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고용인 1
아사바 나쓰 지음, 구로노쿠로 그림, 김정규 옮김 / 재미주의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어느 시대건 사람들은 늘 가슴속에 소원을 품는다. 어떤 이는 풍요를 빌고, 어떤 이는 자손의 번영을 빌며, 또 어떤 이는 인생에 행운이 있기를 소망한다. 과학 문명이 발달한 지금 이 시대에도 수험이나 취직, 결혼 등등을 바라는 인간의 소원은 끊일 줄을 모른다. (p. 8)

 

힘들고 지칠 때 사람들은 누구나 기댈 곳을 찾게 된다. 특히 자신의 소원을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희망과 믿음을 가진 존재라면, 기대고 싶은 의지가 더욱 커지길 마련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종교의 이유로 의 존재를 확신한다. 과거 인간에게 화복을 내리고 사회의 모든 일을 관장한다고 믿어지던 신의 존재는 현재가 되어서는 많이 퇴색된 듯하다. 이제 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 물음은 아사바 나쓰의 시리즈 소설 신의 고용인1의 핵심 주제다. 더 이상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인간들로 하여금 신이 힘을 잃어가며 존재의 위협까지 받고 있다는 상상은 이제 힘을 잃어버린 신들의 소원을 역으로 들어주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인간의 길흉화복을 위해 소원을 들어주던 신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몸도 사당에 있으면서, 제대로 모시지도 않는 인간이 찾아와서 제멋대로 소원만 빌고 가는 꼴을 몇 번이나 봤는지, 이러다 보니 신들의 힘은 계속 약해져 갈 뿐이다.”

요시히코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신사에 가서 소원을 비는 것이 당연한 행위인데. 그리고 소원을 들어주는 것 말고 신이 하는 일이 뭐가 있는지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p. 52)

 

야구 선수였지만 무릎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두게 된 청년 요시히코는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지 못한 채 우울하게 살아간다. 신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오랜 죽마고우 고타로가 자신의 길을 꿋꿋이 가는 것을 조금은 부러워한 채. 그러던 어느 날, 길에서 떡을 먹고 기도가 막힌 할아버지를 도운 요시히코는 그에게서 신의 소원이 적힌 소원부를 받게 된다. 고타로와 함께 소원부를 해석해보려고 하지만 이내 실패하고, 이윽고 그의 앞에 여우 모습을 한 방위신 고가네가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고가네가 바라던 소원과는 전혀 다른 소원이 이루어지게 되고, 그것이 못마땅한 고가네는 요시히코를 따라다니게 된다. 그들은 소원부의 소원들을 모두 이뤄줄 수 있을까?

 

신 앞에서 사죄하지 않았더냐? 그때는 제멋대로 소원을 빌어서 죄송했다고, 그렇게.” 그 말을 들은 요시히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틀림없이 그때 자신이 했던 말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년 정도 지나자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됐고,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이었다. 제발 할아버지를 구해달라고 빌었던 것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건강하실 때 아무것도 해드리지 않았으면서 막상 돌아가실 때가 되니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이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한 행동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을 기댈 곳을 찾아 의지하고 싶어서. (p. 66)

 

신의 고용인1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일본 애니메이션 <나츠메우인장>이 떠오른다. 할머니의 수첩을 받은 나츠메가 요괴들의 소원을 들어주며 그들에게 이름을 돌려주듯이 할아버지의 신사방문수첩을 받은 요시히코는 신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고용인으로 활동하게 된다. 특히 <나츠메우인장>의 시즌 1 에피소드 중에서는 요시히코의 활동과 비슷한 에피소드가 등장하니 함께 보면 좋을 것 같다. 두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일본의 신()문화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새해가 되면 신사를 방문한다거나 혹은 개인의 고민거리가 해결되길 기원하면서 신을 찾는 모습들이 소설에서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반드시 거창한 제사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인간 아이가 신 앞에서 입에 담는 감사의 말,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기쁨을 전하는 것이 신에게는 힘의 근원이 되는 것입니다.” (p. 121)

 

결국 신과 인간은 공존할 수밖에 없다. 신들이 받은 상처는 인간으로부터 왔지만 결국 인간으로부터 치유된다. 여전히 약한 존재인 인간이 신을 믿고 소원을 비는 것, 그것이 계속되는 한 신의 존재는 부정당하지 않는다. 그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해도, 살면서 누구나 신을 간절히 찾아본 적은 있을 테니. 앞으로 요시히코와 고가네의 여정은 어떻게 될까? 또 어떤 신들이 어떤 소원을 빌게 될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