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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사랑학 수업 - 사랑의 시작과 끝에서 불안한 당신에게
마리 루티 지음, 권상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잠들기 전, 유튜브를 실행해본다. 정확히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들이 가득한 영상들을 추천 목록에 띄워준다. 다양한 카테고리의 영상들 속에서 ‘그 남자의 속마음 아는 법’, ‘당신만 연애를 못하는 이유’ 등등 수많은 연애 관련 영상들이 눈에 띈다. 이전에는 듣지 못하는 신선한 연애학개론을 펼치지는 않을까, 하며 영상을 클릭하지만 이내 이전에 보았던 수많은 연애 관련 글들과 다를 것이 없음을 깨닫는다. 물론 영상 밑 댓글들에는 “그건 정말 불변의 법칙이다.”라는 말도 빠지지 않는다. 이미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정형화된 연애학개론을 다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왜 말처럼 쉽게 연애할 수 없는 걸까?
하버드 대학교에서 사랑과 성 역할에 대해 강의했던 마리 루티는 사랑의 시작과 끝에서 불안한 우리들에게 《하버드 사랑학 수업》을 통해 색다른 연애학 개론을 펼쳐낸다. 기존의 수많은 연애지침서들이 짚어내지 않았던 ‘사랑’의 가장 근본적인 내용들을 그녀는 모두 뒤집어 버린다. 나를 밤새 잠 못 이루게 만드는 그 ‘남자’의 심리를 읽어내는 방법이나 연애의 기본이라는 ‘밀당 기술’에 대한 생각까지, 당신이 알고 있던 사랑에 대한 모든 생각들을. 《하버드 사랑학 수업》을 읽고 나면 ‘사랑’과 ‘연애’가 책과 영상들을 통해 공부할 정도로 치밀한 것들이 아님을 금세 깨닫게 된다.
경계를 풀지 않고서는 사랑에 빠질 수 없습니다. 되살아나는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없습니다. 자신을 사랑의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고서는 연애의 기적과 같은 면면들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사랑은 여러분을 활짝 열어젖히고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이 마법을 어떻게 맛볼 것인지는 여러분이 결정할 일이겠지만요.
사랑 앞에 놓인 우리들은 사랑의 강한 특성인 ‘불확실성’ 때문에 꽤나 골치 아파한다. 사랑을 시작해도 될지,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이 성공적인지, 이 사랑의 미래는 과연 해피엔딩일지. 어떤 상황에서든 오는 불확실성은 사랑에 주저하고, 아파하고, 지치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서점에 있는 연애 지침서들을 찾아 읽고, 연애 상담사에게 조언을 구하며 그 모든 불확실성을 하나의 이론으로 단정 지으려고 한다. 그러나 사실 가장 중요한 본질은 나도 알고, 당신도 알고 있다. 모든 사랑은 전형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하버드 사랑학 수업》의 마리 루티는 연애지침서들이 아닌 사랑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리라고 말한다. 그 남자의 심리, 그 여자의 심리는 중요하지 않다. 사랑을 하는 건 바로 ‘나’이니까. 그래서 마리 루티는 삶을 위한 사랑을 하라고 조언한다. 사랑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들을 내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로 사용하라고 말이다. 설사 그것이 스스로 ‘실패했다’고 말하는 사랑일지라도 가장 큰 실연이 때로는 인생의 돌파구가 될 수 있으니, 아름답게 실패할 기회를 스스로에게 허락하라고.
물론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죠. 하지만 인간은 사랑에 미칠 때에야 비로소 온전함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사랑에 빠지면 우리 안의 결핍은 즐거움과 생기와 가능성으로 다시 충만해집니다. 인생은 그제야 의미를 되찾죠. 일상의 스트레스와 짜증은 뒤로 물러납니다. 발걸음은 가뿐해지고 불안도 사라집니다. 말솜씨도 좋아져 말속에 지혜가 넘쳐납니다. 우리는 더 이상 풍랑 이는 바다의 작은 조각배가 아닙니다. 외려 작은 연못의 큰 배가 되죠.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늘 연애상담을 해주는 지인이 떠올랐다. (내 주변 모두는 사랑을 잘만 하더라, 나만 빼고.) 사랑에 고민하고 아파할 때마다 그녀는 항상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럼에도 사랑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간에.”
어떤 경우든 실패란 없습니다.
사랑은 그 자체로 ‘윈-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