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제시 버튼 지음, 이나경 옮김 / 비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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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나의 뮤즈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예술과 학문의 여신의 이름에서 비롯된 '뮤즈'는 옛부터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아름다운 여인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유명한 화가들의 곁에는 어김없이 그들의 뮤즈가 존재했다. 클림트에게는 에밀리 플뢰게가, 르누아르에겐 데데가 있었듯이. 또한, 사람들은 예술가와 뮤즈 사이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열광했다. 두 사람 사이에 그러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기에, 멋있는 작품이 나온 것처럼. 처음 <뮤즈>라는 책을 알게 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이 책은 유명 예술가와 뮤즈 사이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각색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뮤즈>는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소설 <뮤즈>에는 총 4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오델, 올리브, 테레사, 세라. 그들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공통점에 묶여 있었는데, 각자만의 사랑이 두드러지게 그려진다. 오델은 사랑에 대해 거부하며, 올리브는 사랑을 한다는 것에 두려움이 없었다. 테레사는 사랑의 추악함을 알았고, 세라는 사랑의 외로움을 알았다. 그들만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책장을 넘기다보면, 독자들은 제시 버튼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만나게 된다.

 

 

 

 

  <뮤즈>는 1967년과 1936년의 시대를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1967년을 살아가고 있는 오델과 1936년을 살아가고 있는 올리브의 삶에 대해 비교할 수 밖에 없다. 글을 쓰는 오델과 그림을 그리는 올리브의 모습은 너무나도 상반된다. 오델은 퀵을 만나면서, 자신의 작품을 잡지에 실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지만, 올리브의 경우에는 자신의 예술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의 밑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남성들의 그림자에 가려져 예술성을 펼치지 못하는 시대의 여성 화가를 대표하는 것이 올리브인 셈이었다. 

당신은 내게 영감을 줘요.

 

  제시 버튼은 오델과 올리브의 삶을 보여주면서 그동안 예술가는 남자, 뮤즈는 여자라는 편견을 뒤집고자 하였다. 오델이 올리브의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퀵의 도움을 통해 자신의 예술성에 대한 기회를 얻게 되고 자아 실현까지 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편견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뮤즈'에 관해서는 결코 정해진 성별이 없음을.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 예술가들 앞에 붙는 '여류'라는 단어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뮤즈>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그것이었다. 오래된 예술사 속에서 여성 예술가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좌절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그러나 오델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여성 예술가들은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그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 예술가들이 그렇게 자신들의 꿈을 실현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곁엔 결코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뮤즈'들이 존재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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