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을 보면 밖을 보면 웅진 모두의 그림책 18
안느-마르고 램스타인.마티아스 아르귀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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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동심을 위한 책인 동화를 어른이 되어서 읽는 기분은 참 오묘하다. 어른이 된 지금 여전히 알지 못하면서도 제멋대로 판단해 버리는 몹쓸 버릇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해왔던 일들의 결과가 그리 좋지 않다는 사실을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깨달았음에도 여전히 그 못된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안느-마르고 램스타인과 마티아스 아르귀의 동화 안을 보면 밖을 보면역시 내게 그런 교훈을 안겨준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산다는 것을.

   

안을 보면 밖을 보면은 오로지 그림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굳이 글이 없어도 그림이 주는 효과는 대단하다. 그동안 얼마나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의 일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그 어떤 한 마디의 글 없이 읽는 사람이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물론 어린이에게는 글씨가 없는 즐거운 세상이겠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도의 설화 중 하나인 장님과 코끼리가 생각난다. 옛날 어떤 왕이 장님들을 모아두고 코끼리를 만져보게 한 뒤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냐고 물었다. 코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가 굽은 멍에와 같다고 했고, 배를 만진 사람은 솥과 같다고 했고, 다리를 만진 사람은 기둥과도 같다고 했다. 꼬리를 만진 사람은 밧줄과도 같다고 했다. 코끼리의 일부만 보고 그렇게 대답한 장님들을 비웃을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한 그대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 나도 그렇고,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안을 보면 밖을 보면의 그림들은 더욱 와닿는다. 우리가 전부라고 여겼던 것이 어쩌면 이 세상의 작은 일부일수도 있고, 고작 세상의 작은 일부분이라고 여겼던 부분이 어쩌면 세상의 전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험과 생각은 짧음에도 그것이 전부인 것마냥 모든 것을 판단해버린 오만함에 안느-마르고 램스타인과 마티아스 아르귀는 말없이 자신들의 그림을 내비친다.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는 상상하는 힘을,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줄 수 있는 그림들이고 나와 같이 여전히 몹쓸 버릇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에게는 교훈을 던져 주는 그림들이다. 글쎄, 안을 보면 밖을 보면을 덮으며 든 생각은 딱 한 가지다. 나는 아직 덜 자란, 오만한 어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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