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 - 세상의 기대를 가볍게 무시하고 나만의 속도로 걷기
아타소 지음, 김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물 다섯. 휴학 1년, 졸업 6개월 차로 취업 시장에 내던져졌다. 나름 목표도 갖고 꾸준히 해왔다고 믿었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취업 소식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리 조바심 내지 않아도 돼요, 취업 못하는 게 아니라고 여기지 말고 조금 더 여유롭게 즐겨봐요." 주변에서는 나에게 그렇게 위로했다. 그 말을 들으니 더 조바심이 났다. 조금이라도 빠른 경험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다 《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를 읽게 되었다. 여성성이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자학했던 저자 아타소는 여성성을 강요하는 사회를 향해 일침을 날린다. 외모에 자신이 없거나 연애와 결혼이 잘 안풀린다고 고민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여성으로서, 사회초년생으로서 공감되는 글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도 모르는 콤플렉스들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수만 있다면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지는 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마음 내키는 대로 생활하는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내가 가진 모든 콤플렉스 또한 이겨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껏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왔다. '학생'이라는 편안한 울타리 속에서 보호받았다. '이런 직업을 가지고 살면 멋지겠다.'라는 이상 속에서 살았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러다 진짜 사회 속으로 뛰어든다 하니 무서웠다. 눈 앞의 현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이상과 현실들이 서서히 부딪히는 것이 느껴졌다. 그동안 내가 생각해 온 가치들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리는 느낌이었다.



거리에서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우리가 자주 만나는 사람들도 사실은 평범한 어른이 되기에 여러모로 부족할지 모른다. 나와 똑같은 불안감을 품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모난 부분을 드러내지 않고 튀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뿐 일수도 있고 말이다. 그저 평범한 어른이 된다는 건 우리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인 것이다.



《저는 살짝 비켜 가겠습니다》를 읽으며 나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 어른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스스로 어리다 판단했다. 그러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될지 생각했다. '불안과 걱정이 잠식해와도 우선 부딪혀보기.' 학생 때로 지레 겁먹었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 별 것 아닌 일이라는 것을 느꼈던 것처럼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기로 했다. 그 속에서 다시금 새로운 가치들을 찾고, 너무 늦었다고 여기지 않기로 스스로를 다독였다.



내 인생에도 운명을 바꾸는 순간이 언젠가 찾아올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서 주어지든, 스스로 쟁취하든 상관없다. 비록 어렸을 때부터 상상했던 어른이 되지는 못했지만, 내 인생을 확 바꿀 만한 운명이 찾아올 그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준비운동을 하고 있을 생각이다.



훗날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던 간에 나는 그 선택을 존중할 테다. 생각했던 것들이 부서지고, 아파하고, 다시 단단해지는 과정을 몇 번이고 겪다보면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제 첫 발을 뗐다. 계속 나아가길 바란다. 속도는 중요치 않다. 힘들면 쉬어가도 된다. 저자 아타소처럼 살짝 비껴 나가도 좋고.



진정한 의미의 혼자가 되어 묵묵히, 당당히 살아가고 싶을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