스는 가끔은 혼자가 된다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조금은 더 자유롭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그러나 그레이스의 상상은 오래가지 못한다. 서로를 잃을 수도 있다는 그 위험한 수술을 떠올리면, 옆에 있는 티피의 존재가 한없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운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피곤에 지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티피는 코를 내 코에 비볐다.
"다 잘될 거야.
설령 잘 되지 않는다 해도, 괜찮아."

 

  어떻게 둘로 살아갔고, 어떻게 하나가 된 그들의 삶에도 아름다운 순간들은 존재했다.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냉대 속에서도 그들은 불가능할 거라고 믿었던 우정을 느꼈고, 사랑을 꿈꿨다. 그 찬란한 순간들은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함께 했다. 그러기에 이 소설은 덧없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레이스와 티피의 소중한 관계처럼,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따뜻함을 주는 관계에 놓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이스와 티피가 느꼈던 그 따뜻함을, 끈끈한 유대감을 함께 느끼고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추워지는 날씨에 몸이 웅크려지는 연말이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포근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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