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위 20퍼센트인 중상류층은 상당히 많은 혜택을 받아 왔다. 이제는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유리하고 특권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인정해야 할 때다. 여기에는 겸손, 염치 그리고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지만, 문제 자체를 인식하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 중상류층 사이에는 '나는 이만큼 누릴 자격이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중상류층이 1퍼센트를 비난하며 '우리가 99퍼센트'라고 외칠 때처럼, 사람들은 대개 자기보다 더 잘사는 사람과 비교하기 마련이라는 점이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나의 지위는 나의 능력 덕분이므로 마땅히 나의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인기 드라마였던 JTBC <스카이캐슬>에서는 명문 대학 입시를 위한 상류층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명문대 입학을 위한 커뮤니티를 조성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입시 코디네이터를 고용해 대입을 위한 전반적인 커리큘럼을 관리하는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은 다 안다. 그것이 결코 허구의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라고. 이 사회 어딘가에서 그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더 이상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세계 사람들에게 '기회의 나라'로 알려진 미국도 그러할까?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2016년 말에 미국 시민이 된 《20 VS 80의 사회》의 저자 리처드 리브스는 '기회의 나라'라는 표현은 더 이상 미국에 존재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영국에 존재하는 계급이 싫어 계급 없는 이상적인 나라를 꿈꾼 사람들이 만든 미국에도 계급이 있으며 우리가 흔히 아는 '1 vs 99'의 구도가 아닌 '20 vs 80'의 구도로 존재함을 밝혀낸다. 20%의 중상류층, 그들이 만들어 낸 유리바닥은 이전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다는 사실은 이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옛말이 옛 표현 그대로 느껴지도록 만든다.



중상류층 아이들은 보통의 아이들과 매우 다르게 자란다. 특히 그들은 노동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는 기술, 재능, 자질, 학위 등을 쌓는 데 굉장히 유리하다. 공식적으로 술을 마셔도 되는 나이쯤 되면 앞으로 그들이 미국의 계급 사다리에서 어디를 차지하게 될지는 거의 명백해진다.



이전까지만 해도 계급은 돈으로만 규정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리처드 리브스는 돈뿐만 아니라 학력, 태도, 거주지, 그리고 삶의 방식에서도 생겨나는 차이가 계급을 만들어낸다고 이야기한다. 양친이 있는 안정적인 가정에서 자라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부모, 좋은 동네와 인근에서 가장 좋은 학교에 다녀 다양한 재능과 능력을 계발하고 학위와 자격증을 따는 아이들. 이미 사회에서 다른 출발선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자신들이 같은 출발선 상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인적 자본 형성기에서의 격차를 좁히는 것이다. 특히 생애 첫 20년 사이에 생기는 격차를 줄여야 한다. 이는 화목하고 안정적인 가정, 헌신적인 양육, 양질의 교육 환경 등 중상류층 아이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것의 상당 부분을 더 많은 아이들이 누리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중상류층 부모는 이런 면에서 잘못하고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모범이 될 만하다.



《20 VS 80의 사회》에서는 '아메리칸드림 사재기'라는 독특한 표현을 사용한다. 잘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결집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고착화 되어가는 사회 불평등을 '사재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이러한 사회 불평등이 해결되기 위해선 중상류층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저자는 강조한다. 노동 시장에서 조금 더 균등한 기회가 분배되어야 하며 80% 가정의 아이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사회의 불균형을 없앨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며 이 모든 것이 비단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오랜 과거 속에서 '음서'제도를 통해 관직을 세습 받았던 사회가 있었고, 능력을 중시하며 모두가 같은 신분이라고 주장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부모 세대의 신분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사회가 있었다. 반면에, 산업이 고속 성장하며 개인의 능력과 노력으로 계층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사회의 모습도 있었다. 이제 당신이 놓인 사회의 모습을 직면할 때가 왔다.


과연, 우리는 어떤 사회의 모습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훗날 아이들에겐 어떤 사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기회의 균등이 보장된 사회, 유리 바닥과 유리 천장으로 분리되지 않은 사회.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 사회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