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전이수.전우태 지음 / 김영사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의 마음은 비록 한 조각의 작은 마음이라도 카멜레온처럼 수많은 색깔로 바뀌고, 때로는 남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보호색으로 덮는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고, 숨은그림찾기처럼 열심히 찾는다면 그 마음의 실체를 확실히 볼 수 있다.



마음. 누구에게나 저마다 다른 형태로, 다른 색깔로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음이 어떤 형태와 색으로 이루어졌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마음이란 건 그렇다. 무형의 것 중에서 가장 뚜렷하게 보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그 이유가 아닐까 싶다. 스스로도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은 물론 타인의 마음도 쉽게 알아보기 어렵다. 그러니까, 우리는 '마음'이 어떤 건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내곤 한다. 찢기고 아무는 그 과정을 반복하며.


현실과 마주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솔직하게 마음을 내비치는 것이 어려워졌다. "내 마음대로 할래!"라고 호기롭게 외치며 모든 일들을 했던 때와는 달리 "나조차도 내 마음을 모르겠는걸."이라며 그 자리에 주저앉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내 의도와는 달리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다반사였다. '열두 살 동화 작가'로 불리는 전이수 군은 마음을 어떻게 바라볼까?



마음이 제일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사랑은 그 안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은 자기 자신만 바라보고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아니, 더 이상 사랑이 남아있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스스로에게도 따뜻하지 못한 마음을 가진 어른들은 다른 이에게도 따뜻한 사랑을 나눠줄 여력이 없다. 전이수 군은 이 책을 읽는 어른들에게 잃어버렸던 따뜻한 사랑의 시선들을 노래한다. 






노키즈존이 만들어지고 아이들을 갈 곳을 잃었다. 더 이상 예전처럼 맛있는 음식을 즐겁게 먹었다는 좋은 추억을 만들 장소는 어느새 아이들에게 다시 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자신도 아이였다'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어른들은 아이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아차 싶었던 건 그 이야기뿐이 아니었다. 자라고 자라 어른이 되어 버린 사람들은 가장 중요한 하나를 놓쳐버렸음을, 전이수 군은 자신의 글과 그림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미처 자라지 못한 마음들을 하나씩 어루만진다.



그 기쁨이 언제 나를 즐겁게 해줄지 모르지만 말이다.

아직 슬퍼하는 것은

내가 그 노트를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즐거움도 그 거리만큼

멀어져 가는 것 같다.



《마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를 읽기 전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열두 살이 마음을 논하다니. 귀엽네.' 정도였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천천히 넘길수록 나는 오히려 부끄러웠다. 마음도 모르면서 논하고 있던 건 나였으니까.






전이수 군의 동생 전우태 군의 생각도 형 못지않았다. 현실과 마주한 뒤 두려움에 떠는 나날들을 보내던 나에게 이보다 더 멋진 생각은 없었다.


어두컴컴한 길을 가야 한다면, 난 이렇게 생각할 거야.

'내 머리가 아니라 나의 발로 한 걸음, 한번 앞으로 가보자!'

그런데 다시 나의 마음은 쪼그라들기 시작하고

그때 난 생각하지. 난 그냥 쓸려가는 나뭇잎이라고.

용기를 내 한발 더 나아가면 약간의 두려움이 또 찾아오지.

그렇지만 나의 용기가 날 안아주면

어디선가 기쁨이 찾아오는 느낌이 들어.

그렇게 나의 두 발로 땅을 차고

용기로 덮인 나의 몸은 터벅터벅 발걸음을 내딛어.

그 어두컴컴한 좁은 길들은 내가 걸어갈 인생길이었던 거야.

《마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p. 184



두렵고, 무섭고, 공허했던 마음은 사랑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사랑을 잃어버린 마음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작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다시 바라보자. 그 속에서 잃어버린 사랑을 찾는다면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서로의 따뜻한 마음이 이어져 그 누구도 아프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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