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 욕망과 결핍, 상처와 치유에 관한 불륜의 심리학
에스터 페렐 지음, 김하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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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반쪽을 만났다고 생각한 두 남녀는 서로에 대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항상 서로의 옆을 지키며 바라보겠다고 맹세한 두 사람은 자신들의 행복한 미래를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을까? 이 로맨틱한 사랑은 그 자체로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반대로 꽤나 골치 아픈 문제를 불러오기도 한다. 상대의 마음에 대한 의심이 드는 순간, 사랑이라는 이름은 두 사람 사이에 치명적인 아픔을 가져온다.


흔히 아침 드라마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인 '불륜'에 대해 커플 심리치료사 에스터 페렐은 기존의 시각과는 다르게 바라본다. 한 사람의 세계를 무너뜨릴 수 있어 터부시되고 금지되었던 이 유서 깊은 사건에 대해 그녀는 오히려 이것이 마음의 갈라진 틈을 조명할 수 있고 관계에 대해 새롭게 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지난 10년간 외도로 고민하는 수많은 커플들의 상담을 진행하며 페렐은 그 속에서 자신이 찾아낸 외도의 의미를 《우리가 사랑할 때 말하지 않는 것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한다.



사람들은 대개 외도를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트라우마로 여긴다. 실제로 어떤 외도는 관계에 치명적 타격을 입힌다. 하지만 어떤 외도는 꼭 필요했던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 외도는 마음을 갈가리 찢어 놓지만 상처는 치유될 수 있다. 외도는 커플을 성장시키기도 한다. 



페렐은 그동안 우리가 불륜에 대해 정의했던 방식부터 차근차근 되짚어낸다. "불륜을 정의하는 건 사람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사람을 정의하기도 한다."라며 그녀는 외도를 배신당한 사람과 바람피운 사람, 숨겨진 애인이라는 삼각관계 속의 역할을 고정된 것으로 여겼던 사회의 인식이 잘못되었음을 이야기한다. 세상에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듯이, 이 불륜에도 정말 다양한 형태가 존재함을 인식시키며 페렐은 불륜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불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내보일 수 있었던 것은 사회의 변화 때문이었다. 과거 전통적인 결혼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이며, 늘 새롭고 신선한 것들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이 소비주의적 사회에서 '결혼'이 가지는 의미는 또 다른 모순을 불러왔다.



개인주의 사회는 이상한 모순을 낳는다. 서로 간의 신의가 더욱 필요해지는 동시에 불륜의 매력 또한 더욱 강렬해진다. 감정적으로 파트너에게 크게 의존하는 시대에 외도는 전례 없는 파괴력을 갖는다. 하지만 개인의 성취를 강조하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약속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문화에서 바람 피우고 싶은 충동 또한 전례 없이 커진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람을 많이 피우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가차 없이 불륜을 비난한다. 



페렐은 자신이 상담했던 사람들이 외도를 통해 그동안 자신조차도 모르고 있던 욕망과 결핍을 발견하며, 이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마주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셈이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이 문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관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주 위태로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외도는 관계를 파괴할 수도 있고 지속시킬 수도 있으며 관계의 변화를 불러올 수도 있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 수도 있다. 모든 외도가 관계를 재정의하고, 모든 관계가 외도가 남길 유산을 결정한다. 



두 사람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이 문제의 결말은 다르다. 페렐의 말처럼 서서히 틈이 벌어진 속에서 상대를 마주하고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에서 이 문제를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개인이 자신이 가진 가치관 속에서 상대에 대해 끊임없이 신뢰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말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사랑과 관계는 튼튼하게 유지되지 않을까?



우리는 삶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

다시 희망을 품고 사랑하고

누군가를 신뢰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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