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 - 실험실에 갇혀 살던 중년 뇌과학자의 엉뚱하고 유쾌한 셀프 두뇌 실험기
웬디 스즈키 지음, 조은아 옮김 / 북라이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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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녔던 운동을 그만둔 요즘, 드는 생각은 딱 하나다. 그래도 운동할 때만큼은 집중력은 좋았는데. 신체적 활동이 뇌의 활성화에 영향을 준다는 많은 연구들을 뉴스 기사, TV 정보들을 통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경험한 적도 있었다. 3년 전, 처음으로 운동 후 상쾌한 기분을 만끽한 뒤로 주변 사람들에게 운동의 효과를 전파하고 다닌 적이 있었다. 아침마다 눈 뜨는 것이 버겁지 않았고, 하루를 바쁘게 보내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수업을 들을 때도 그 어느 때보다 집중했고, 과제를 하는 것도 나름 즐거웠다. 하지만 운동을 그만둔 지금은, 모든 것이 망한 느낌이다.


이런 나에게 다시 운동을 다니길 권유하는 책 한 권을 만났다.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는 신경과학 교수인 웬디 스즈키가 스스로 운동과 신경가소성의 관계를 증명하는 표본이 되어 연구한 결과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괴짜 소녀'였던 자신이 어떻게 신경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뇌'라는 신체의 일부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운동을 선택하게 된 이야기를 흥미롭게 설명한다. 그녀가 체육관으로 가게 된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단 4분이라도 몸을 움직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바로 나처럼.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나만의 창의성 프로세스를 찾아가는 여정에 대한 서사이며, 이것은 운동과 두뇌의 연관성을 발견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나는 온갖 낯선 분야에 뛰어들었고, 창의적 사고에 관한 모든 것을 밝히고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는 장벽들을 허물었다. 창의성과 과학은 이제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 p. 256



사람들은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것이 많길 바라고, 효율적인 일 처리를 위해 집중할 수 있길 바라며, 번뜩이는 아이디어 하나쯤은 만들어내기를 바란다. 기억력, 집중력, 창의력 등 우리의 뇌가 완벽한 기능을 선보이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해 아쉬운 사람들에게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은 방향을 정해준다. 웬디 스즈키는 신경과학의 세계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자신의 일화들을 빗대어 설명하는데, 그동안 나 자신이 뇌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여기서 뇌를 활성화하고 정신과 신체의 연결에서 나오는 힘을 사용하여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비밀병기 또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바로 신경과학이다. 나는 신경과학의 살아 있는 표본이었고, 모든 신체 활동이 내 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이 확실해지자 나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시간을 투자하여 다양한 정체성을 더 많이 계발할수록 스스로가 충만해지고 완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 p. 11



웬디 스즈키는 '인텐사티' 라는 활동을 통해 자신이 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의식한다. 그리고 이를 자신이 맡은 강의실의 학생들과 함께 꾸려간다. 운동복을 입은 교수님이 강의실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고 상상해보자. 이보다 더 웃긴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웬디 스즈키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길 원한다.《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를 읽으면서 그녀와 같은 교수님이 있었더라면, 조금은 즐거웠던 대학생활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대학 시절의 내가 그 실험에 동참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운동을 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그녀의 삶에는 행복한 것들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아니, 그녀가 달라졌기 때문에 주변의 것들이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스스로 느낀다. 운동은 그녀에게 활기를 가져다주었고, 활기는 그녀의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운동이 스트레스 완화, 기분 전환에 좋다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도 그녀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힘들고 우울해질 때, 운동을 시작했던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할 정도로.



훨씬 더 깊은 내면의 자기 인식과 자기애로 관심을 옮기자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삶의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모두 재평가하여 제거할 동기도 생겼다. 나는 그것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총력전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하고 싶다. 그보다는 더 많은 기쁨과 사랑, 행복을 삶으로 가져오려는 의도에 집중했다. 나는 스트레스를 감당하지도 못하면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느냐로 성공과 가치를 규정했다. 그 모든 스트레스를 계속 감당하는 대신 훨씬 더 많은 기쁨을 얻겠다고 선언한 것은 얼마나 큰 변화인가! / p. 217



어제보다 더 가뿐해진 느낌을 받으며 운동을 한다. 서서히 몸의 열이 오르기 시작하고,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수건으로 닦으며 거울 속 얼굴이 빨개진 내 모습을 본다. 어제보다 더 나아졌다. 이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감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몸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기분 좋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 《체육관으로 간 뇌과학자》에서 웬디 스즈키가 그랬듯이, 나도 운동하러 가야겠다. 잠자고 있는 나의 뇌를 깨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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