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붕당실록 - 반전과 역설의 조선 권력 계보학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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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역사적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개봉되면 종종 챙겨 보는 편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가장 재밌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재미를 위해 조금씩 왜곡된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취하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 되겠지만.
 이런 영화들 중 대부분은 '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닥쳐온 위험에 대해 고민하는 왕과 그 옆에서 견해를 펼치는 신하들의 모습. 신하들의 말에 왕은 화를 내기도 하며, 무력하게 그들의 말을 듣는 모습을 보인다. 후자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저 당쟁의 모습이 조선을 망하게 한거야!'

 이렇듯 어느 한쪽이 권력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서로 팽팽한 대립과 견제가 유지될 때 왕은 정치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다. 물론 왕도 권력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왕과 양쪽 권력의 지형이 팽팽한 삼각관계를 이룰 때 정치는 가장 발전된 모습을 띨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붕당정치는 왕조시대의 정치 중에 가장 발전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p.5)

 

  그러나 <조선붕당실록>의 저자 박영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붕당 정치의 모습은 일본 학자들에 의해 주입된 식민 사관의 영향이라고 주장하며, 붕당 정치는 가장 발전된 모습의 정치임을 이야기한다. 붕당이 조정을 이끌기 시작한 후부터 상호 견제를 하게 되면서 정치를 발전시키는데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붕당의 영수들을 중심으로 정치가 전개되거나 붕당 간의 권력 투쟁이 심화되면서 피를 부르는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저자 박영규는 <조선붕당실록>에 붕당을 만들어낸 사림파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선조, 광해군부터 영조, 정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많은 말과 상소들은 순식간에 정세를 뒤집으면서 치열한 조선 붕당 정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사이에서 고뇌하는 왕의 모습과 그에 따른 결정이 또 다른 정세를 낳게 되며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끄러운 것이다. 그러나 시끄럽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판이 시끄럽다는 것은 정치가 건강하다는 반증이다. 정치적 투쟁과 소란이 없는 정치야말로 나라는 망하게 하고 백성을 고통스럽게 한다. (중략)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조선 후기에 이뤄진 230년간의 붕당 시대는 조선의 정치가 매우 건강했음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p.330)

  붕당이 생긴 이후부터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 등 다양한 대립 구조 양상을 보이며 시끄러웠던 붕당 정치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조선 평민의 삶은 안정된 상태였다고 한다. 마냥 신하들이 권력을 위해 서로를 죽고 죽이는 투쟁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조선붕당실록>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고, 그 장면들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가끔 TV에서 중계해주는 국회의 모습을 보다보면 자신의 주장들을 펼치는 시끄러운 모습들이 붕당 정치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는 하지만, 결코 그 모습이 건강한 정치의 모습이라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소리 지르는 그 모습들 속에서 시원하게 나오는 결과는 크게 없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를 알고 현재의 나를 반성한 뒤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붕당 정치를 마냥 '시끄러운 정치'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속에서 느껴지는 움직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 과정들을 살펴보다보면,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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