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고바야시 미키 지음, 박재영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자극적인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독박 육아, 독박 가사에 고통받는 아내들의 속마음을 담고 있는 책이다. TV를 보며 낄낄 웃는 남편의 뒤로 보여지는 검은 그림자는 다소 무섭기도 하다. 아내의 무서운 그림자에 대해 남편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그에게 아내의 속마음은 전혀 들리지 않나보다.

 

 

 

   '어쩌면 내 아내도 꾸는 꿈'이라는 부제목은 아마 유부남인 독자들이 읽으면 소름이 돋을지도 모른다. 제목으로 본다면, 아내들의 속마음을 표현하였기에 그들을 주요 독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부제목을 본다면, 결코 이 책을 읽어야 할 독자가 아내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결혼 후에 생겨나는 일들, 즉 가사노동과 육아노동에 대한 역할 분담을 다루고 있다. 제목과 부제목을 통해, 이 책은 가사노동과 육아노동이 결코 한 쪽에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책은 총 5개의 챕터로 구분되어 있다. 작가가 실제 아내들을 인터뷰하여 재구성한 사례들로 책의 내용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마치 친한 이모의, 옆집 아줌마의 결혼 생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집의 이야기를 그대로 그려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전반부에는, 결혼 전에는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결혼과 육아에 대해 꿈꿔온 2030세대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자신들이 생각해왔던 결혼과  육아는 생각보다 무미건조했고 오히려 고통을 안겨주었는데, 그 중심에는 남편이 있었다는 것이다. 후반부에는 지금의 부모세대, 즉 가부장적 가치관이 만연해 있는 중년세대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가고 있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고정적인 성 역할(남자는 바깥일, 여자는 집안일을 해야한다)에 사로잡혀 있었고, 이것 역시 아내들의 분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젊은 세대든, 중년 세대든 그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남편이 죽었으면 하지만 결코 남편과는 이혼하는 것을 택하지 않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아직 결혼 생활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들에게 감정 이입이 되었음에도 나는 그들이 왜 이혼을 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혼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사회적 요인이 매우 컸다.

 

  '결혼'과 '육아'를 하면서 가장 많이 손해보는 쪽은 어디일까. 사회 분위기상, 아직은 '여성'이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났지만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악화되자 맞벌이를 하는 부부들이 늘어났다. 사회는 점점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아졌다. 회사 일은 회사 일대로, 가사 일은 가사 일대로, 육아는 육아대로 모든 노동을 여성에게 전임하고 있었다. 이러니 여성들이 뿔이 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더구나 이제와서 남편과의 이혼을 선택한다면, 가사노동과 육아를 전담하던 시기에 있던 '경력 단절'도 걱정이다. 인기 있는 주말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는 임신을 하였지만 육아휴직을 낼 경우, 경력 단절이 되어버릴까 노심초사하는 여성의 모습이 보여진다. 하지만 이것은 곧 드라마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정리하자면, 아내들이 남편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지만 이혼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사회적 요인에 의한 금전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육아 휴직도, 경력 단절도, 여성들이 이 모든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고, 그 중심에는 사회 구조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사회는 변하기 시작했다. 육아휴직을 내는 남성들의 수도 급증하였고,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집안일에 적극적인 남성의 수도 늘기 시작했다. 물론, 남성들도 남성들만의 고충이 있었다. '가사노동과 육아는 여성이!'라는 고리타분한 가부장적 가치관이 암묵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그 누가 먼저 "남성 역시 가사노동과 육아를 해야합니다!"라며 당당히 말할 수 있었을까.

 

결혼은 서로 맞지 않는 사람끼리 맺어주는 신의 장난입니다. 결혼을 통해 인간의 참된 모습이 무엇인지, 자기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에 아는 데 의미가 있지요. 결혼으로 인생을 망치느냐, 아니면 포용력이 큰 사람이 되느냐 둘 중 하나예요.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이 하는 것이다. 그런 결혼의 핵심인 가사노동과 육아는 왜 한 사람이 도맡아 해야하는지. 오늘도 일, 가사노동과 육아에 시달리는 이 시대의 슈퍼우먼, 워킹맘들에게 존경의 의사를 표한다.

* 추가

 

  아내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남편이 명심해야한다는 3원칙들. 그러나 남편뿐만 아니라 아내도 명심해야 할 3원칙들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부부가 서로 이 3원칙을 잘 지킨다면 그 누구보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