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스트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많은 독자들에게 고결하고 아름답던 뱀파이어 에드워드 앓이 열풍을 남긴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쓴 스테파니 메이어의 신작이다. (아마 이 책을 읽은 뒤에 나는 다시 에드워드 앓이 열풍으로 걸어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스테파니 메이어의 작품들은 '흡입력'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많은 독자들을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들을 앉은 자리에서 단시간에 금방 읽도록 만들었다. 물론, 700페이지가 넘는 <케미스트> 역시 마찬가지이다.

 

 

 

<케미스트>는 시크릿 에이전트 스릴러로서, 국가의 비밀 조직에서 심문하는 일을 맡은 알렉스(사실 계속해서 신분을 세탁하는 탓의 그녀의 이름은 매우 많다.)가 새로운 국면에 다다르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녀는 이제 다른 자아, 그 부서에서 '케미스트'라 불렸던 자아를 불러냈다. 케미스트는 기계다. 냉혹하고 끈질긴 괴물이 이제 풀려났다.

   유일한 가족이자 친구였던 동료 버나비가 살해당하고 난 뒤, 알렉스는 살해의 위험을 느끼며 그 부서로부터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세 번의 생존의 위협을 받고 네 번째의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던 도중, 그 부서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게 된다. 자신들이 진행 중인 사건을 해결해주면 그녀에게 자유를 선사해주겠노라고. 더 이상 그녀를 쫓지 않겠노라고. 알렉스는 이 제안에 의심을 품으면서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 부서에서 활동하면서 그녀의 이름은 '줄리아나'였다. 그리고 어제 그녀의 이름은 '알렉스'였고, 오늘 그녀의 이름은 '제시'였다. 그녀는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일 새로운 신분을 사용했고, 그에 맞는 변장을 했다. 그녀는 최대한 자취를 남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노력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그녀는 좋아했던 적이 없다. 오히려 연민이 많기에 이 일과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알렉스가 심문을 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그 때마다 그녀는 냉철하게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녀의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험에 처한 알렉스가 빠져나오기 위해 뒤꿈치의 칼날을 이용하는 대목은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에그시가 떠올랐다. 영화 후반부 독이 묻어 있는 작은 단검이 나오는 구두를 신고 싸우는 에그시의 모습이 알렉스의 모습과 오버랩 되었다. 시크릿 에이전트의 요원들의 필수품인가보다.

 

 

 

 

  스테파니 메이어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로맨스. <케미스트> 역시 로맨스가 있었다. 사랑은 역시 위험 속에 싹트나보다. 그러나 극 중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절제된 로맨스는 소설을 흡수되도록 만들어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사실 이 대목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그동안 가족이 없었기에 자신만을 지키면 되는 알렉스가 처음으로 자신 외에 지켜야 할 존재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약점이 생겼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 약점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위로를 받으며 그녀는 자신에게 닥친 위험을 이겨내기 위한 원동력으로 삼는다. 그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알렉스를 사랑하는 대니얼 역시 그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스테파니 메이어는 묘사력이 뛰어난 작가이다. 사실 그녀의 소설을 읽다보면 인물들의 대화보다는 배경 묘사와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주가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공간을 설명하더라도, 그녀는 독자들이 그 공간에 대해 익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상세하게 묘사한다.

  그런 묘사력이 그녀의 소설이 마치 영화처럼 느껴지도록 만든다. 이미 영화화된 <트와일라잇>시리즈 역시 에드워드나 벨라의 심리(감정)묘사와 그들에 대한 외형적 묘사가 매우 뚜렷했기에 독자들은 그들에 대해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물론, 그녀의 묘사력이 매우 뛰어나 처음 <트와일라잇> 시리즈 영화가 개봉했을 때, 상상했던 에드워드의 모습과 이질감이 느껴져 울었던 소녀들이 몇몇 있었다.) 이번 <케미스트> 역시 뛰어난 묘사력이 두드러지는데, 변장을 하는 알렉스의 모습이나 그녀가 주로 머무는 장소에 대한 묘사를 통해 스테파니 메이어는 독자들에게 소설을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조금의 배경지식과 함께 '알렉스'라는 인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소설의 초반부에는 대화보다는 묘사 위주이기 때문에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중반부부터 인물들간의 대화가 자주 나타나니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소설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기에 <케미스트> 역시 영화화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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