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말이 좋아서
김준태 지음 / 김영사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에 들어서면 특유의 싱그러움이 코를 간지럽힌다. 그곳에 잠시 머무는 것도, 천천히 걸어 나가는 것도, 어떤 선택을 하든 숲속에서는 편안함이 온몸을 감싼다. 미세먼지로 바깥 활동이 꺼려지는 일상을 보내서 그런지 그 어느 때보다 맑은 공기가 생각난다. 주변에 숲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도심 속에서 생활하는 나로선 그저 상상만 할 뿐이다. 칙칙한 일상에 신선함을 선사할 책 《나무의 말이 좋아서》를 읽게 되었다.

 

 

 

생각을 게을리했다면 존재하지도 못했겠지.

세상을 읽고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진심을 다해왔기에 나무는 지금을 산다.

 

 

생태융합과 생명철학을 공부하는 탐구자이자 교육자인 저자 김준태는 자연의 오랜 지혜가 살아 있는 나무와 숲의 철학을 전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무엇이 의미 있는 삶인가'를 고민하는 이 시대에 숲을 거닐며 자신이 느꼈던 것들을 하나씩 기록한다. 숲은 그에게 비워야 할 것, 채워야 할 것, 그리고 깨달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그는 숲의 전령이 되어 독자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한다.

 

나무들이 함께하니 숲 세상은 흔들리지 않는다. 꽃을 피워 씨를 만들고, 열매에 담아 유전자를 계승한다. 한편에선 빼곡히 잎을 내어 광합성을 하고, 양분을 만든다. 그리고 줄기에서는 물과 영양염류가 부지런히 오간다.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이 되면 잎이 지고 열매는 어미를 떠난다. 그리고 지혜의 유산이 뿌리에 남겨진다. 이 과정 속에서 삶의 과학과 논리를 만나고, 지혜와 감성을 배운다. 숲 나무들이 들려주는 전설이 바로 인문학이다. /p. 8

 

《나무의 말이 좋아서》는 생명이 움트기 시작하는 봄부터 시작해 눈이 소복이 내린 겨울까지 사계절의 숲을 그려낸다. 그리고 도시에서 오랫동안 살아 자연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작은 풀꽃부터 시작해 푸르고 웅장한 녹음이 매력적인 나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책을 읽으며 지나온 봄을 다시 되새기기도 하고 이미 시작된 짙은 초록빛의 계절을 텍스트와 이미지로 또 한 번 느끼니 감회가 새롭다. 높은 회색 빌딩이 아니라 탁 트인 자연의 전경이 담긴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새 저자와 함께 숲속을 거니는 듯한 상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속절없이 바람에 실리는 벚꽃, 단호히 셀프 엔딩을 택하는 동백꽃, 삶의 끝자락을 놓지 못하는 목련꽃. 모두 다 유전자를 남기고 맞이하는 애잔한 피날레이다. 사람들에게 그 모습이 제각각으로 보이겠지만, 그들이 떨어져나간 뒷자리에는 내일의 희망이 남아 있다. 바로 열매라는 이름으로 내일을 약속하는 생명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 p. 24

 

저자는 숲속의 나무와 풀꽃들을 통해 우리 삶을 조망한다. 칡덩굴을 보고 존중과 배려가 없는 여유 없는 우리 사회를 말하기도 하고, 소나무의 송홧가루를 보고 사랑하자고 하기도 한다. 또, 인동이라는 식물을 통해 다가오는 봄을 위해 자신을 성찰하고 인고의 시간을 보내자 다독이기도 한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온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힐링은 없다. 숲에서 멀어진 사람들은 저자의 사진과 글 때문에 다시 숲으로 가고 싶어지니 말이다.

 

요즈음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정해 실행하는 '버킷 리스트' 만들기가 유행이다. 운동, 예술, 여행, 공부, 재테크 등 사람마다 취향이 다양하다. 배낭을 꾸려 내가 살고 있는 우리 산하 숲길 곳곳을 걷는 미션도 좋겠다. 천천히 느리게 걸으면서 자신을 위로하고, 지금 존재하고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껴보자. / p. 184

 

올곧게 하늘 위로 뻗은 나무들은 우리들을 부른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잎들끼리 부딪히도록 만들며 솨솨 거리는 소리로 사람들을 이끈다. 자신의 그늘 아래에 앉아 조금 쉬었다 가도 된다고. 땀도 식히고 맑은 공기도 마시고 다시 힘내서 가던 길을 가면 된다고 말이다. 숲으로 갈 수 없는 나는 집 앞 공원으로 간다. 푸른 녹음 아래 가만히 앉아 두 눈을 감고, 나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렇게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