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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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중 제 2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는 레누(엘레나 그레코)의 친구 릴라가 노트가 8권 들어 있는 금속 상자를 레누에게 전해주면서 시작된다. 낡은 노트 8권에 담긴 릴라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간 있었던 일을 회상하면서 독자들에게 드라마틱한 그들의 젊은 청년기의 이야기를 말해준다. 
  제약 없이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게 되는 청년기에는 그만큼의 두려움이 따르게 된다. 그 두려움은 레누보다 릴라에게 주로 찾아왔는데, 성장하면서 느끼는 내면의 두려움, 사랑에 대한 두려움, 선택과 결정에 대한 두려움 등 다양한 두려움은 릴라에게 선과 악이 섞인 행복으로 다가왔다.


 

 

 

   스테파노와 결혼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부유한 '사모님'으로 불려 행복할 것만 같은 결혼 생활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끝이 나고 말았다. 자신의 뒤에서 이루어졌던 스테파노, 오빠 리노와 솔라라 형제의 은밀한 거래를 알게 된 뒤로, 릴라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삶의 목적을 다 잃어버린 것 같은 상실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결혼 전에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좋아하던 남편 스테파노에 대한 역겨운 감정까지도.

 

 

 

 

  소설의 전반부에서는 '릴라의 방황'을 보여준다. 그동안 레누가 보았던 릴라의 모습은 늘 똑부러지고 당당해보였다. 그녀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그 누구도 옳고 그름의 잣대를 댈 수 없도록 행동했던 릴라였다. 그러나 그 불행의 결혼 생활로 릴라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학업을 포기하는 대신, 많은 생각을 하고 구두 디자인에 열성을 쫓고,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결혼까지 하였지만 한 순간에 그녀가 쌓아온 것들은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어쩌면 릴라 역시 그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남편 스테파노에게 휩싸여 사라질 것만 같은 자신의 '경계의 해체'에 대한 두려움을.

 

 

 

  한 차례의 임신, 유산을 겪으면서 모든 것을 잃어버리던 릴라는 레누가 좋아하던 니노와의 불장난 같은 사랑으로 생기를 얻게 된다. 오래 전에 그녀가 레누에게 했던 것처럼, 니노의 곁에서 그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그에게 학문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다. 그와 함께 할 생활들을 생각하며 그녀는 선택과 책임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한 편, 레누는 릴라와의 화해와 다툼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그녀에게서 독립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려서부터 친구이자 선생님, 또는 경쟁상대로서 늘 자신을 비교하게 만드는 릴라로부터 멀어지면서 그녀는 새로운 자신을 찾아간다. 릴라에게 일어나는 일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성장하는 길을 찾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부터 소설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엘레나 그레코' 라는 그녀의 이름이 두드러지게 등장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소설의 대부분은 '릴라'가 중심이고, 그녀에 대한 레누의 생각을 서술하고는 있지만. 릴라가 '라파엘라 카라치 부인'이라는 호칭에서 '체룰로 부인'이라는 호칭까지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는 그 과정 속에서, 레누는 '레누','레누차'라는 이름에서 '엘레나 그레코'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엘레나 그레코'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소설을 출간하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라는 제목은 아마 이 점에서 찾아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파란만장한 그들의 청년기에는 릴라와 레누를 지칭하는 다양한 이름들이 등장하고, 다르면서도 조금은 비슷했던 릴라와 레누의 삶은 그들의 이름(호칭)으로 인해 완벽히 다르게 느껴지도록 한다.

 

 

 

  릴라의 낡은 노트 8권은 레누에게 릴라 그 자체였다. 그녀의 낡은 노트 8권을 다 읽은 레누는 그 금속 상자를 다리 밑 깊은 강 속으로 밀어 버린다. 깊은 강 속으로 잠식하는 그녀의 노트를 바라보며 그녀는 마치 릴라가 강 밑으로 가라 앉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장면은 레누가 릴라로부터 멀어지는 느낌을 자아낸다. 마치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여겼던 릴라로부터 레누는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낀다. 그 감정은 레누에게 혼란스러움을 안겨주면서도 릴라로부터 독립하고자하는 선택을 내리도록 도와준다.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는 <나의 눈부신 친구>에 비해 훨씬 두꺼운 책이었지만, 그만큼의 흡입력 때문에 눈깜짝할 새에 다 읽을 수 있던 책이었다. 무엇보다도 한번에 파악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탈리아 이름이 이제는 익숙해졌기 때문이겠지.
  순식간에 바뀌는 인물 간의 관계에 대해 파악하면서 읽는 것이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650페이지의 소설 속에서 벌써 몇 번의 인물 관계가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 '나폴리'에서 그들은 젊음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그만큼 '사랑'을 즐기고 있었다. (물론 그들의 사랑이 일반적인 사랑이 아닐 때도 많았지만.) 
  
 엘레나 페란테는 전 작품인 <나의 눈부신 친구>가 절정에서 끝난 것처럼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역시 절정에서 끝냈다. 마치 드라마처럼 그 다음 부분이 궁금하도록. 어쩌면 그녀의 나폴리 4부작의 절정은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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