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설득
메그 월리처 지음, 김지원 옮김 / 걷는나무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여러 가지 순간이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 역시 그런 식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작은 깨달음이 처음에 중요한 인식의 방향으로 잡아주고 그다음에 거기에 대해 뭔가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가는 동안에 당신에게 영향을 미치고 여러 가지 방향으로 아주 살짝 돌아서게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갑자기 당신이 무엇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고,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 사라진다.



미국 여성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로 뽑히는 메그 윌리처는 《여성의 설득》을 통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대학 신입생 그리어가 60대 페미니스트 페이스를 만나 그녀의 삶을 구축해가는 과정 속에서 숨겨진 여성의 야망, 우정, 권력을 드러낸다. 자신이 원하고 꿈꿔온 길을 먼저 걸은 '멘토'에게서 다른 의미의 멘토링을 받게 된 그리어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선택과 결정을 내린다.


대학 신입생이 된 그리어는 교내에서 여학생들을 추행하고 다녔던 대런 틴즐러의 또 다른 피해자가 됨과 동시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생각에 고민에 휩싸인다. 우연히 그리어의 학교에 페미니즘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페이스가 찾아오게 된다. 그리어는 용기내어 페이스에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묻고, 그 용기를 높게 산 페이스는 그리어에게 그녀가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준다. 많은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상처받지 않도록 돕는 페이스를 동경하던 그리어는 길을 잃어버린 듯한 방황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내 페이스가 자신에게 준 힘을 깨닫는다.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지가 원하는 거였다. 필요한 사람이 되거나 사랑받는 것. 둘 중 하나나 둘 모두를 원했다. 둘 모두면 더욱 좋지! 두 가지는 같지 않았지만 서로 연관된 범위에 있었다. 그녀에게도 사랑이 올 수 있겠지만, 어쩌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녀의 삶은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절대로 안정되지 않고, 절대로 순조롭게 해결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쨌든, 걱정할 거 없어!




"이게 내 삶이 될지 어떨지 잘 모르겠어. 어쩌면 난 이 일을 잘 하지 못할 수도 있어."

"잘 하는 법을 배우게 될 거야. 넌 많은 걸 잘 하잖아, 그리어. 글쓰기, 문학 읽기, 사랑."



그리어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쉽게 확신을 갖지 못한다. 그런 그리어에게 페이스는 동경의 대상으로서 그녀가 되고 싶은 모습을 보여준다. 언제나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의 모습. 메그 윌리처는 "모든 것의 시작에 서 있으면서 아직까지 형태를 갖지 않은 사람과 이미 많은 것을 보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을 가졌으며 다른 사람의 롤모델이 되는 사람"을 비교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두 사람을 통해 서서히 연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디서 일을 하든 나도 뛰어들어서 뭔가 진정한 일을 하고 싶어. 내가 정말로 열정을 가질 수 있는 걸로."



《여성의 설득》 속에서 그리어의 대학친구 지 역시 그녀의 길에서 선택과 결정을 반복하며 앞으로 천천히 나아간다. 저마다 꿈꾸는 바를 향해서, 이 시작이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씩 나아가다보면 완벽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서로가 서로에게 또 다른 영향을 주는 사이가 되어가며.


소설 밖 여성 독자들 역시 늘 자신의 길에서 선택과 결정을 반복하며 살아갈 것이다. 물론 나 역시 똑같다. 이상적으로 꿈꾸는 길을 그려놓고, 그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나는 여전히 수많은 선택과 결정 속에 놓였음을 알고 있다. 때로는 고집있는 선택을 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의 후회를 안고 다른 선택을 해보기도 하며 스스로 정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면 된다는 사실도. 웅크리고 앉아 있는다면 내 주변의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여성의 설득》은 삶의 문제 앞에 놓인 당신에게 어쩌면 응원의 목소리가 될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