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14
가와이 하야오 지음, 위정훈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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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플렉스. 많은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 단점이라는 뜻으로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타인에게 들키지 않기를 원한다. 타인이 나의 콤플렉스를 알아차리는 순간, 그 앞에 나신으로 선 것만 같은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러나 웃기게도 콤플렉스는 가리려 하면 할수록 타인의 눈에 더 잘 드러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콤플렉스를 잘 관리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일본 융 심리학의 제1인자'로 불리는 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콤플렉스'의 정의와는 다른 새로운 시각의 정의를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융 심리학을 바탕으로 우리가 배제해야만 하는 티끌 따위가 아니라 콤플렉스는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열쇠라고 이야기한다. 즉, 자아를 바탕으로 노이로제, 인간관계 등 콤플렉스를 심적 생명의 초점이자 결절점이라고 구성한다.



결국 콤플렉스의 존재 여부, 또는 행동의 진심 여부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자아와 콤플렉스의 관계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 p. 80



《콤플렉스》는 콤플렉스의 정의를 시작으로 자아와의 관계, 콤플렉스의 구조, 그리고 콤플렉스의 다양한 형태들을 보여준다. 또한, 노력을 통해서 콤플렉스를 해소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콤플렉스와 정면으로 부딪혀 자아를 강화시킬 수 있음을 말한다. 흔히 꿈은 무의식의 세계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콤플렉스를 인격화하여 만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다.


가와이 하야오는 융 심리학을 바탕으로 《콤플렉스》를 구성했기 때문에 이 책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서 설명한다. 사실 이전까지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그는 서양과 동양에서 콤플렉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느 정도는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과 같은 이중인격처럼 서양에서는 콤플렉스와 자아가 다른 것이라고 여기며, 다양한 인격으로 구분하는 반면에 동양에서는 모호한 상태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자아가 콤플렉스와 명백하게 구별되고 그것을 방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와 콤플렉스의 경계가 모호한 상태인 것이다. 즉, 자아와 콤플렉스는 '창호지 너머' 이웃해서 살고 있으며, 서양처럼 문이 달린 각자의 방으로 나뉘어 살고 있는 모습이 아닌 것 같다. / p. 201



《콤플렉스》를 읽으면서 표면적인 콤플렉스를 깊숙이 파고들면 또 다른 기저의 콤플렉스가 드러난다는 것이 신기했다. 예시로 요리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여성을 검사했더니 열등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고, 더 깊숙한 기저에는 아버지에 대한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숨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요리 콤플렉스로 인지되었던 건 엘렉트라 콤플렉스였던 셈이다. 이처럼 콤플렉스도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콤플렉스를 거부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콤플렉스와의 대결을 통해 죽음과 재생을 체험하고 자아의 힘을 점차 강화시켜나가는 것이 자기실현 과정인 것이다. / p. 218



스스로 콤플렉스라고 여겼던 것이 있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직 인지한 콤플렉스는 없는 것 같지만, 혹여나 콤플렉스를 인지하게 되는 순간 그대로 마주하려고 한다. 오히려 감추고자 할수록 콤플렉스는 서서히 내면을 죄어 올 테니까. 그에 대한 선행학습으로 《콤플렉스》를 읽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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