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아파트 웅진 우리그림책 52
백은하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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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아파트로 이사오던 날. 단독 주택에서 살던 버릇을 버리지 못한 나와 동생은 거실을 마당처럼 뛰어 다녔었다. 그것이 아래층 사람들에겐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인지하기엔 너무도 어렸다. 우리집의 바닥이 이웃집의 천장이 될 줄 전혀 상상도 못했으니 말이다. 아랫집에서 주의를 받은 나와 동생은 자유롭지 못한 아파트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어느 순간부터 주거 형태가 변하기 시작하면서 그에 따른 문제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세대 주택에서는 사람들끼리 언성을 높이는 일들이 잦아졌고, 서로 오가던 이웃 간의 정은 굳게 닫힌 철문으로 차단되기 시작했다. 엘레베이터 게시판에는 사람들에게 지켜야 할 경고문만 잔뜩 붙기 시작했다. 이런 삭막한 다세대 주택의 현실을 백은하 작가는 꽃잎 아트로 표현한다.






어린 시절, 꽃을 심던 아버지 옆에서 꽃잎을 가지고 놀던 기억을 바탕으로 백은하 작가는 말린 꽃잎 위에 선을 그려 《꽃잎 아파트》를 완성시킨다. 차가운 시멘트로 만들어진 아파트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따뜻한 꽃잎 아파트를 통해 백은하 작가는 다세대 주택에서 잃어버린 이웃 주민간의 정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다세대 주택에서 불거진 문제들을 고스란히 표현하며, 그 속에서 서로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만든다.







실제 말린 꽃을 이용해 그려진 삽화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책장을 넘길 때 종이의 촉감은 물론이고, 꽃을 향한 시각적 효과도 두드러진다. 더구나 꽃 위에 그려진 선들이 만들어낸 귀여운 동물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그동안 놓친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이제 다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아요.

네 덕분이야!




'함께 사는' 공간임을 잊고 있었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한다면 찡그린 얼굴로 목소리를 높일 필요도 없었다. 《꽃잎 아파트》는 익숙한 공간에서 잊어버렸던 것들을 떠올리며,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자고 다독인다. 내일은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에게 인사를 해볼까 한다. 서로의 배려 속에서 또 다른 따뜻함이 피어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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