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을 부러워하는 때가 찾아오곤 한다. 나에게 결핍이라 느껴지는 것을 타인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그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삶을 살면 행복하지 않을까란 상상을 더하며. 이런 부러움의 감정이 엄마와 딸 사이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까?책 «너의 얼굴»은 교통사고로 얼굴을 잃어버린 '나'가 자신의 비참한 삶을 되돌아보며 시작된다. 예술가로서 성공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가정을 이루지 못했으나 '나'에게는 누구보다 눈부신 딸, 파라가 있다. 생기 있는 파라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바라보던 '나'는 비슷한 시기에 교통사고로 인하여 혼수상태에 빠진 파라의 얼굴을 이식 받게 된다. 그토록 열망하던 눈부신 그 삶의 조각을.모르겠어. 나는 세상에 또 다른 내가 필요해서 널 낳았을까. 난 늘 너에게 말했어. 언제나 네 옆에 있을 거라고. 과거의 모든 게 다 없어졌으니 이게 세상엔 우리 둘만 남았다고. 듣는 사람도 믿지 않는 얘기가 거짓말인데, 그게 거짓말에 대한 진짜 정의일 텐데, 넌 그 말을 믿은 거니? (p. 320)«너의 얼굴»은 예술가로서의 '나', 엄마로서의 '나', 그리고 여자로서의 '나'의 이야기를 통해 한 사람의 내면에 담겨 있는 열등감을 표현한다. 그 열등감이 마음을 괴롭히는 순간마다 등장하는 파라의 존재는 빛나 보일 수밖에 없다. 하고픈 말을 당당히 하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좇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존재는 '나'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간다. 설사 그것이 자신에게서 나온 딸이라 할 지라도.파라는 지금 본래의 자신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행복의 정의를 찾은 파라가 부러웠다. (p. 199)'나'는 파라의 얼굴을 이식 받으면서 하나가 되는 선택을 하게 된다. 파라의 얼굴을 받음으로서 그 찬란했던 순간을 이어받는다는 생각과 함께. 나라면 사랑하는 딸의 얼굴을 받을 수 있었을까? 얼굴이 사라져 이식이 시급하다는 상황을 제외한다면, 결코 그 얼굴을 받을 수 없을 것만 같다. 물론 결핍되어 있던 부분이 채워진 삶을 살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을 것 같으나 결국 그 삶을 채우는 것은 나의 본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