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비「」밀「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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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누군가의 마음을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 사람의 행동, 표정, 말투에서 느껴지는 것이 없어 어떻게 해야될지 모를 때. 차라리 '오해하지 않도록 정확하고 확실하게 말해줄래?'라고 묻고 싶어질 때가 찾아온다. 조금이라도 그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된다면, 내가 지금처럼 끙끙 앓고 있지는 않을텐데. 아무 것도 알 수 없어 더욱 신경쓰이는 사람이 있다면, 덧없이 공감될 만한 청춘 소설을 만나게 됐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의 작가 스미노 요루는 각자의 방식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는 다섯 청춘들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입시를 앞둔 다섯 명의 소년 소녀들은 싱숭생숭한 상황 속에서 서로의 우정과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를 펼친다. 좋아하는 아이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고, 그래서 더욱 신경쓰이는 이 상황에서 그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사람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흔히들 인간관계라고 하지만, 사실 인간관계는 간단하다. 그런 건 심장의 바닥에 보이는 시소 같은 바의 균형을 플러스 쪽으로 조금 기울이면 된다. 처음에는 마음을 닫고 나의 맹공에 질색하지만, 바가 마이너스 쪽으로 기울어 있다 해도 사랑의 무게로 플러스로 만들 수 있다. 그러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차인 적도 있는 것 같지만, 나쁜 기억은 잊자 잊어. 응. 잊을 수 있어. / p. 65



평범하고 소심해서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말도 못 꺼내는 쿄, 히로인보다 히어로가 되고 싶은 밋키, 키 크고 잘생기고 성격 좋고 운동 잘하는 왕자님 즈카, 엉뚱하고 이상한 행동만 골라서 하는 즈카, 그리고 소심하고 차분하지만 손재주가 좋은 엘은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이다. 1년의 시간이 흐르면, 사회로 나가게 되는 아이들은 제각각 고민거리를 안고 살아간다. 특별한 것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제각기 다른 형태로 읽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아하는 아이의 마음을 읽을 수도 없고, 신경 쓰이는 아이가 왜 우울한지, 나에 대해 얼만큼 알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네가 재미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내 발언은 내가 이렇게 말하면 재미있다고 생각되겠지라고 계산해서 말하는 거야. 네가 재미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내 행동은 내가 이렇게 하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 있을 거라 노리고 한 행동이고. " /p. 161



스미노 요루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에서 보여주었던 달콤씁쓸한 로맨스를 또 한번 보여준다. 《나「」만「」의「」비「」밀「》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모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청춘들이 가진 풋풋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뤄질 듯 이뤄질 수 없는 그 사랑의 관계들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알아차리며 한층 성숙해진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리면 다치게 될까,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조금씩 다가가는 모습이 귀여워 보인다.


다섯 명의 청춘들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사실 평범하다. 상대의 표정과 행동, 말에서 느껴지는 모든 것들을 종합해 알아차릴 뿐, 독심술을 선보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스미노 요루는 누구나 자신이 가진 생각으로 타인의 감정과 기분을 파악하는 행동을 다양한 기호로 시각화할 뿐이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듯이 다섯 명의 아이들이 가진 기호는 제각기 다른 셈이다. 감정과 생각을 기호로 시각화한다는 참신한 생각은 어디에서 온 걸까, 그 상상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밝혀질수록 점점 바보가 되는 우리들의 비밀.

다들 우리가 멋대로 복잡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은 어렵다. 그래서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다. 혹여나 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고민하고 걱정하고……단순히 다섯 명의 소년 소녀의 이야기는 아니다. 나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저마다 나만의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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