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방법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나카야 우키치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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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란 무엇일까? 중학생까지만 해도 과학을 공부하는 것이 즐거웠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의 이유를 공부하며 알지 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는 호기심 때문이었을까. 과학과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대입을 앞두고 수학이 아닌 국어를, 과학이 아닌 사회를 선택한 순간부터였다. 당시 '수포자'였던 나에게 숫자는 울렁거리는 존재였고, 숫자로 표현되는 과학 수식들은 더욱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과학'이라는 분야는 내게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나카야 우키치로의 《과학의 방법》은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자연과학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것이 어떤 방법을 통해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해왔는지를 생각해보기 위한 책이다. NHK 교양대학 강좌로 9회에 걸쳐 방송했던 강의를 바탕으로, 과학론에 대한 수필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학에 비해 낯설 수 있는 '과학'에 대해 나카야 우키치로는 쉬운 방식으로 과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재정의한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이 발견한 것의 실체나 법칙은 인간과 자연의 공동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과학적 시각으로 검토해가는 과정을 통해 차츰 자연의 실체가 무엇인지 규명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즉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작품인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의 완성의 의미는 예술가가 조각을 만든다거나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경우와는 전혀 다르다. / p. 37



과학은 자연의 실체를 바라본다. 매우 복잡한 자연현상들을 관찰하고, 그것들을 '재현 가능'하다는 '법칙'에 넣어 정리한 학문인 셈이다. 인간이 자연 전체를 바라보고 파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나카야 우키치로는 비교적 간단한 자연현상만으로 국한해도, 현재 우리들이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으로는 다룰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게 과학이라는 학문의 기본부터 한계까지를 차근차근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설명한다.


《과학의 방법》을 읽으며 단연 흥미로웠던 부분은 과학과 수학간의 관계였다. 자연계에는 인간이 추상적으로 만든 '숫자'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대 과학에서 수학은 빼놓을 수 없다. 나카야 우키치로는 자연현상에서 뽑아낸 것들을 인간의 두뇌로 정리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인간과 자연의 융합, 수학과 과학이라는 학문이갖는 관계로 증명하는 셈이다.



한편 수학은 첫 부분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인간의 두뇌로 만들어진 학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고차원적인 수학을 활용해도 인간이 전혀 알지 못했던 것은 수학에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었다고는 해도 개인이 만든 것은 아니다. 이른바 인류의 두뇌가 만든 것이다. 그런 만큼 기본적인 자연현상의 지식을 수학으로 번역하면 그다음에는 수학이라는 인류의 두뇌를 사용해 그 지식을 정리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개인의 두뇌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었던 곳까지 인간의 사고를 이끌어준다. 바로 그 점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수학의 소중함을 발견 할 수 있다. / p. 161



나카야 우키치로는 《과학의 방법》을 통해 앞으로 과학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과학에서의 인간적 요소'라는 소제목에 맞게 그는 과학에 대해서도 인문학적 시각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물질 내부로 파고들어 살펴보는 것만이 과학의 본질이 아니며, 다양한 방향으로 진보해나가야 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어 과학의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연과학이 매우 큰 발전을 거듭했기 때문에 과학만능주의적 경향이 전반적인 풍조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자연과학은 인간이 자연 속에서 현재의 과학의 방법에 의해 뽑아낸 자연의 모습이다. 자연 그 자체는 좀 더 복잡하고 심오하다. 따라서 자연과학의 장래는 영구히 발전해가야 할 성질의 것이다. / p. 256



과학이 크게 진보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가득하다. 앞으로 과학은 더 발전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학의 방법》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과학에 조금은 다가갔음을 위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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