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울어도 되는 밤
헨 킴 지음 / 북폴리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더운 여름, 무더위에 잠 못 이루고 있다 조심스레 <실컷 울어도 되는 밤>의 책장을 넘겨본다. 밤의 시간이 흐를수록 찾아오는 감성의 시간들은 더욱 깊어져간다.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헨 킴의 일러스트들은 감성의 시간 속에 놓인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 오늘 밤은 실컷 울어도 된다고.

 


  마음에 드는 부분에 인덱스를 붙이다보니 꽤 많은 양의 인덱스가 모였다. 화려한 색감들의 일러스트들과는 달리 흑과 백, 단 두가지 색으로 표현한 일러스트들은 생각보다 매력적이었다.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 않은 일러스트들은 마음 속을 콕콕 찔렀다.

 

 

 

 마치 작가가 직접 사인을 한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무심한 듯 흘려쓴 그 이름은 책을 읽기 전 작가에 대해 궁금하도록 만든다. 심플한 그의 서명은 심플하지만 많은 감정들을 건드리는 그의 작품을 표현하는 듯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60만의 팔로워를 가진 작가 헨 킴. 그의 작품은 이미 수많은 인스타그래머들을 열광시키고 있었다. 그런 그의 작품을 이제서야 책을 통해 만났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쉬었다. 반대로 이제라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둡고 아름답게 뒤틀린 환상을 그립니다.

 

 

  인스타그램을 중점적으로 활동하였던 작가였기에, 책은 그의 작품에 맞게 마치 인스타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정사각형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작은 네모 속,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그의 환상들은 충분히 시선을 사로잡았고 재치있는 표현들은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책은 《밤이 되길 기다렸어》, 《너와나》, 《good night》,《sunday mood》라는 총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었다. 《밤이 되길 기다렸어》의 경우에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를, 《너와나》는 관계와 사랑, 《good night》은 꿈으로의 매혹적인 여행, 그리고 《sunday mood》는 일상에 여유를 주는 위트 있는 상상을 표현하고 있었다. 또, 그것을 관통하는 것은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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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작품들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었다. 작품 속 큰 배경우 별들만이 빛나는 어두운 밤하늘(우주)로 이루어져 있고,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이 여성이며 얼굴이 없다. 설사, 얼굴이 있다고 하여도 결코 정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주로 사용되는 소재들은 꽃, 심장, 선인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외에 다양한 일상 소재들을 이용하여 위트있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 그림과 함께 소개되는 위트있는 문구들은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해주면서 은근하게 이어지는 표현들로 이루어져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그림을 통해서, 그리고 문구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위로'를 보낸다.

 

 

 

 

  대부분의 인물 중심의 일러스트에는 저마다 다른 표정을 가진 얼굴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헨 킴의 작품 속에는 얼굴을 가리고 있거나 뒷모습들이 대부분이었다.
전시회를 돌아다니면서 작품들을 보다보면 얼굴은 대부분 특정 인물을 가르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간혹 표정이 드러난 얼굴이 담긴 작품들은 그 대상을 작품 속에서 한정 짓게 되는 느낌을 자아냈다.

  그러나 오히려 헨 킴 작가의 작품들에는 표정이 드러난 얼굴이 없기에 내 자신을 투영하기가 쉬워진다. 작가가 그림을 통해 건네는 위로의 대상은 그 누구에게 한정된 것이 아닌, 우리 모두라는 느낌을 자아낸다. 작품 속에 갇혀 있는 인물의 감정을 끄집어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우리의 감정을 작품 속에 넣으려는 느낌을 받는다.

 

 

  헨 킴의 작품을 보다보면, 유독 꽃이 많이 등장한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 꽃은 마치 자아 또는 자존감을 표현하는 듯하다. 사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아의 경우 늘 활짝 펴 있지만은 않다. 우울한 날에는 한없이 우울해지고, 기분이 좋은 날에는 한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꽃이 피고 지는 것처럼 자아, 자존감도 활짝 피고 진다.

  무엇보다도 그의 작품이 더욱 좋은 것은, 시들어버린 모습의 꽃들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활짝 만개해버린 꽃을 중심으로 앞으로 만개 할 예정인 꽃봉오리들은 우리의 자아에 위로를 보내준다. 마치 너도 이렇게 활짝 펼 수 있을 것이라고. 네 자신도 언제든지 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밖에도 고통, 상처들은 선인장들을 끌어안은 행위로 표현되고 있었고, 마음은 심장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또, 자물쇠, 담배, 정수기, 스테이플러 등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들을 이용하여 재치있게 표현을 하고 있었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일러스트들은 고요한 시간의 밤을 잘 표현해주고 있었으며, 그 감성적인 시간 속에서 따스한 위로를 전하고 있었다.

 


 

 

 대림미술관 구슬모아당구장 프로젝트로 선정되어 <미지에서의 여름> 전시가 진행 중(7/29~10/1)이라니 한 번쯤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이 있어 찾아보니 전시의 구성이 헨 킴 작가의 작품들을 더욱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공간에서 그의 작품을 본다면, 오늘 밤과는 또 다른 위로를 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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