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단, 하나의 사랑 1~2 세트 - 전2권 - 최윤교 대본집
최윤교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누군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무엇입니까?

절망이 앞을 가로막아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은 무엇입니까?

《단, 하나의 사랑》 중에서



하나의 대본이 영상으로 표현되어 시청자들에게 선보이기까지의 과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가는지. 남들이 말하기엔 고작 '그런' 동아리에서 영상을 만들며 알았다. 남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완성품일지라도, 그 하나를 만들기 위해 내가 보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래서 이런 대본집을 읽을 때마다 괜스레 마음 한 편이 찡해온다. 누군가의 대본이, 그를 빛낼 연출이,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와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단, 하나의 사랑》. 대본집을 읽기 전에 나도 모르게 드라마부터 찾아보기 시작했다. 첫 시작부터 강렬한 도입이 눈길을 끌었고, 극이 절정에 치달을수록 농도 깊어지는 배우들의 연기는 눈길을 사로잡았다. 드라마의 중반부까지 보고서야 대본집을 들었다. '최윤교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 드라마를 집필했고,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건배사가 길었네요.

오늘을 즐기세요. 내일도 무사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



《단, 하나의 사랑》은 선과 악이 섞여 있는 인간 세상을 철저히 낯선 존재가 지켜본다면 어떻게 비칠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 완벽한 존재인 천사가 오직 사랑 때문에 불완전한 인간이 되고 싶어지는 과정을 통해 사람이, 사람으로서 지향해야 할 '인간성'이란 무엇인지를 다시금 되짚는다. 또, 누구나 꿈꾸는 완벽한 사랑이 결코 완전한 두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부족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채워주며 마음을 키워간다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모르겠습니다. 인간의 몸을 하면, 인간을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인간은 대체 왜 이렇습니까?

좋아하는데 왜 가슴이 아픕니까. 뻔히 헛된 줄 알면서, 왜 바라고, 또 바라는 것입니까.

인간의 사랑은 어째서 이토록 어리석은 것입니까?



열일곱에 두 부모를 여의고, 스물셋에 사고로 시각을 잃어버린 연서는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된다. 사고 장소에 찾아온 천사 단은 떨치려 해도 떨칠 수 없는 그녀의 목소리에 인간사에 개입하게 된다. 그리하여 천국으로 가지 못하고 육신을 통해 미션을 수행하라는 신의 벌을 받게 된다. 100일의 시간 동안 그녀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하라.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갈빗대도 찾고, 사랑만 하면 되는데…… 단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볼 때마다 묘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나는, 연서가 내가 누군지 알았으면 좋겠어. 내가 사람이든 아니든, 죽었든 살았든.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나를 모두 알고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당신은 그렇지 않아?

이해받고 싶지… 않아?



《단, 하나의 사랑》을 읽다 보니 문득 '사랑'에 대한 기준이 생각났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다며 지인들과 이야기했던 기억은 있었지만, 어떤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기억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내가 꿈꾸는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좋은 사랑을 하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전부였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냐는 질문에는 늘 한결같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내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어딜 향해 나갈 수 있도록 자극이 되는 사람.' 라 대답했다.



누구도 평생, 옆에 있어줄 수 없어. 그건 내가 잘 알아요.

우리한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면, 더 많이 사랑할 거에요.

후회 남지 않도록.



후회 남지 않을 정도로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해주길 바라길 보다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향해 벽을 세우고 누구보다 까칠했던 연서는 조금씩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배운다. 그녀가 사랑한 단이 그리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서는 아니다. 온 마음으로 단을 사랑했던 연서는 서서히 문을 여는 법을, 그리고 더 나아가 다시 세상을 마주하는 법을 스스로 알아간다. 그를 사랑하고 지키고 싶은 마음으로.



때로는 움직이는 화면보다 정적인 글이 주는 울림이 더 클 때가 있다.

천천히, 느리게, 그 글을 다시 곱씹어 본다.

세상에는 이런 사랑의 표현도 있구나, 하고 조용히 마음속에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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