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벚꽃 에디션)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다음에 또 봬요.” 그저 형식적인 말일수도 있다. 기약 없는 만남을 생각하며 서로가 기분 좋게 헤어질 수 있는 인사치레와 같은. 하지만 나는 이 말이 좋다. 어찌됐든 이 말을 나눈 우리가 서로 다시 볼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하니까. 또 다시 만날 시간에, 또 새로운 추억을 만들 테니까. 그 사이에 조금은 달라졌을 서로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하고.

1년의 시간이 흘렀다. 꿈꾸며 열심히 달려온 나를 위로해주었던 야매 득도 에세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를 읽은 지 말이다. ‘드라마 작가, 방송 작가라는 잃어버린 꿈 자리를 채우기 위해 나는 1년 동안 내 속도와 방향을 정하는 시간을 보냈다. 100여권이 넘는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이전보다 생각이 단단해졌고, 조금은 성숙해졌다. (오로지 내 생각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의 속옷만 입고 누워 있던 일러스트가 그려진 표지는 봄바람이 살랑~ 느껴지는 표지로 바뀌었다. (초판보다는 조금 더 귀여워지고, 밝아 보이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

열정은 스스로 일어나는 것이지 절대 강요로 만들어질 수 없다. 열정은 사람이다. 그 일을 사랑하는 것에서 열정은 시작된다. 물론 사랑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지만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p. 33)

그 사이에 좋아하는 일도 생겼다. 글을 쓰는 순간이 즐겁고 소중하다고 말했던 나는 그 일을 계속하기로 했다. 새해마다 다짐했던 일기 쓰기도 일주일이 지나면 뒷전으로 미뤄놨던 내가 여전히 글을 쓰고 앉아있다. 가끔은 일기 쓰기만큼이나 하기 싫어 미뤄버릴 때도 있지만, 이렇게 꼬박꼬박 쓴다는 것이 어디인가. 그리고 이 글쓰기로 인해 좋아진 일로 방향을 정했다. 그랬더니 조바심이 생겨났다. 이 길에 들어서니 나보다 더 오랫동안 이 길에 서 있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잘하고 싶어서,

틀리고 싶지 않아서.


이런 마음 때문에 힘이 들어간다. 힘이 들어간다는 건 경직된다는 것, 유연하지 않다는 것,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 욕심을 내고 있다는 것,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뭐든지 힘이 들어가서 잘되는 걸 못 봤다. 그림도, 노래도, 운동도 어쩌면 인생도 그럴지 모르겠다. 너무 힘이 들어간 탓에 내 인생도 이렇게 삐뚤빼뚤해진 게 아닐까? 힘이 들어가니 힘이 드는 게 아닐까? (p. 72)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서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겁이 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욕심이 났다. 내 길이라고 굳게 믿고 싶었고, 이 일을 꼭 해야 한다고. 그 욕심이 뭐라고, 스스로를 괴롭혔다. 얼마 전, 이 길에 서기 위해 첫 발을 내딛었다. 남들은 졸업 전에 자신이 갈 길을 미리 정하고 준비한다지만, 나는 이제서야 그 길로 첫 발을 떼었다. 사실 이 첫 발을 떼기까지도 여전히 겁이 났다. “나는 책 한 권, 한 권에서 가치를 끌어내는 너의 서평이 좋았거든.” 그 때 들은 이 말 한마디로 하여금 아차!’싶었다. 스스로 알지 못했던 사실을 다른 이로 하여금 듣게 되었으니.

  

꿈꾸던 대로 되지 못했다고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삶을 끌어안고 계속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이건 관점의 차이다. (p.233)

  

잘하고 싶어 겁이 나는 건 당연하다. 조금은 힘을 빼도 된다. 겨우 떼어낸 첫 발이 잘못 되었다고 해서 이 길로 영영 들어서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은 1년의 시간이 지나 다른 모습으로 나에게 또 다른 위로를 건넸다. 훗날 내가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나는 이 책에서 또 어떤 표현들이 와 닿을까. , 저는 천천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다시 또 만나요. 그 때도 반갑게 반겨주세요, 따뜻한 위로의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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