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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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들기 전, 유튜브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유병재의 스탠드업 코미디. 3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었음에도 웃음이 계속 났다. 자신을 향한 악플을 읽으면서도 긍정적으로 받아치는 모습이 매우 통쾌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 밖에도 짤막한 그의 영상들을 보면서 시원시원하게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얼마 후에 그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 그의 영상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의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에 앉아 1시간동안 다 읽을 정도로 <블랙코미디>는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쉽게 읽히지만 그만큼 씁쓸해지는 책이기도 했다. 사실 유병재의 SNS를 자주 접하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이, 그는 간혹 사회의 몇몇 문제들을 유머로 승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블랙코미디>는 제목답게 사회의 몇몇 문제들을 유머로 승화시키고 있었는데, ‘해학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보면서 공감되어 웃음 짓는 나로썬 한편으로 씁쓸함이 들기도 했다.
  작가 소개부터 서문, 마지막 책장까지 그만의 매력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사람들이 저마다 마음 속에 꾹꾹 눌러 담았던 것들을 그는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주니, 그것으로부터 오는 쾌감이 있다. 그래서 그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블랙코미디>를 읽으면서 특히나 공감되는 부분들을 모아보니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어제의 나 개새끼야 ㅠㅠ 너 때문에 뺑이 치게 생겼잖아 부탁한다 내일의 나 ㅠㅠ

 

  할 일이 많음에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굴뚝 같을 때가 있다. 억지로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것보단 하고 싶을 때 다시 시작하고 끝내는 게 더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라면서 자기 최면을 걸 때가 종종 있다. 그 때의 나는 "내일의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길게!" 라며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내기도 하며 할 일을 미루는 것을 알리기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친구에겐 "어제의 나를 때리고 싶다, 어제의 나는 쓰레기다" 라며 징징대는 카톡을 보냈다.
 평소에도 자주 사용하는 말이어서 그런지 이 페이지가 나오자마자 나는 격하게 공감했다. 할 일을 미루지 말자는 반성을 함과 동시에 또 그 날의 할 일은 다음 날로 미뤘다.

 

 

 

 

주댕이 싸물어.
나한테 상처 줄 수 있는 건 나뿐이야.

 

  가끔 친하지도 않은 상대로부터 충고를 들을 때가 있다. 말이 좋아 충고지, 충고가 충고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도 종종 있다. 굳이 이야기 해주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모두 이야기 해주는데, 듣다보면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자기 방어' 능력이 점점 상승하고는 있지만, 조금의 틈을 비집고 상처되는 말들이 들어올 때가 있다.
 남이 나에게 하는 말에 나도 상처를 받는데, 내가 하는 말에 남들은 상처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이 나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하는데, 나라고 남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한 적이 없지는 않을테니까. 그 누가 되었든 자신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 뿐이다.

 

 

 

 

 요즘같이 머릿속이 복잡할 때, 이 책을 만난 것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크게 생각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물론 그가 결코 생각하지 않고는 볼 수 없는 주제들(직장 내 성희롱, 상사의 부적절한 대우 등)을 주로 사용하여 유머로 표현하고는 있지만, 다른 책들에 비해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며 한 장 한 장 넘기게 되니 말이다.
  책이 출간된 기념으로 세상에서 가장 느린 사인회가 진행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그의 사인회에 갈 수 있던 상황이 아니어서 아쉬움은 매우 컸다. 훗날, 두 번째 책이 출간하게 된다면 그때는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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