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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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Utopia).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를 뜻하는 말이다. 옛부터 우리 조상들은 유토피아를 꿈꿔왔다.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세상, 굶거나 병든 이가 없이 오래도록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 지금의 우리는 조상들이 꿈꿔온 그런 유토피아에 살고 있다.
​하지만 풍요로워진 이 현실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매일 열심히 일을 하며 살아가야만 하고, 지금도 세계곳곳에서는 빈곤에 허덕이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러니한 이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과거 우리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유토피아를 꿈꾸려고 한다. 우리의 유토피아는 어디쯤 있을까?

 

 

 

이 책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역사학, 경제학, 사회 심리학, 문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우리가 꿈꿀 수 있는, 그리고 지금 바로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를 제시해준다. '보편적 기본 소득'을 시작으로 '주 15시간 노동','국경 없는 세계' 등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 문제를 바탕으로 미래 지도를 그려주고 있다. 그가 제시하는 사회 문제들은 결코 멀리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들이 아니었다. 작게는 우리 한국 사회에서도 볼 수 있던 문제였고, 넓게는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한국 밖 세상에서 볼 수 있었다.

​★ 유토피아 1. 보편적 기본 소득

​  나는 4학년이다. 이 말은 곧 내가 취업난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일을 구하기까지의 과정은 벅차다.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괜찮은 삶을 위해선 무조건 일을 해야 한다.
​이 생각을 뛰어 넘는 것이 '보편적 기본 소득'의 취지다. 모든 국민에게 조건없이 일정한 현금을 주는 제도인 보편적 기본 소득은 일하지 않아도 빈곤 없는 삶을 영위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  얼마 전, 서울시에서 청년수당을 받고 있던 일부 청년들에 대해 자격상실을 이유로 지급을 중단하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들이 구직활동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부담을 덜자는 취지로 시작된 청년수당은 '보편적'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기본 소득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었던 제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급된 기본 수당으로 청년들이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어 좋은 제도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몇몇 사람들은 보편적 기본 소득이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드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그러나 저자는 과거 있었던 여러 실험 정책들을 예시로 들며, 기본 소득이 생긴  빈곤층들이 어떤 변화를 보였는가에 대해 보여준다. 또, 그동안의 복지들이 '어떻게 하면 이들이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파생되어 유급 일자리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있었다는 문제를 꼬집어 낸다.
​ 세계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스위스, 네덜란드, 캐나다 등에서 보편적 기본 소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어쩌면 빈곤에서 벗어난 삶은 멀지 않았다.

​★ 유토피아 2. 15시간 노동

  최신 시사 이슈에 대해 칼럼을 쓰는 전공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매주 주어진 주제 중 선택하여 자유롭게 칼럼을 작성하면 되는 수업이었다. 어느 날 '주 4일 근무제(유연근무제)'에 대한 주제를 받게 되었다. 조사를 하던 중 이미 일본에서는 주 4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우리나라 역시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근무 시간이 단축되자 직원들의 업무 성과율이 증가하여 기업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1명이 담당하는 근무 시간이 단축되니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1명이 더 채용되는 현상이 나타나니 일자리 창출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여가'시간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주 15시간 노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가시간이 생긴다면 근무가 아닌 자신에게 중요한 다른 활동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여가시간은 필요하다는 근거를 시작으로 그는 주 15시간 노동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한다. 이 외에도 언급했던 일자리 창출 효과와 출퇴근 시간 감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초과근무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예방에 대한 근거를 들며 주 15시간 노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 유토피아 3. 국경 없는 세계

 

 

2년 전, 사진 한 장이 유럽을 눈물로 채웠다. 시리아를 점령한 IS 테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터키로 건너가 그리스로 들어가려던 3살 쿠르디의 이야기로 세계는 '난민'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많은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과정에서 국민들과의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며,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견해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들에 대해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그는 '국경'이 세계 빈곤 문제를 유발한다고 보았다. 아직까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경제력'이라는 큰 장벽을 두고 가로막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그는 '국경 개방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 빈곤 문제는 물론,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으며 난민 이주 문제 역시 해결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우리가 원해야 하는 것은 완성된 유토피아가 아니라,
상상과 희망이 살아 있고 꿈틀거리는 세상이다.

 

  이 외에도 그는 다가오는 4차 산업으로 인한 환경의 변화 속에서 인간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며 유토피아를 위한 방법을 제시해준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인간이 스스로 행복하려면 이런저런 즐거움뿐 아니라 희망과 진취적인 기상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점을 인용하여 그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것 자체가 유토피아를 향해 전진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유토피아는 멀리 있지 않다. 상상하고 실현시킨다면, 유토피아는 한 층 더 가까워 질 것이다.

 

 

 

 

 

  소설, 에세이 등 문학에만 치중되어 있던 나의 독서 습관에 조금의 변화를 일으켜 준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유토피아'라는 꿈의 세계를 빗대어 현실 속 문제들을 꼬집어 준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추상적이고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눈에 띄었다. 여러 통계적 자료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가 제시한 미래 지도는 결코 붕 뜬 느낌이 아니었다. 
 그의 미래 지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 사회적 문제가 결코 나에게서 멀리 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당장 신문을 펼쳐보거나 SNS를 이용하기만 해도 접할 수 있는 문제들이었다. 가까이 있는 사회적 문제, 현실적 실현 방안, 그리고 멀지 않은 유토피아.
 물론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다. 그러나 옛 우리 조상들이 꿈꿨던 유토피아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처럼, 우리의 유토피아도 언젠간 실현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완성된 유토피아가 떡하니 나타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상상하고 조금씩 변화를 꾀낸다면, 충분히 그것만으로도 유토피아가 될 수 있다. 곧 다가올 우리의 유토피아를 기대하고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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